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매치 직관
K리그 FC서울대 수원삼성의 경기가 있다. 일요일 19:00시 경기 시간대가 조금 아쉬웠다. 토요일 경기였으면 U-20, A매치에 이어 좋은 흐름을 탈 수 있었을 텐데. 일요일 저녁시간은 아무래도 직장인들에게는 조금 부담이다.
경기는 시작부터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애초에 서울시와 함께 하는 슈퍼매치로 기획되었었다고 한다. 서울시장이 와서 시축하고 응원을 함께하는 일정이라고 들었다. 나는 정치인이 경기장에 오는걸 극도로 싫어해서 기획자체가 썩 맘에들진 않았다. 서울이 시민구단도 아니고. 어쨋든 그러기로 했으나, 일요일 새벽에 U-20경기 거리응원이 진행되면서 우리 바쁘신 서울시장님은 FC서울 행사를 급작스럽게 취소하셨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U-20경기가 상암에서 진행되었으며, 2만명 정도밖엔 오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시장 입장에서는 4만명이 운집한 슈퍼매치에 오는 것이 자신의 유권자들을 만드는데는 더욱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어찌되었던, 슈퍼매치는 88번째 경기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미 인스타그램으로 모든 지정좌석이 매진되었다는 화려한 문구가 떠있었다. 나는 갈까 말까 하다가, 요즘 서울의 경기력이 나쁘지 않아 직관을 가기로 결심했다.
이번시즌에는 페시치 영입이후 직관을 많이갔는데 이럴거면 시즌권을 살 것을 그랬다. 매년 사오다, 작년 너무 못해서 올해 구매를 포기했는데 지금 리그 3위라니. 정말 감독이 이렇게 중요하다.
88번째 슈퍼매치. 최근 슈퍼매치는 서울이 압도적이다 오늘 승리로 15경기 무패라고 하니 압도적이다. 이번 경기 기록까지 더하면 88전 33승 23무 32패.
1시간 30분 일찍 도착한 상암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다. 보통은 이렇게까진 일찍 오지 않는 편인데 슈퍼매치라 원하는 좌석에 앉지 못할까봐, 조금 일찍갔다. 요즘은 푸드코트도 잘 되어있다. 줄이 길어서 먹진 않는다.
친구를 만나 티켓을 받고, 경기장으로 들어간다, 보통 코너플랫 뒤편 사선으로 경기를 보는 편이다. 역동적이기도 하고 가까워 보이기도한다. 경기장엔 평소보다 많은 FC서울 서포터들과 가족단위로 방문한 관객들이 인상적이었다. 확실히 지금은 축구의 인기가 좋다. 못해도 3만명은 온듯 했다. 경기력이 좋아야 할텐데 하는 우려와 함께 경기를 지켜봤다.
선발 라인업은 페시치와 박주영을 투톱으로 기용했다. 고요한과 알리바예프, 정현철, 윤종규, 고광민이 미드필더 라인을 오스마르, 김원식, 황현수가 수비를 맡았다.
3-5-2 전술인데, 사이드 미드필더를 보는 윤종규, 고광민의 역할이 중요한 전술이다. 경기전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푼다.
박주영 선수의 폼이 굉장히 좋다. 선수들이 몸을 푸는 것을 보면 그날 경기력이 대충 눈에 보인다. 지난 경기에는 박동진 선수의 슛감각이 좋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로 골을 넣었다. 오늘은 박주영 선수가 기대되었다.
경기가 시작되고 전반 10분이 지났을 무렵, 프리킥 찬스를 얻은 FC서울 킥감각이 좋은 박주영의 오른발과 강력한 오스마르의 왼발이 대기 중이었다.
당연 박주영이 감아찰 줄 알았으나, 의외로 움직인건 오스마르. 왼발에 제대로 얹힌 공이 포스트 왼쪽 상단에 꽂혔다. 뒤에서 봤을때 공의 궤적은 정말, 아름다웠다.
1:0으로 쉽게 경기가지고 가려나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서울의 경기력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알리바예프 - 고요한 조합은 투박했고, 3선에서 자꾸 끊기는 패스를 했다.
잠시 뒤 수원은 서울의 패스미스를 놓치지 않았다. 빠른 역습과 2:1 패스를 이용해 서울 수비진을 붕괴시켰다. 한의권이 빈틈을 놓치지 않고 골을 만들었다.
약간은 허무한 실점이었다.
그 후 치열한 중원싸움은 계속되었다. 윤종규 선수의 아쉬운 볼처리, 고요한의 안보고 주는 뒷발 패스가 난무했다. (제발 안했으면 좋겠다. 역습의 시발점이 되며, 성공하는 걸 본적이 없다.)
후반이 시작되고 수원은 호주국가대표 타가트를 투입해 공격력을 올렸다. 타가트와 사리치, 데얀의 조합은 정말 무시무시했다.
후반 16분, 서울의 공격이 통했다. 답답했던 공격루트의 활로를 뚫은건 고요한, 드리볼을 또 끄는가 했는데 패스를 했다. 패스는 페시치에게 정확하게 갔다. 페시치는 뛰어난 결정력으로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수원은 데얀을 뺐다. 서울에선 데얀선수가 볼을 잡을때마다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는데, 이게 라이벌매치의 재미가 아닌가 싶다. 수원삼성도 목이터져라 응원했는데 기세가 대단했다.
후반 34분 코너킥 상황에서 혼란한 상황 박주영의 백헤딩이 오스마르 발앞에 떨어지고 오스마르가 강력한 왼발 발리킥으로 수원의 골망을 갈랐다. 경기는 3-1 주도권이 완벽하게 넘어왔다.
그 이후로 페시치가 알리바예프의 날카로운 패스를 이어받아 논스톱 슈팅으로 4-1로 경기에 못을 박았다.
그대로 마무리 되었으면 좋았겠지만 경기 종료직전, 사리치가 올린 크로스를 타가트가 헤딩으로 마무리 하면서, 1점 따라왔다.
이 경기를 서울이 승리하면서, 최용수 감독은 서울감독으로 통산 150승 달성을 이뤘다. 대단한 기록이다. 경기가 끝나고 페시치선수가 MVP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길고 긴, 길고 긴- 인터뷰였다. 경기장에 불이 꺼질때까지도 지속되었다.
간단하게 정리를 했다. 서울에서는 경기장 쓰레기를 많이 줏어오면 선물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많은 사람들이 뒷정리를 하는 모습이 보였다.
경기는 다행스럽게도 홈경기 서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이 흐름을 이어가, K리그가 흥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날 경기장 유료관객은 32000명이다. 눈으로 봤을땐 대략 4만명은 되어보였다. 1층만 꽉 찼을 뿐인데, 경기의 박력이 달랐다. 역시 직관이 재미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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