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개인적인 취미는 독서, 음악감상, 침묵이다.
#침묵1
영국의 시인 이디스 시트웰의 명언이다. 이게 어째서 명언이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자신의 취미를 나열 했을 뿐인데, 명언을 소개해주는 어플인 Quotes에 소개되었다.
이 문장을 보고 있자니 취미가 침묵인 사람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나의 개인적인 취미는 너무 많지만, 지금 생각나는건 독서, 골프, 영화감상, 음악감상, 사진찍기, 게임, 달리기, 글쓰기 등등이 있다. 너무 많은 취미에 잠을 줄이기도 했다.
이디스 시트웰과 겹치는 취미가 독서와 음악감상 두개나 있다. 그러나 그의 마지막 취미인 침묵은 내 취미에 속하진 않는다. 나는 평소 꽤 과묵한(?)편인데 나를 처음본 사람과 있을때, 아니면 나의 경계 안쪽에 있는 사람과 있을때 굳이 말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나는 나만의 옳고 그름에 대한 기준이 확실한 사람이다. 나와 다른 생각을 쉽게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완전 모르는 사람과는 굳이 긴 대화를 하지 않는 편이며(설득이 귀찮다), 나를 이해하는 친구들과도 큰 대화는 필요가 없다. 하지만 중간지역에 위치한 사람들과 있을때 나는 쉴새없이 떠든다. 나의 생각도 알어야 하고 상대방의 생각도 알아야 한다. 중간 지역에 위치한 사람들과 끊임없이 이야기해서 나는 내 경계 안쪽에 들어올 사람인지 아닌지를 구분하는 듯하다.
#침묵3
오늘은 유난히 날이 좋았다. 주말에 집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기에는 지나치게 좋은 날씨, 데이트라도 하고 싶었는데 그럴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부랴부랴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이번에 구매한 필름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집에서 나오면 동네 높은 산봉우리가 보이는데, 무작정 그쪽으로 걸었다.
산책을 하며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중 침묵이 튀어나왔다. 아무말도 하고 있지 않은데 침묵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건 신기했다. 침묵을 취미로 삼자. 라고 마음먹은 순간 머리속이 수다스러워졌다. 아무런 생각없던 공허한 머리속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말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침묵을 한다고 생각해보니, 뭐라고 답할지에 대해 더 고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침묵은 단순하게 소리를 내지 않을 뿐이지, 되려 사고의 확장을 가지고 온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괜히 영국의 시인이 침묵이 취미라고 한게 아닌듯 하다.
#침묵4
앞으로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침묵이다. 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말도 하지 않으면 취미활동을 하는 것이 되는것이다. 지금부터 침묵해볼까, 하면 나는 그 어느때보다 활발하게 뇌를 움직이고 있게 될 것이다. 의도적으로 침묵하는건 좋은 취미라고 생각한다.
이 길고 긴 아무소리는, 나의 또 하나의 개인적인 취미가 늘었다는 사실을 주절주절 풀어 놓은 것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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