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네온사인에 홀린듯 들어갔다. 빨갛고 파란 원색의 네온사인. 가정집을 개조한 듯한 오래된 가게. 다 타버린 연탄더미와 무수히 많은 화분이 가게에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넓은 홀에는 원통형의 둥근 테이블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식당은 손님이 하나도 없고 마감을 하려고 하는 느낌이었다. 문을 빼꼼히 열고 혹시 식사되나요?하고 묻자 주방에 계시던 사장님이 네~ 되죠. 하고 답했다.
우리는 적당한 테이블을 찾아 앉았다. 자리가 꽤나 넓어서 여기 앉을까 저기 앉을까 하다가 그냥 가운데 테이블에 앉았다. 청주 율량동에 위치한 불타는 삼겹살은 생고기 전문점으로 고기 메뉴는 생 삼겹살과 목살 그리고 매운닭발이 있었다. 고기는 모두 국내산.
삼겹살 3인분을 우선 주문했다. 잠시 후 쌈장과 파절이가 나왔다. 파절이는 기계가 아닌 손으로 썬듯 했다. 두툼한 파와 매콤새콤한 양념이 잘 어울렸는데 파가 꽤나 매웠다. 내가 매워하자 사장님은 이따 콩나물이 나오면 그거랑 비벼먹어요. 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콩나물이 나오나보다. 잠시 뒤 적당히 삶아진 콩나물이 나왔다. 파절이와 잘 비벼서 먹었는데 은근 중독성 있다. 고기랑 먹으면 딱 일듯 했다.
고기가 나왔다. 제법 두툼한 고기와 마늘, 굵은소금이 나왔다. 불은 독특하게 숯에 불을 붙이는 착화탄을 이용한다. 사장님은 착화탄 4-5개 위 두툼한 생고기 두줄 올리고 능숙하게 소금을 뿌려주었다. 배가 고팠던 우리는 집게를 두개 더 가져와 1인 1집게로 고기를 뒤집기 시작했다.
고기가 익어가며 추가 반찬이 나왔다. 그럴듯한 묵은지, 생 오이를 큼지막하게 자른 오이무침이 나왔다.
메뉴에는 뚝배기밥 이란게 있었는데 뚝배기에 끓이는 밥을 이야기 한다고 했다. 공기밥이 따로 없고 뚝배기밥을 주문하면 그때 밥을 안치기 때문에 미리 주문해야 한다. 우리는 바로 주문을 해서 뚝배기밥과 찌개가 함께 나왔다.
펄펄 끓는 된장찌개는 파와 호박, 두부가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적당히 칼칼하고 구수한 된장찌개. 마치 집에서 끓여먹는 그런 맛이었다. 잘 익은 밥이 나오고 뚝배기에 누른 밥으로 누룽지를 만들어 주신다.
착화탄의 강력한 화력 덕분에 고기에서는 야외 캠핑장에서 구워먹는 그런 불 맛이 난다. 생 돼지 삼겹살은 좋은 곳에서 납품을 받는 듯 하다. 살고기와 지방층의 비율이 환상적이다.
맛있게 먹다가 묵은지를 올린다. 돼지기름을 살살 바른 묵은지는 이 세상 맛이 아니다. 언뜻언뜻 집에서 먹는 할머니 묵은지의 느낌이 낫다. 직접 담군 김치가 분명했다.
김치와 파절이, 고기를 한 쌈에 싸서 먹고 고슬고슬 잘 익은 뚝배기밥을 먹는다. 구수한 된장찌개로 느끼한 맛을 잡고, 아삭한 오이를 한입 베어물고 다시 고기 먹을 준비를 한다. 한창 이렇게 반복하다보면 뚝배기밥을 다 먹는다. 이제 아까 나온 누릉지를 한술 떠서 먹는다. 맛있다. 거하게 먹었다.
기분좋게 먹고 나왔다. 소주와 음료, 고기 6인분, 밥 3개를 먹었다. 가격은 7만 얼마가 나왔다. 청주에 사는 친구가 사줬다. 비용이 저렴한걸 떠나서 제대로된 음식을 먹은 기분이었다.
사먹는 음식과 집에서 제대로 된 음식을 먹는 것은 차이가 크다. 청주 불타는 삼겹살에서는 마치 집에서 가족끼리 구워먹는 삼겹살 한 한상을 먹는 듯한 정성과 맛이 있다. 나는 서울에 살지만 청주에 간다면 꼭 다시 '불타는 삼겹살'에 방문해야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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