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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부인은 그를 버렸다.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진 것. 졸지에 공식적으로 솔로가 된 그는 어떤 호텔로 끌려 간다. 호텔은 솔로 사관학교 같은 곳이다. 이곳에서는 45일안에 커플이 되어 졸업해야한다. 만약 45일이 지나면 본인이 희망하는 동물로 변하게 된다.
이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이 정기적으로 솔로 사냥에 나선다. 솔로를 마취총으로 잡아들이면 체류기간이 사냥감 1명당 1일 늘어난다. 그는 이미 개가 되어버린 그의 형과 함께 호텔에 왔다.
1일차.
그는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호텔에 맡긴다. 군대와 같다. 개성을 벗기는 것이다. 호텔에서 제공되는 옷만 입어야 한다. 식사도 제공된다. 하지만 커플이 아닌 경우 혼자 먹어야 한다. 운동도 커플이 아니라면 혼자 하는 운동만 해야한다. 골프나 스쿼시 같은.
2일차.
그는 씁쓸하다. 왜 자신의 부인이 떠났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터뷰에서 그는 만약 동물이 된다면 랍스터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랍스터는 귀족처럼 푸른피를 가졌고, 100년 이상 살 수 있으며, 평생 번식을 하기 때문이다. 2일차는 혼자됨의 쓸쓸함을 느껴보라고, 한팔을 뒤로 묶어 혼자선 불편하게 생활 하도록 만든다.
사실 이런짓 까지 하지 않더라도 그는 혼자됨의 쓸쓸함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고질적으로 어깨죽지가 아파서 연고를 발라야 한다. 하지만 혼자서는 손에 닿지 않기 때문에 매번 애먼 곳에만 바른다.
그는 동물이 되기 싫었다. 용기를 내어 한 여성에게 춤을 추자고 한다. 그녀는 코피를 자주 쏟는다. 춤을 추면서도 코피에 대한 이야기만 주구장창 늘어 놓는다. 쉽게 친해질 수가 없다.
다른 절름발이 투숙객은 스스로 코를 찧어 그녀를 유혹한다. 코피를 흘린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그녀 앞에서 매번 코피를 흘린다. 그는 지켜보며 저렇게 까지 해야하나 생각한다.
시간이 흐르고
그는 초조해진다. 노골적으로 그를 성적으로 유혹하는 여자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호텔내에 비정한 여자로 소문난 여자가 있다. 그는 그녀를 유혹하기 위해 비정한척 한다. 그녀는 자신과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목에 올리브가 걸려 호흡이 불가능한척 연기를 하는데 눈치 빠른 남자는 그게 그녀의 테스트임을 알고 있다. 테스트에 통과한 그는 비정한 여자와 함께 살기 시작한다.
이 호텔에서는 2주간 한방을 쓰고, 2주간 한 요트를 사용한다. 둘이 헤어지지 않고 끝까지 커플을 유지하면 도시로 돌아갈 수 있다.
그는 비정한 여자와 함께 살아간다. 감정없는 섹스를 하고, 대화를 한다. 자신을 숨기고 비정한 여자에게 모든 것을 맞춘다. 몇일 뒤 비정한 여자는 개가 된 그의 형을 발로 차서 죽인다. 그냥 죽인다. 그는 당황했지만 아닌척 한다 하지만 형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비정한 여자는 그가 자신에게 맞추기 위해 거짓을 연기 했으므로 결별을 선언하고 그를 신고하려고 한다. 그는 관계의 패배자처럼 질질 끌려가다 호텔 탈출을 결심한다.
주 배경이 되는 호텔과 숲은 강력한 규칙을 가진 통제 집단이다. 커플이 되라고 강요하는 호텔, 커플이 되면 안된다는 숲. 영화의 주인공은 호텔에서 커플이 되지 못하고, 숲에서 커플이 된다. 사랑따윈 모르겠고 난 살아야겠다고 탈출한 숲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주인공이 참으로 애석하면서도, 그렇지 사랑은 그런거지 하고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화는 인물들에게 양극단의 선택을 강요한다. 호텔에서는 커플 아니면 동물, 중간이 없는 신발 사이즈, 이성애 아니면 동성애, 규격화 되어 두가지 색으로 있는 옷. 숲에서는 오직 솔로, 음악도 혼자 들어야한다. 상대방의 도움을 받는 것은 치욕적인 일이다. 눈이 맞으면 물리적인 처벌을 받게 된다.
완벽한 커플이 되기 위해서는 커플간의 공통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꾸준히 암시한다. 절름발이의 사별한 부인은 절름발이였고, 새로 생긴 애인의 습관성 코피와 같은 공통점을 만들기 위해 고의로 코피를 낸다. 주인공 또한 비정한 여자를 유혹하기 위해 비정한 척 연기를 한다. 숲에서는 근시라는 공통점이 있는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좋은 장면과 요소들이 너무 많다. 둘이 손을 잡고 갈대밭을 지나가는 것, 형이 죽은 것을 보고 부들부들 떨면서 괜찮은척 하려고 애쓰는 장면. 숲에서 각자 CDP를 끼고 EDM을 들으며 춤추는 장면과 호텔을 습격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그곳에서 그들은 누구를 살해하는 일을 하기보다, 커플을 헤어지게 만드는 작업을 한다. 그들이 믿었던 완벽한 사랑도 결국 개인의 생존 앞에서는 무용했다.
중간중간 들어가는 담담한 나레이션은 한 편의 장편 소설을 읽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들었다. 주연 배우 콜린페럴의 연기 또한 일품, 마치 영화가 다큐로 보일 정도로 관객을 영화속으로 끌고 들어간다.
영화는 완벽하게 통제된 두 장소에서 발생하는 사랑의 형태들을 보여준다. 사랑의 조건, 그것을 위해 어기고 속여야 하는 수 많은 난관들, 그러다가 갑자기 우연히 불현듯 뜻하지 않는 장소에서 뜻하지 않게 찾아오는 맘처럼 안되는 사랑의 복잡함.
공통점이 있어야만 커플이 될 수 있다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룰은 종극에 가서는 주인공이 스스로 눈을 파려는 시도를 하게 만든다. 나는 이런 시도가 시스템으로 강요당해 생긴 강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이와 공통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끝까지 주인공은 상대에게 맞추는 사랑을 하려고 시도한 것 같다. 하지만 뭐 사랑이 같아만 사랑인가, 어깨죽지에 손이 닿지 않는 부분에 연고를 발라줄 수 있으면 그게 사랑아닌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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