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olta AF-C #4 네번째 롤, 때로는 망할 때도 있다.

때로는 망할 때도 있다.


 네번째롤의 스캔본을 받았을때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나온 사진이 없었다. 전부 망했다고 말해도 될 정도. 


<가장 잘 나온 사진>


 이번 롤에는 인물사진을 많이 찍었다. 사람을 많이 만나러 다녀서 그렇기도 하고 대놓고 막 카메라부터 들이밀어 맘좋은 사람들이 찍혀 주었다. 


 이번에 사용한 필름은 Fuji c 200이다. 필름은 케이스에 어떤색의 발색이 좋은지 표현한다고 한다. Kodak은 노란색 Fuji는 초록색 발색이 잘 된다는 뜻이다. 


<퇴근 무렵 조금만 어두워도 뿌옇게 나온다>


푸릇함을 좋아하는 나는 언제고 Fuji 필름을 써보고 싶었다. 


 어찌 되었건 사람들을 찍다 보니 이번 필름은 실내 촬영이 많았다. 플래쉬를 터뜨려야 했지만, 반셔터를 눌러보니 뷰파인더에는 촬영될 만큼이 빛이 들어온다는 초록색 사인이 떳기 때문에 그냥 찍었다. 


<밝았지만 플래쉬가 없다면 실내는..>


 하지만 그 결과물을 참담했다.  많은 실내 사진들은 짙은 안개에 갇힌것 마냥 뿌옇게 떳다.


 밖에서 찍은 사진은 포커스가 맞지 않아, 사진이 전체적으로 이상했다. 근접 촬영한 것은 접사의 한계 때문인지 날아갔다. 그래도 어둡지만 빛이 많은 결혼식장에서 촬영한 사진은 몇컷 살렸다. 


<결혼식장은 그나마 낫다>


 미놀타를 가지고 인물사진을 찍으려면 1.n미터 정도에서 촬영하는 것이 가장 잘 나오는 듯 하다. 어중띤 거리에서 촬영하게 된다면 인물이 아웃포커싱 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휴 인물 사진 잘 찍는다고 까불다가 호되게 당했다...


<흐릿>


 하여간 이렇게 한 필름을 망쳤다. 다음 필름은 뭘 써볼까 고민하다. 얼마전 방구석임차인형님이 선물로 준 포트라160, 포트라400, 엑타크롬400 필름 중 하나를 쓰기로 했다. 우선은 포트라 160, 포트라는 인물사진에 최적화 되어 있다고 하는데, 160은 어두운 실내에서는 사진이 꽝으로 나온다고 한다. 외부활동이 많아지는 계절이므로, 160을 장착했다. 


<엑타크롬 400X는 오래된 희귀한 롤>


 새로운 필름을 장착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잡았다. 다른 필름카메라를 이용하는 친구와 사진을 공유하고, 똑딱이 카메라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이다가 'LEICA가 괜찮다 - 이쁘다 - E02 에러가 고질병이다 - 그래도 이쁘니까 용서된다 - 비싸다 - 매물을 좀 봐보자' 까지 의식의 흐름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결국 LEICA 미니룩스를 구매하기로 결심했다. 기왕 사는거 검정색 100만원대 카메라를 살까 생각중이다. 


 때로는 망하는 롤도 있다. 지금까지 만족스러운 결과물만 보여왔다면, 이번 롤은 하나도 만족스러운 롤이 없었다. 좀 더 잘 찍어보도록 노력해야겠다. (LEICA를 사면 해결될 거 같긴 하다. 돈 최고)


카메라 : MINOLTA AF-C, 필름 : Fuji C 200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