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법 흥겨운 포크송이 흘러나온다. 주인공은 르윈 데이비스, 포크송 가수다. 무대에서 큰 박수갈채를 받고 내려오는 르윈. 누군가 찾아왔단 이야기를 듣는다. 선술집 밖으로 나가는 르윈. 중년의 정장차림의 사내가 르윈에게 펀치를 날린다. 펀치를 맞은 르윈은 다음날 낯선 침대에서 눈을 번뜩 뜬다.
오늘 포스팅할 영화 <인사이드 르윈>은 코엔형제가 감독한 2013년도 작품이다. 감독 코엔형제는 얼마 전 넷플릭스 오리지널 <카우보이의 노래>를 감독했다. 나는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너무 재밌게 봤다. 헐리웃에서는 거장의 반열에 들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인지도가 낮은편이라고 한다.
코엔형제의 영화 특징으로는 어딘가 고장난 등장 인물들의 오해가 차곡차곡 쌓여 사건이 진행된다는 것. 이런 전개는 관객이 긴장하고 영화에 완벽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사이드 르윈>에서도 시간에 따라 진행되는 복잡 미묘하고 얽히고 섥힌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 역을 맡은 오스카 아이작은 이 작품을 계기로 헐리웃 주연급 배우가 된다. 노래도 잘하고 눈빛도 그윽하고 좋은 배우다.
주인공 르윈은 아직은 덜 유명한 포크송 음악. 듀오로 활동하다가 지금은 솔로활동만 한다. 음반사 사장은 자신들의 저작권을 떼먹기 일수고, 르윈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돌아 다닌다. 전날 두들겨 맞고 자신에게 무한한 환대를 보여주는 골페인 교수의 집에서 눈을 뜬다.
르윈이 집을 나서려는 순간 교수의 고양이가 따라나온다. 그는 고양이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들고다닌다. 음악은 안되고 일은 안풀리고 돈은 없고, 친한 여자친구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것 같다고 말한다.
예술인의 내면을 그린 영화 같지만 사실 삶 자체가 주는 실제적인 어려움을 다루고 있다고 느껴졌다. 특히, 고양이 이름이 율리시스인걸 알게 된 순간 아. 이거 큰일났구나 싶었다. 누구에게나 르윈의 고양이가 있기 마련이란걸 알게 된다. 고양이는 이동에 불편함을 주고, 관계에 어려움을 준다. 고양이는 르윈에게 전혀 필요없는 존재지만 없어져버려 찾게 되는 그런 존재다.
르윈이 꿈을 이루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짠하게 보여준다. 포크송 가수로 성공을 꿈꾸는 르윈을 보고 있지만 사실 내 인생도 순탄하지만은 않았고, 앞으로도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임을 알게 된다.
영화 끝 무렵에 르윈은 포크송 가수라는 꿈을 버리기고 배에 올라타려고 한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한 그때 그의 가난이 다시 그를 포크송 가수로 몰아간다. 정말로 인생은 내가 하고싶다고 생각하는 걸 멋대로 할 수 있게 해주질 않는다. 삶은 끝없는 고난과 고뇌의 연속이다.
솔직히 보는 내내 영상미, 연기, 음악 모든 것이 좋았지만 영화 내용만큼은 편히 볼 수가 없었다. 오스카 아이작의 어딘가 반쯤 가버린 듯한 눈빛과 궁상맞은 모습이 내 모습과 겹쳐보이기도 했다. 중년 남성에게 줘터지고 떠나는 그를 보면서 “au revoir” 라고 말하는 모습이. 피곤해 죽겠지만 내일도 눈을 떠야하는 죽음으로 가는 필연적인 과정을 말하는 듯 했다.(?뭐래..)
아무튼 이 포스팅이 마무리가 안되서 질질 부여잡고 있다가 2시가 다 되가는 시간에 억지로 마무리 짓는다. 그만큼 율리시스 적인 이야기다. 젊은 예술가의 초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아무튼 그렇단 이야기다. 지금은 르윈의 내면보다 내 내면이 더 중요한 시간. 자야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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