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일기 #12. 수영장에서 쌍 쥐가 난 썰.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쥐가 올라왔다. 


 오늘은 컨디션이 그럭저럭 이었다. 전날 엄청나게 추웠는데, 누군가 내일은 좀 풀린데요. 라고 말해서 가디건 하나만 걸치고 출근한 탓이었을 것이다. 편두통에 타이레놀 두개를 먹었다. 


 몸이 안좋으면 좀 쉬어야 했는데 나는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꾸역꾸역 수영장엘 갔다. 억지로 가다보니 시작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보통은 9시부터 가벼운 체조로 수영은 시작된다. 오늘은 바로 물에 들어가 자유형을 시작했다.


 자유형은 도통 늘지 않는다. 컨디션에 따라 호흡이 되고 안되고 하는데 참 이상한 일이다. 몸이 썩 좋지 않았기 때문에 큰 무리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 자유형, 배영, 평영을 하면서 종아리 근육과 발가락 근육이 잠깐 잠깐 올라오긴 했는데 그럭저럭 잘 풀었다.  


 기온이 차서 물도 차다. 몸도 차가워서 그런가 근육이 평소보다 더 긴장해 있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수업 막바지 쥐가나고 말았다. 물에서 쥐는 처음이었는데 온몸이 경직된다. 옴짤달싹도 못하고 서있었는데 수영 강사가 일단 물밖으로 나가야된다고 말했다. 내가 꼼짝도 못하겠다고 울상을 하자 일단 나가야 풀린다고 물에 계속 있으면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나는 찢어질거 같은 종아리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로 절룩거리며 밖으로 나왔다. 평소 축구를 즐겨하는 나는 쥐나는게 빈번한 대수롭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오늘 올라온 쥐는 역대급이었다. 종아리에는 조약돌뭉치를 여러게 넣어놓은 것 처럼 깡깡해졌다. 무릎 관절을 쫙 필수가 없었고 발에도 쥐가 났는지 엄지발가락 새끼발가락은 서로 반대로 가겠다고 아우성이었다.


 내가 앉아서 다리를 제대로 못펴고 고통스러워 하는걸 본 강사가 발끝을 잡으라고 이야기했다. 절대 발끝에 손이 닿지 않았다. 물밖으로 나와 강사는 내 발을 잡고 펴주었다. 피가 돌고 한결 나아졌다. 좀 괜찮아요?하며 발을 놓자마자 한겨울 똑딱이 핫팩을 켠것마냥 종아리가 다시 뭉쳤다. 강사는 다시 다리를 펴주며 내 손으로 다리를 잡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엄청난 마사지가 이어졌는데 정말 끔찍했다. 


 이래서 물속에서 쥐가나면 죽는구나 생각이 들었다. 나는 초급반이라 물이 낮아 참 다행이었다. 만약 혼자 연습을 하거나 계곡, 바다에서 이렇게 쥐가나면.. 상상만으로도 끔찍. 


 이런저런 생각을하며 쥐를 풀려고 막 애를 쓰고 있는데 반댓다리에서도 쥐가 올라왔다. 

: )




 오늘 수영의 교훈, 컨디션이 안 좋으면 하루 쉬자,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자.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