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빈이 없어졌다. 가끔 가서 차한잔에 랜덤재즈들으며 책보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없어졌다. 슬펐다. 왜 남의 가게 망한 것에 까지 상실감을 느껴야 할까. 모두들 안망했으면 좋겠다. 가을이라 그런가 부쩍 슬픈 생각이 많이 난다. 슬프면 배가 고프다. 그래서 커피빈이 없어진 자리에 들어선 노브랜드 버거에 들어갔다.
왜 브랜드를 해서 비싸게 파냐는 모토의 노브랜드버거는 신세계에서 만든 브랜드다. 사실상 말이 좋아 노브랜드지, 노브랜드를 노브랜드라고 브랜딩 한거 아닌가. 노란색 왜 비싸게 먹냐는 비싸보이는 인테리어가 된 가게로 들어갔다. 가게에는 인건비 절감을 위한 키오스크가 나를 맞이해줬다.
세대가 배치되어 있었고 사람들이 줄 서 있었다. 뭘먹지 하는데 흠칫 가격에 손이 멈췄다. 맥도날드보다 조금 비싼 가격대. 프리미엄 수제버거를 싸게 먹는다라는게 가장 큰 장점인 듯 하지만 그렇게 싸지도 않다. 거기에 콜라는 펩시다. 아무튼 나는 대충 젤 싼거보다 한단계 위 인 NBB어메이징 세트를 주문했다. 가격은 6,500원. 펩시는 제로 칼로리 펩시 맥스로 했다. 버거 세트는 약 5-8천원으로 사실상 와 무지싼데 하는 느낌은 받을 수 없다.
손님이 꽤 많았다. 나처럼 혼자와서 먹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참으로 가을에 걸맞는 외로운 가게였다. 한참을 기다렸다. 오픈 키친으로 요리하는 모습이 보이고, 한쪽에는 디스펜서기가 놓여있어서 음료는 무한정 가져다 마실 수 있다.
빈 구석의 테이블로 가서 앉았다. 사회적거리두기 때문에 테이블은 4인석은 사선으로 앉게 되어있었다. 하지만 강북구 외로운 사람은 여기 다 모인듯 한명씩 밖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잘 지켜지고 있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인사이드 르윈을 보다가 밥이 나왔다는 알림에 호다닥 뛰어서 햄버거를 챙겼다.
빈 종이컵에 디스펜서기 앞에서서 왕년에 미소지기 였던 실력을 십분 발휘하여 제로 펩시를 거품없이 한가득 능숙하게 따랐다. 자리로 돌아와 인사이드 르윈의 첫 장면인 가스등에서 노래하는 씬을 보다가 아 이건 노브랜드 햄버거 집에서 볼 영화는 아닌데라는 생각에 끄고 다른걸 보기로 했다.
햄버거는 차가웠다. 왜 차가웠을까. 햄버를 먹었다. 맛은 그냥 저냥. 깔끔했다. 뭐 수재버거니 뭐니 해도 어차피 빵에 막고기 다진거 구워서 들어가고 치즈올라가고 하는건 똑같기 때문에, 그냥 햄버거 맛이고, 나는 햄버거를 사랑한다. 감자튀김은 꽤나 두툼한 사이즈에 크게 기름지지 않은 느낌이었다. 맛있었다. 콜라가 무한리필이라 좋았지만 펩시라 안좋았다.
차가워서 조금 냉정한 맛. 노브랜드 버거집에는 외로운 사람들이 모인다. 혼밥을 햄버거로 즐기는 사람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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