페뷸러스를 봤다. 존조가 주연한 <서치> 만큼이나 인상깊었다. 글쓰는 것으로 먹고살고 싶은 나는 항상 주변인들에게 농담처럼 '글을 잘 써서 성공하는 것보다 먼저 유명해지는게 빠르겠다' 라고 말하곤 했다. 페뷸러스는 딱 그 주제를 다룬다.
영화는 멜라니 샤르본느 감독이다. 캐나다 감독으로 이번 영화가 두번째 작품, 19년도 부산영화제 BNK부산은행상을 수상했다. 출연진은 줄리엣 고셀린, 노에미 오파렐, 모우니아 자흐잠 등 처음 보는 캐나다 배우들을 만날 수 있다.
주인공은 잡지사 인턴으로 일하는 로리, 언젠가 좋은 글을 기고하고 싶단 생각뿐이다. 정규직 전환여부에 대해 물어보지만 매거진'톱'에서는 신입 작가를 뽑는 기준을 인스타그램 팔로워 2만명 이상으로 결정했다. 인플루언서만 채용하겠다는 것. 로리는 그 이야기에 좌절하고 친구 엘리와 클럽에 간다. 클럽에서 신나게 놀던 엘리와 로리, 화장실에서 우연히 대세 인플루언서 클라라를 만나게 된다. 화장실에서 짧은 만남에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8천명이 늘어난 로리. 그녀는 '톱'의 작가가 되기위한 2만명의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클라라와 친해지려고 한다.
요즘은 SNS 활동이 굉장히 중요하다. 마케터를 뽑더라도 SNS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를 살펴본다. 아는 지인의 말을 들어보면 어떤 제품을 파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대단한 회의감이 든다고 했다. 자신들이 수 년간 공들여 만들어낸 제품을 만들어 팔기 위해서, 그냥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에게 제품을 맡겨야 하며, 그들의 수입이 자신들 보다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오는 허무함. 타고난 것(외모나 몸매)를 팔아 쉽게 돈을 버는 것에서 박탈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어느정도는 공감이 되는 말이다. 영화는 이런 현실적인 이야기를 젊은이들의 꿈, 성공, 페미니즘과 잘 버무려냈다.
영화에서 SNS의 팔로워 숫자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한 관문 처럼 보인다. 이미 누리고 있는 클라라가 그랬고, 2만 팔로워를 모으기 위해 애쓰는 로리가 그렇고, 오디션에서 다 떨어지고 SNS에 자조섞인 목소리로 '요즘은 다들 이렇게 하니까요'라며 연주를 업로드 하는 엘리. 세명의 주인공은 서로 다른 세개의 꼭지에서 서로 관계한다. SNS를 중심으로 바라본 세명의 친구의 변화가 영화의 주요 갈등인데 각자의 위치가 역전되는 이야기의 흐름이 좋았다.
시대를 담은 영화는 좋은 영화다. 페뷸러스는 그런점에서 이 시대를 가장 잘 담았다. 약간은 뻔할 수도 있는 줄거리지만 SNS, 인플루언서, 협찬, 광고, 페미니즘, 꿈을 이루기 위해 고단한 세대의 아픔을 매력적인 세명의 주인공을 통해 잘 풀어 냈다. 여성서사 영화라고 불리는 다른 망작들은 전부 페뷸러스를 본 받아야 된다. 나는 운좋게 미리 봤다. 개봉은 11월 5일로 알고 있는데 코로나는 주의하면서 영화를 보자.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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