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한강, 5월의 광주,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

 가슴이 찢어졌다. 읽는 내내 그 직설적인 표현이. 육체가 90도로 놓여 몸의 탑이 쌓인다는 이야기가 이 세상에서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이야기가. 속을 후벼팠다. 오늘 리뷰할 책은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이다. 




 살아있는 한국작가의 책을 리뷰하는 것은 꽤나 부담되는 일이이라 잘 하진 않지만 이 책만큼은 꼭 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소년이 온다>를 써준 작가에게 감사 인사를 올린다. 유명한 소설가가 이 이야기를 다뤄주어서 고맙다고. 


 소설가 한강을 알게 된건 대부분의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채식주의자>의 뉴스를 통해서다. 무슨 외국의 유명한 상을 받았다고, 너도 나도 들고 다니면서 읽는게 유행처럼 보여서 알게 되었다. 대단한 문학작품이 하나 나왔다 하길래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어려웠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었다. 그렇게 난해함만을 남기고 잊혀졌다. 


 얼마전 지인에게 '<소년이 온다>는 꼭 읽어야 해'라는 이야길 들었다. 그는 읽으면서 펑펑 울었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소설을 보면서 펑펑 울기란 쉽지 않은데.. 란 생각을 했다.  제목만 봐서는 소년이 등장하는 신파 소설쯤이나 생각했고, 작가가 한강이란 이야기에 썩 내키지 않았다.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는 소설도 읽는데 거부감을 더 해주었다. 그럼에도 나는 채식주의자의 난해함보다 그의 안목을 믿었기에 두어번의 고민 끝에 <소년이 온다>를 구매했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월 광주에서 벌어진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이다. '5.18 민주화 운동'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벌어진 이 시민운동에서 흐른 피로 지금의 민주주의가 완성 되었다. 5.18 광주민주화운동은 1979년 12월 12일 전두환의 쿠테타로 군권을 장악하면서 시작되었다. 유신정권이 끝난 시점 다시 군사정부를 일으키려는 전두환의 만행에 많은 대학생들이 학교를 중심으로 시위를 시작했다. 이에 군사정부는 전국에 비상계엄령을 선포하고 군을 도시로 불러들인다. 


 80년 5월 광주에서도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진압군과 시민들 사이에서 총격전이 벌어진다. 총에 맞아 사망하는 시민이 나오자 시민들은 예비군 소총을 탈취하여 군인들에 맞섰다. 당시 수백에서 수천명이 죽거나 다쳤으며 실종당했다. 


 <소년이 온다>는 광주민주화운동이 터지고 난 이후 중학교를 다니던 동호와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있다. 총 6장으로 각 장은 동호를 포함한 각각의 인물들의 시점에서 5월의 광주를 회상한다. 인물들이 겪은 5월의 광주와 그 이후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담겨 있다.


 5월 소년 동호가 함께 거리로 나선 정배를 찾기 위해 도청에 방문하면서 소설은 시작된다. 정배의 시신을 찾기 위해 들렀다고 하지만 동호는 정배가 죽었단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상무관에 남아 시신을 관리하는 일을 돕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에 돌아오라는 어머니의 말을 무시하고, 도청에 남는다. 


 학창시절에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교과서에 실려 있지만 이런 사건이 있었구나 하고 지나갔다. 이 사건을 나에게 각인 시켜준 선생님은 없었다. 소설은 '군사정권에 반대해서 사람들이 시위를 하다가 많이 죽은 사건'에서 더 들어가 소년 동호와 정배, 그리고 함께 싸운 형, 누나, 엄마의 개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사건 중심이 아닌 개인에 서사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당해온 끔찍한 사건들이 독자에게 생생하게, 보다 몰입해서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어 놨다. 


 그들이 민주주의를 얻기 위해 잃은 것. 아니 단순히 그날 그 거리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경험한 것들은 개인이 겪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일들이다. 어떤 학교의 선생님보다 <소년이 온다>는 그날의 참상을 생생히 전달해 주었다. 상무관 계단에서 콸콸 흘러 내리던 소년들의 피 소리가, 울부짖는 어머니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다. 40년이 지났다. 앞으로도 그날 광주에 있었던 수 많은 동호에게 감사하며 그들을 기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