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농담 - 박완서, 신들린 주제의 변환

 부쩍 책을 많이 읽는다. 왕은 안녕하시다를 읽고 국문의 매력에 빠졌다고 해야할까. 번역체에 질렸다고 해야할까 한국작가의 책을 읽고 싶었다. 집근처 중고서점에 들어가 이것저것 고르다 친근하지만 생소한 박완서 작가의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박완서 작가

 박완서 작가는 한국의 대표적인 여류작가로 40세의 나이에 등단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는 51년 서울대에 입학하지만 6.25로 학업을 중단하였다.  자녀들 몰래 공모전에 지원하여 등단에 성공하게 된다. 당시 나이 40세 5명의 자녀를 둔 어머니였다. 

 

 전쟁을 경험한 세대라 그런지, 전쟁의 고통, 분단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 많으며, 소시민민의 이야기, 물질만능주의에 타락해버린 인간 군상을 많이 그린다고 한다.

 

 내가 지금까지 읽은 책은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가 유일했다. 이 마저도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했을 무렵 휩쓸려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JUSTICE와 총균쇠 처럼. 

 

#아주 오래된 농담 

 아주 오래된 농담은 의사 영빈이 중년에 겪게 되는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들을 담담하게 다루고 있다. 다양하고 복잡한, 이라고 하면 굉장히 애매한 표현인데 이 소설이 나에게는 그렇다. 처음에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 인줄 알았으나, 가족에 대한 이야기이다 싶다가도 갑자기 돈에 대한 이야기로 풀어져 나가는 소설은 홀린듯 몰입하게 되었다.

 

 단숨에 읽기 쉽게 쓰여있으며 문장은 친숙하면서도 날카로웠다. 복잡한 관계들은 소설의 주인공인 영빈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아주 오래된 농담 줄거리

  영빈은 어린시절 공부를 잘했다. 그의 꿈은 의사, 공무원인 아버지와 형, 그리고 어머니, 동생이 함께 사는 가족은 남부러울 것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가 비리 혐의를 받고 화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갑자기 무너진 집안, 어머니는 아버지의 청렴을 거듭 주장했다. 이후로 어머니의 도덕적 결벽에 대한 집착이 강해진다. 

 

 영빈의 형은 먼저 대학생이 되었기 때문에 가세가 기울자, 고액과외를 해가며 사실상 가장의 역할을 한다. 시간이 흘러 영빈은 의대에 진학하게 되고 더이상 가장 역할을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되는 형은 기회의 땅 미국으로 떠나 자리를 잡는다. 한국에는 영빈과 그의 동생 영묘, 그리고 도덕적 결벽에 빠진 어머니만 남게 된다. 영빈은 어머니의 바람대로 국내에서 유명한 내과의가 되어 적당한 여자와 결혼을 한다. 동생 영묘도 고시공부를 한다. 돈을 밝히지 많으면서도 부자가 될 수 있는 직업군으로 뛰어드는 자식들을 어머니는 흐뭇하게 바라본다. 

 

 어느날 영빈은 현금이라는 어린시절 첫사랑을 만나게 된다. 현금은 동네 부자집 딸로 어느날 갑자기 동네에서 이사를 가버렸다. 영빈은 언제나 유년기에 빠졌던 현금을 그리워 했다. 결혼에 실패하고 자유롭게 사는 현금. 언제나 정도만 걸어온 영빈은 그녀에게 빠지게 된다. 현금 또한 그런 영빈이 나쁘지 않다. 그렇게 둘의 외도는 시작된다. 

 

 반면 영빈의 동생 영묘는 Y건설의 재벌 2세를 만나 결혼하게 된다. 창업주가 노가다 꾼인 이 집안에 영빈은 탐탁치 않았으나, 매제될 사람의 인품을 보고 크게 반대하지 않는다. 영빈의 어머니는 재벌가에 들어가는 자신의 딸이 자랑스럽다. 

 

 그러나 Y건설 송씨일가에는 결핵이 유전처럼 이어졌는데, 영묘의 남편 또한 마찬가지다. 남편의 병세가 심상치 않음을 깨닫게 된 영묘는 영빈에게 진찰을 부탁한다. 영빈은 매재의 상태를 살피지만 그의 병은 쉬운 것이 아니다. Y건설 송회장은 자식의 병세를 알고 절대 자식에게 말하지 말 것을 당부하고, 현대의학이 아닌 대체의학으로 자신의 아들을 치유할 것이라고 고집 부린다.. (소설에서 계속)

 


 

#마치며

 소설은 박완서 작가의 마음에는 썩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오랜만에 쓴 장편이라, 의욕에 비해 힘이 달렸다고 한다. 소설은 영빈을 중심으로 주변 인물들의 상세한 구술설명이 인상적이었다. 영빈이 모르는 사실들은 인물들이 제법 자세히 설명해준다.

 

 나는 개인적으론 철저하게 시청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바라보았다. 주인공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성공한 중년의 나이었으며, 내가 공감할 부분은 극히 드물었다. 그래서 다른 소설들과는 다르게 등장인물에 이입하여 봤다기 보다도 철저한 제 3자의 입장에서 소설을 읽게 되었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들로 하여금 그런 이슈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행동하는지를 그린다. 

 

소설 '아주 오래된 농담'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인간의 삶과 죽음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소설이다.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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