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어는 저 구미에 싱글벙글이라고 있어, 거기가 잘해"
내가 20대 후반부터 줄곳 복어집을 지날 때마다 모시던 실장님이 입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다. 마치 오래된 RPG게임의 NPC처럼 복어집을 볼 때마다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리고 회사를 떠나 지금에 이르러 나는 복어를 먹어본적 없는 주제에 싱글벙글이 복어집중엔 최고다 라는 이야길 남에게 한다. 그러면 복어좀 먹어봤다 하는 사람들은 다들 잘 안다는 듯, '아~ 싱글벙글~ 괜찮지 ~' 하고 화답해 주었다.
'복어는 왜 먹는거야' 라는 생각과 함께 복어집 앞을 지날때마다 싱글벙글과 복어의 비싼 가격이 떠올랐다. 올해는 유독 대구에 갈 일이 많았다. 지날 때마다 구미시 표지판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또 회사 선임들이 싱글벙글복어집이 그렇게 맛있다고 극찬을 했다. 한번 먹어봤노라며, 2-3번쯤 내려 갔을때 대구로 내려가던 차는 구미로 잠시 방향을 틀었다.
구미는 난생처음이다. 구미역 앞에 싱글벙글 복집이 있다. 오래된 지방 소도시의 흔한 그런 모습이다. 예전에는 구미공단으로 유흥가가 번창했다고 한다. 요즘은 그마저도 시들해 졌다고 들었다.
싱글벙글복어 본점은 꽤 넓은 실내를 가지고 있다. 가게 옆 유료주차장에 주차하고 주차관리인에게 '싱글벙글'에 왔다고 하면 된다.
가게에 들어가 메뉴를 본다. 지리와 매운탕류가 있고, 복튀김, 복 소금구이, 복 껍칠무침회, 복죽 등 식사메뉴가 있고, 요리 메뉴로는, 복어찜, 복수육, 복불고기, 복전골 등 복으로 할 수 있는 요리는 다 모여있는 듯 하다.
지리를 먹기로 했는데, 지리는 냉동복과, 생복이 4천원차이가 났다. 우리는 냉동복도 괜찮다고 하여 냉동복으로 주문했다. 냉동복은 황복, 생복은 밀복이라고 부르는 듯 했다.
그리고 복튀김도 하나 주문했다. 주문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복지리가 등장했다. 밑반찬은 단촐했는데, 깍두기, 땅콩볶음, 열무, 샐러드가 다였다.
독특한건 다대기만 있는 빈 접시였다. 지리가 끓기 시작하자 생 미나리를 탕에 집어넣고 숨을 죽이기 시작했다. 몇번 비적비적하여, 어느정도 숨이 죽은 콩나물과 미나리를 양념장만 덩그러니 있던 접시에 올려 양념을 해주시기 시작했는데, 맛이 기대되었다.
복 지리는 생각보다 빨리 익었다. 지리가 익어갈 무렵 복 튀김도 나왔는데 담백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일반 생선튀김보다 조금 더 고소한 맛이 있었던 것 같다.
지리가 익고 각자의 접시에 한국자씩 담았다. 국물이 금방 떨어졌는데, 육수를 더 달라고 요청하니 별말 없이 더 주셨다. 나는 복지리가 처음이기도 했고, 싱글벙글의 전설을 오래전부터 들어와서 기대치가 머리 끝까지 올라간 상황이었다.
먹었던 지리는 독특한 맛이었다. 전날 술을 꽤 먹어서 속도 시원했다. 그러나 기대를 너무 했는지 누릿한 맛이 처음에 나서 마음에 걸렸다. 속이 풀리고, 맛도 괜찮았으나 첫입맛의 누릿함이 조금은 입에 걸렸다. 냉동복이라 그런 것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튼 이 특이한 누린내와 시원함은 복어의 특성인지 싱글벙글복집이라 그런지는 복어집을 처음 가봤기 때문에 기준이 없어 뭐라 말을 못하겠다. 다만 속은 풀리지만 누린내는 좀 별로였다.
싱글벙글복어, 나중에 생복지리를 먹어보거나, 다른 복집에서 복지리를 먹어보고 비교해가며 다시 리뷰를 써보는 것으로 결심했다. 속은 시원하게 풀린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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