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 추천 김영하 빛의 제국

 고씨는 얼마전 이직을 했다. 3주가 지났는데도 제대로된 인수인계나 업무지시 같은건 없다. 작은 회사의 숙명인가. 고씨는 이번 이직도 지난 이직과 다를게 없음을 느꼈다. 장점을 하나 찾자면 근처에 멋진 산책코스가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유명한 왕의 무덤인데, 빌딩 숲 사이 숨겨진 진짜 숲이 무덤이지만 유일한 낙이었다. 그곳에서 산책도 하고, 책도 읽는다.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에서 사람들의 표정을 본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왕십리역에서 안내봉을 들고 있던 역무원의 얼굴에는 퇴근길 쏟아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인류가 어쩌지 못하는 대 자연의 폭력을 마주한 무기력함이 들어있다. 나도 무기력하게 자연의 힘에 휩쓸려 자연스레 2호선으로 환승한다.

 오늘 포스팅할 소설은 김영하 작가의 빛의 제국이다.  김영하 작가는 특이하게도, 강연자로 먼저 만나게 되었다. 자기개발열풍이 불때 TED강의, 세바시 등 김영하 작가의 속시원한 한마디가 인상깊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외국 고전소설외에은 읽지 않는 사람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있어서 읽지 않았다.

 

 

 그렇게 또 한번의 유행이 왔고 팟캐스트 시대가 열렸다. 그때 다시 김영하 작가를 만날 수 있었는데 담담하고 조용하게 책을 읽고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작가에게 매료되었다. 그때 소개받은 많은 책들을 읽었고 거기에는 김영하 작가의 책도 있었다. 처음 읽었던 김영하 작가의 책은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이후 오직두사람, 여행의 이유같은 책을 읽었다. 김영하 작가의 책은 잘 읽히고, 뜨거운 이야기를 차갑게 했다. 이번에 읽은 빛의 제국도 그 결은 같다. 

 

 

오직 두 사람 - 김영하, 상실의 쌉사름한 미소

대단한 이야기다. 읽고나서 좋은의 경우 '오 좋은데' 라고 이야기 한다. 정말 몇 안되는 소설이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든다. 대단하다고 생각이 든 책은 몇 번이고 다시보게 된다. 오늘 소개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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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빛의 제국은 40년 가량 살아온 중년 남자가 인생의 각 절반을 다른 나라에서 살아오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가정을 이루고 집을 떠나야하는 긴박한 상황과 선택의 기로에 서서 삶과 자신의 가치관, 체제, 가족, 부부 등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질문과 고민들을 이어간다. 하지만 책의 80%가 넘는 그의 처절한 고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흘러가는게 전형적인? 김영하 소설 답기도 했다.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 휩쓸리는 개인의 인생사, 아무리 애써도 스스로의 선택과 상관없이 진행되는 이야기는 읽는 내내 답답함을 주면서도 그래 이것이 인생이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멋진 이야기다. 

 

 읽기도 쉽고, 스파이라는 흥미진진한 소재라 몰입도 잘되는 편이다. 누가 한국소설 읽을거 없다고 징징거릴 때 추천해줄 만한 책이다. 영화판권으로도 넘어갔다는데 영화로는 조금 허무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