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초반 10분 쯤 봤을땐 우와 대단한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20분 쯤 지났을땐 으엑 소리가 절로 나왔다. 그리고 영화가 끝날 무렵엔... 이런 다채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오늘 소개할 영화는 왓챠플레이에서 볼 수 있는 일본 영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를 본 덕분에 왓챠 플레이 한달 결제가 성공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만큼 영화다운 영화다. 자 여기까지 읽었는데 자신이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보지 않았다면 백스페이스 키나, 창닫기를 눌러 영화를 보고 다시 이 리뷰를 보길 바란다. 이 영화는 사전 정보 없이 봐야 가장 재미있는 영화다.
그래도 이 내용이 궁금하다면 읽는 것은 이 문단까지 허용하겠다. 영화는 좀비물을 촬영하는 영화팀에 좀비가 들이닥치지만 감독은 미쳐서 카메라를 멈추지 말라고 소리지른다. 이 모든게 원테이크로 촬영된다.
단순한 줄거리지만 촬영기법적인 면에서 우와 소리가 절로나오고 핸드핼드 기법과 리얼한 좀비 그리고 피범벅되고 몸이 조각나는 고어물의 특성 까지 지니고 있어 공포감이 배로 든다. 핸드핼드 기법은 놀랍고, 약간은 어설프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감탄을 멈출 수 없다.
↓ ↓ ↓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 ↓ ↓ ↓ ↓ ↓ ↓ ↓
넘지 마시오. <4차원의 벽> 영화를 본 사람만 넘으시길
이정도까지 말했는데도 이 선을 넘었다는 건 당신이 이 영화를 봤다는 것. 그렇다면 이렇게 묻고 싶다.
"너무 재밌지 않아요? "
마지막 기회를 드리겠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를 안보셨다면 스크롤을 내리면 안 돼! 돌아가라.
솔직히 친구 홍선생이 추천해줬을땐 '이 시국에 일본 영화를 추천해주고 그러냐' 하는 생각과 '내가 무서운걸 못 본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텐데 좀비물을 추천해줬단 사실'에 나를 놀리는건가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여주가 예뻤고(내 스타일), 좀비물을 촬영하는 감독과 실제 좀비가 난입하는 상황, 그리고 10-20여분간 이어지는 원테이크가 몰입도있게 강제로 30분을 버티게 했다.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마무리 하려고 이렇게 끝내지 하는 생각이 들때 쯔음, 갑자기 1시간 30분동안 유지할 것 같은 핸드핼드와 원테이크는 허무하게 끝난다. 영화는 무려 1시간이 남았는데 말이다.
엔딩 크레딧과 비슷한 것이 올라가고 나는 뭐 이런 영화가 다있지, 라는 생각과 함께 홍선생이 괘씸하게 생각들었다. 하지만 영화쪽으로는 믿을 만한 친구이기 때문에 (무슨일인지 <사냥의 시간> 왓챠 평점을 5점 줬지만..)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다.
엔딩이 다 올라가고 화면은 느닷없이 1개월 전으로 돌아간다. 여주인공에게 도끼로 난자당한 감독은 실제로도 영상을 촬영하는 감독이었다. 3류 뮤비에서 예능 재연 컷 촬영까지 저가로 빨리빨리 대충대충 만드는 감독이다. 그런 감독에게 어떤 캐이블 채널이 새로 런칭하려고 한다. 좀비 전문 채널인데 (?), 원테이크로, 생방송으로 좀비 드라마를 방송하고 싶다는 요청이다.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감독은 어안이 벙벙하다. 어떤 감독이 이런 위험천만한 오퍼를 받겠는가. 하지만 우리의 주인공은 일을 덥석 잡는다.
37분 원테이크 라이브 방송을 위한 촬영 과정을 보여준다. 거기에는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처럼 드라마를 촬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들을 보여준다. 주인공 감독은 딸이 좋아하는 배우가 등장하는 이 작품을 살리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 영화를 보고 출시 년도를 봤다. 18년 개봉작이었다. 일본 영화는 어릴때 꽤 봤다. 유명한 거장들도 있었고, 말도 안되는 참신한 주제와 정말 영화다운 영화들이 일본영화 중에는 많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애니메이션 아니면, 전대물, 삼류CG가 범벅된 저급한 영화들이 일본 영화시장을 잠식했고, 제대로된 영화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는 아직 일본영화가 다 죽진 않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초반 좀비가 등장하는 B급 공포 호러 영화로 이야기를 시작해, 갑자기 실전 방송가 다큐로 풀어나가는가 싶더니, 촬영 장면에서는 완벽한 한편의 코미디로 문제를 해결하고 마지막에는 가족애의 완성으로 이야기를 끝낸다. 감독의 머리속을 열어보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구성이다.
이 영화는 총 제작비는 300만엔의 저 예산 영화였다. 당초 상영관 두 개를 확보 했으며, 5000명의 관객이 목표였으나 1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총 수익은 30억엔으로 1000배의 수익을 달성했다.
영화 초반부에 나오는 원테이크 씬은 여섯번의 촬영 끝에 원테이크로 완성 되었으며, 등장인물들은 거의 무료로 출연했다고 한다. 영화다운 영화를 봤다. 홍선생이 별점 5개를 준 <사냥의 시간>을 보고 봤기 때문에 더 재미있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는 정형화된 영화에 지쳤거나, 짧고 가볍고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를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 해주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여기까지 읽은 사람들은 이 영화를 봤겠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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