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여행을 좋아하세요? 하고 사람들에게 이유를 물어보면 모두들 제각각 대답할 것이다. 반복되는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언가를 얻거나 찾거나, 때로는 회복을 위해 여행을 떠난다고 말하겠지.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여행의 이유에서, 저마다 사람들이 왜 떠나게 되는지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여행의 이유'를 통해 여행을 왜 떠나는지에 대한 스스로 생각한 이유와 여행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들을 특유의 담담하고 진심어린 문체로 전달한다.
이 책은 이번에 서울 국제 도서전에서 처음 발견했다. 올해 4월에 출간되었다. 김영하 작가는 따로 소개하지 않아도 국내에서는 아마 전업작가 중 대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내가 제일 처음 김영하 작가를 알게된건 TED강연에서 이다. 예술가가 되자 당장! 이라는 주제의 스피치 였는데, 당시에는 공감도 못했고, 저사람은 누군데 저기서 강연을 할까 하는 생각만 있었다. 그 이후로 다시 김영하 작가를 알게 된건 팟캐스트다. 팟캐스트에서 소개해주는 책 이야기를 들으며 김영하 작가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특유의 말투에 이끌려 책을 한권 구매했다. 그의 말투는 책에서도 들어나는듯 하다. 당시 구매한 책은 살인자의 기억법이다. 영화화와 묘하게 맞물린 시기로 한창 이슈가 되고 있었다. 1-2시간만에 완독했다. 그 이후 김영하 작가는 TV 예능을 통해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의 책을 읽지 않아도 알고는 있는 유명한 작가가 되었다.
이런 유명세 때문일까. 도서전에서 다른 작가의 책들 보다도 눈에 띄었다. 물론 김영하 작가가 직접 그린 이상한 그림이 눈길을 사로 잡았을지도 모르겠다.
여행의 이유에는 작가가 생각하는 여행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누구나 여행을 떠난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떠나는 것이다, 우리 삶은 여행이다' 라는 이야기를 다양한 버전으로 전달해 준다.
길가메시 서사기나, 오딧세이를 빗대 여행을 표현한 부분도 굉장히 인상깊었다. 표지만 보고는 엄청 쉽게 접근하는 여행에 대한 애찬론이 담겨있을 줄 알았으나, 기대이상으로 진지하고 깊은 여행에 대한 통찰로 한번 더 놀랐다.
책에 실뱅 테송의 말을 빗대 표현한 부분이 있다. 여행은 약탈이다. 라는 이야길 했는데 이 문장에서 작가는 일상에서 결핍된 '무언가'를 찾기 위해 떠나는 것 이라고 새롭게 정의한다.
책을 읽다가, 나의 여행을 되돌아 보았다. 군을 전역하고 무작정 떠났던 경주여행, 일을 그만두고 떠났던 포항여행 등 혼자서 훌쩍 여행이 필요하다고 느낄 때면 나는 떠났다.
생각해보면 정말 일상에서 결핍되어 '무언가' 찾기위해 떠났던 것 같다. 그때도 지금도 무얼 얻고자 떠났는지, 무얼 얻었는진 잘 모르겠다. 잘은 모르겠지만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내가 결핍되어 찾고자 했던 '무언가'는 여행의 어느 순간으로 인해 충족된 것 아닐까하고 추측해본다.
나는 여행을 꽤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많이 다니진 않는다. 쉽게 여행을 떠나게 되질 않는거 보니 일상에서 큰 결핍이 없다고 느끼거나, 아니면 내가 삶 자체를 여행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다 읽고 지금은 여행을 떠나야할 시기라고 느껴졌다. 이번 여행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한 그런 여행이길, '무언가'를 찾아나가지만 또 다른 '무언가'를 얻게 되는 그런 여행이길 바래본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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