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 유즈키 아사코, 사내괴롭힘은 아닙니다 멘토링 이야기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제목만 들어보면 굉장한 회사 괴롭힘 장르 같지만 실제로는 멋진 직장상사가 등장하는 성장 소설이다. 영화로 보면 <인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킹스스피치>, <킹스맨>(?)을 떠올리면 대충 감이 올 것. 

 작가는 유즈키 아사코 데뷔 후 내는 소설마다 일본 유력 문학상에 후보로 올라가며 주목받는다. 오늘 포스팅할 책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가 대박이 난다. 2개월만에 10만부 돌파, 곧바로 드라마로 제작되며 '앗코짱' 신드롬을 일으킨다. 

 짧은 4개의 단편 모음이고 네편 모두 앗코짱이 등장하지만 주연급으로 등장하는 건 처음 두개 편이다. 나머지는 지나가는 역할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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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 근무하는 파견직원 사와다 미치코가 주인공이다. 그녀는 주관없는 삶을 산다. 수동적이고, 도쿄로 상경하게 된 것도 남자친구를 따라서 올라왔다. 그녀는 남자친구가 이별을 선언하자 멍하니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다. 

 점심시간 멍하니 있는 미치코를 바라보던 다른 여직원이 있다. 이 출판사의 유일한 여자 정사원. 구로카와 부장. 그녀는 45세 독신. 떡벌어진 어깨 큰 키. 아쓰코라는 이름 덕분에 앗코짱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미치코에게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다가 그녀가 도시락을 싸들고 다닌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사과한다. 미치코는 오늘 입맛이 없어서 도시락을 그냥 가져가려고 했다며 괜찮다고 한다. 앗코짱은 그렇다면 자신에게 도시락을 달라고 한다. 얼결에 yes라고 말해버린 미치코. 점심시간이 지나고 앗코짱은 맛있었다며 그녀에게 앞으로 일주일간 점심 바꿔먹기를 하자고 제안한다. 

 점심 바꿔먹기. 앗코짱은 일주일마다 다른 가게에서 점심을 먹는데 시마와가 도시락을 싸오면 자신의 점심 코스가 적힌 메모와 돈을 주는 것. 시마와는 이 제안도 거절하지 못하고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싸게 된다. 

 다음주 월요일 미치코는 울며 겨자먹기로 앗코짱의 점심도시락을 쌌다. 그녀는 거절을 못하는 성격이다. 점심 도시락을 매일 싸는 이유는 근처에 마땅한 밥집이 없다는 것, 그리고 파견직 봉급이 적기 때문에 도쿄의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서이다. 그런 그녀에게 점심을 사먹는 일은 굉장히 생경한 일이다. 회사근처에 밥집도 없을텐데 라는 생각을하며 그녀는 첫날 조심스럽게 앗코짱이 넘겨준 약도를 지도삼아 점심식당으로 향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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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서 말했듯이 소설은 성장소설이다. 순진무구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삶의 목표조차 없던 미치코는 상사의 도시락을 싸주는 대신, 점심을 먹기 위해 도쿄 거리로 나가게 된다. 집과 회사, 그리고 남자친구밖에 모르던 그녀에게 앗코짱은 새로운 세상을 보여준다. 책을 읽는 내내 작은 미소를 지으며 읽었다. 철 없던 시절의 젊은 날이 생각나서 였다. 앗코짱 같은 멋진 어른이 있었으면 나는 지금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미치코 나이 때가 떠올랐다. 사무직을 시작하게 된 내 첫번째 회사는 군대였다. 어린 나이에 엑셀의 e자도 모르고 사수에게 꿀밤을 맞아가며 배웠다. 한글을 켜서 문서를 작성하는 도중에 마우스에 손을 대면 욕이 날아왔다. 지옥처럼 느껴지던 사수가 나를 강제로 레벨업 시켜놓고 전역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햇병아리였고, 담당관은 실무는 전혀 안하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우리 부서의 일은 잘 돌아갔다. 그는 처세술의 달인이었다. 직무에 대한 세부적인 것은 잘 몰랐지만 일 안하는 법, 일 떠넘기는 법, 요령피우는 법, 상사에게 인정 받는 법과 같은 직장생활에서 꼭 필요한 기술로 중 무장하고 있었다. 나는 그의 밑에서 적당히 잘 일하는 법을 배웠다. 분명하게 우리 부서의 일임에도 다른 부서로 쳐내는 그의 모습에서 미치코가 앗코짱에게 느꼈을 법한 그런 감정을 느꼈던거 같다. 
 

 누구한테 이 책을 추천하면 좋을지 고민해 봤는데, 딱히 없는 거 같다. 미치코와 같은 처지의 사회초년생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고 나처럼 이제 중간관리자 역할을 해야하는 30-40대가 봐도 자신으 회사생활과 인생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뒤에 나오는 미치코가 주연으로 등장하지 않는 소설 또한 굉장히 좋았다. 

 가볍고 쉽게 읽히고 중간중간 일러스트도 귀엽고, 아기자기한 소설. <나는 매일 직장상사의 도시락을 싼다> 추천.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