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연애를 시작할 때’

연애를 안한지 너무 오래되서 연애라는걸 하면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길 줄 알았다. 

지구에 운석이 충돌한다던가, 빙하기가 갑자기 찾아오거나, 미래에서 터미네이터가 쫓아온다던가 하는, 사실 내가 연애해서 지구가 멸망하면 어쩌나 하고 걱정도 했다. 하지만 기대와는 다르게 생각보다 멀쩡하다. 


몇몇 이상한 일이 일어나긴 하는데 소소한 증상들을 말해보면, 우선 시간이 말썽이다. 잠깐 눈을 마주쳤는데 5분정도 흘러있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잠깐 걷다 시계를 보면 한시간은 우습게 지나간다. 시간이 이상해졌다. 더 빨리 흐르는걸 막기위해 의식이 있을때마다 시계를 본다. 하지만 누군가 시계바늘을 돌리기라도 한듯 예상보다 항상 앞서나가고 있다. 그리고 눈에도 문제가 생겨서 포커싱 기능이 망가진 DSLR마냥 배경이 날아가서 골치다. 


만나고 있는곳이 어딘지 익숙한곳도 낯설어지고 낯선곳도 익숙해지고, 아니 사실 장소란게 다 무슨소용이람. 하여간 눈이 이상해졌다. 

앞서 말한 뭔가 대단한일들은 안 생겨서 조금 실망했다. 

지구가 멸망하지 않아서 다행이긴 하지만 역시 시간이 빨리가고 시야가 좁아지는건 이상하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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