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사랑, 몸, 고독편 - 강신주, 지금 철학이 필요한 순간

 대학시절 교육철학에서 철학을 처음 접한 나는 모든 일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철학을 모르고 살아온 나날들. 아무런 무기도 없이 삶이라는 전쟁에 던져진 내 자신이 맨손으로 스스로의 철학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 했던걸 생각하면 아쉬움이 가득하다. 



 교육 과정내에서 다양한 철학사상들을 배웠으면 좋았겠지만 이과인 나는 코사인과 사인, 탄젠트와 싸우고 있었다. 철학은 세계와 인간의 원리 근본, 진리, 기본이 되는 실체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래서 모든 학문은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고대의 철학자들을 보면 수학가이면서 음악가이고, 화가이면서 발명가였다. 



 위에서 언급했듯 철학없는 삶이란 무기없이 전쟁 한복판에 던져진 아이와 같은 무방비 상태다. 만약 철학을 알고 전쟁터에 들어갔다면 '뭐 어쩌라고 내가 짱인데' 라는 엄청 쎈 방어막과, 조롱과 염세, 유머라는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지니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학을 배우지 않고 모르고 전쟁터에 내던져지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 겨우 애매한 철학을 알게 되거나, 아에 아무런 철학도 없이 인생의 고됨만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강신주의 다상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자신만의 철학이 없거나 얕아, 강신주 철학자의 따끔한 일침을 맞게 된다. 이 책은 전쟁통에 아무것도 없는 인물들의 무방비함을 보여주면서 철학으로 무장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알려주는 좋은 철학 입문서이다. 책에서 주로 인용되는건 니체와 벤야민이다. 강신주 박사는 사회적으로 강요되는 도덕적 굴레에 의해 사랑과 몸의 인식에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보는 듯 하다. 




 이 포스팅을 깨작거리면서 깨닫게 되었는데 책보다 좋은 철학 영상자료는 넷플릭스의 <굿 플레이스>다. 온갖 복잡한 철학적 문제와 윤리 담론을 드라마에 잘 녹여냈다. 거기에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는 가슴벅찬 드라마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와서, 책은 김어준의 색다른 상담소와 벙커 1에서 진행된 상담 프로그램의 일부를 모아 정리한 책이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김어준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을 싫어하는 편인데 그치와 얽힌거 치고 책 내용 만큼은 굉장히 간단 명료했다. 


 공감가는 내용들도 있고 동의 못할 내용들도 있었다. 사랑 편에서는 타협하지 말라. 타협하지 말고 주인공이 되어라. 라는 내용은 구구절절 맞는 말이라 좋았다. 언제나 맞는 말은 쉽고 간단해 보이지만 이루기 어렵다. 


 몸 편은 몸과 정신의 상관관계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했으나 주로 성에 관한 이야기였다. 억눌린 성 관념으로 섹스를 사랑의 종결로 또는 사랑의 완성, 대단한 궁극의 가치로 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고독 편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내가 생각하는 고독과 정 반대의 시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신주 박사는 고독을 자극 극장안에서 갇혀 세상을 화면으로 바라보는 것이라 했다. 고독의 해소법을 몰입에서 찾았는데 그런 방식도 흥미로웠다. 


 강의와 상담이라는 부분으로 각 파트를 나눠서 쓰여있다. 말로 했던 것이니 만큼 읽기 쉽고 중간중간 소개되는 시들이 좋았다. 철학서를 보다 쉽게 다가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인생이 고되다 싶을 때 한 번 쯤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 니체나 벤야민이 아닌 다른 철학자들의 사상도 접해보길 추천한다. 

++ 쉽게 읽히는 반면 무례하게 느껴지는 글이 제법 있었다. 

+++ '세상에 정답은 없다.' 쉽게 읽혔다고 진리가 아니다. '이 사람의 말이 전부 답이다' 라는 착각에 빠지지 말기를, 그의 말투가 단호하다고 그것이 진리는 아니다. 다른 반대되는 사상가들의 이론도 접해보고 내 상황에 맞는 무기를 잘 고르길 바란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