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키커를 잘 안다면 어느 방향을 택할 것인지 짐작할 수 있죠. 그러나 페널티킥을 차는 선수도 골키퍼의 생각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골키퍼는, 오늘은 다른 방향으로 공이 오리라고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나 키커도 골키퍼와 똑같이 생각을 해서 원래 방향대로 차야겠다고 마음을 바꿔 먹겠죠? 이어 계속해서, 또 계속해서..."
#페터 한트케
페터 한트케의 소설이다. 그의 나이 28살에 발표한 소설이다. 1942년 생인 그는 언어에 집중한 실험적 글쓰기로 새로운 문학세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관객모독이라는 대단히 실험적인 작품이 대성공을 거두면서 한트케는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다. 이 소설은 주로 내용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던 그가 다시 소설의 내용에 집중한 첫번째 소설이다.
페터 한트케는 얼마전 노벨문학상을 받으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수상 이후 그의 친세르비아 성향과 독재자 옹호 발언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줄거리
주인공 요제프 블로흐는 한때 잘나가는 골키퍼였다. 그러나 은퇴 후 건설현장에서 조립공으로 일하다. 어느날 느즈막히 출근한 블로흐는 자신을 힐끗 보는 현장감독의 눈빛을 그만두라는 신호로 받아드리고 담담하게 공사장을 나온다.
직업을 잃으면서 그는 모든 것에 불안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극장, 카페, 호텔, 바를 돌며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낸다. 틈틈히 친구, 애인 들에게 전화해보지만 도통 연락이 닿질 않는다. 그는 주변인들과 소통에도 실패하고 다툼을 벌이기 일수다. 어느 일요일 블로흐는 극장 매표소 아가씨와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월요일 아침 그녀가 블로흐에게 일하러 안가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블로흐는 충동적으로 그녀를 목졸라 죽인다.
살인 후 그는 국경지역에서 여관을 하는 여자친구가 생각났고, 무작정 국경지역에 있는 마을에 방문한다. 그곳에서 도망가서 뉴스와 신문을 보며 자신의 살인사건이 어떻게 수사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국경마을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자신이 붙잡힐 거라는 신호라고 느끼고 불안에 떤다.
#마치며
굉장히 어려운 소설이라고 생각된다. 독일어로 표현되는 언어유희가 수차례 나오는데 어렵다. 피터 한트케는 '문학은 언어가 가리키는 사물이 아니라 언어 그 자체'라고 말할 정도로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말한다. 그래서일까 이야기의 흐름도 특정한 사건이 아닌 주인공의 내면의 불안감으로 이끌어 나간다.
나는 보는 내내 최근에 본 영화 조커가 생각났다. 아서 플렉이 광대회사에서 잘리고 살인을 저지른 것을 시작으로 자신에게 무례하게 대하면 무차별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모습이 페널티킥 앞에선 골키퍼의 불안의 주인공 블로흐와 매우 흡사하게 느껴졌다. 이 소설 또한 영화로 제작 되었다.
소설은 사회와 타인으로 부터 소외된 불안과 공포가 불러온 살인과 그 불안에 이끌려 하루하루 마구잡이로 살아가는 주인공 블로흐를 따라간다. 소통이 어려운 현대 사회의 극단적인 모습을 그린 소설 '페널티킥 앞에 선 골키퍼의 불안' 추천하기에는 조금 애매한듯 하다. 하지만 당대의 유럽문학의 흐름을 비판하고 기존과 전혀 다른 접근을 시도한 상징적인 측면에서는 한번 쯤 읽어봐도 좋을 소설이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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