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차- 5일차 일기,
#4일차
그간 발차기만 죽어라 했더니, 감이 좀 왔다. 수영장에 있는 기둥 하나정도 까지 밖에 못갔었다면 이제는 두개만큼 발차기만으로 나갈 수 있다. 중간중간 숨이 딸려 답답했다. 발차기의 감이 생길때 까지는 죽어라 다리를 흔들었다. 수 바퀴쯤 돌았을 때 뭔가 느낌이 딱 왔다. 느낌적인 느낌으로 안정된 자세로 옆에서 접영을 하더라도 앞으로 잘 나아갔다. 다음단계로 나아갈 때다.
퉁명스러운 강사도 내가 진도를 나갈때가 되었음을 알았는지 유아용 풀로 넘어가 있으라고 호흡법을 알려주겠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봤을때 첫날 보통 호흡법을 알려준다 했던거 같은데 나는 4일차에 배우게 되었다.
수영의 호흡법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코로 내뱉고 입으로 들이쉬고, 음~~~소리와 함께 코로 일정하게 호흡을 내뱉고 다 뱉었을 무렵 고개를 살짝 빼서 파-! 하고 얼굴에 물기와 공기를 쳐내면서 가슴을 확장시켜 숨을 들이킨다. 그럼 음~파헙~! 하는 소리가 나야되는데 이게 순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머리만 넣고는 잘 되었다.
몇 번 옆에서 봐주더니 강사는 사라졌고 음파를 죽어라 하던 나는 뭔가 이상한 기분을 느끼고 수영장 쪽을 바라보았다. 시간이 지나 전부다 모두 나갔다. 나만 유아용 풀장 벽면을 보고 호흡 연습을 하고 있었다. 약간은 서러웠지만 일부러 연습하는 것 마냥 자연스럽게 몇 번 더 하고 나왔다.
진도가 조금 나갔다고 기분이 좀 좋아졌다. 5일차에는 발차기하면서 호흡법 하는걸 알려줄듯하다. 수영이 재미있다.
#5일차
발차기 + 호흡을 해볼 시간이다. 그런데 웬걸 강사가 없다. 평소 상급반을 담당하던 강사만 출근한 것이다. 그리고 휴가기간이라 그런가 사람들이 굉장히 적었다. 상급반 강사는 킥판잡고 20바퀴~ 라고 초급반에 주문을 넣었다. 다들 에엑~? 하면서도 열심히들 돌았다. 보통 초급반의 뺑뺑이는 사람이 많고 속도가 느려 쉬엄쉬엄 갔는데 오늘은 한 레인에 5명으로 무한 뺑뺑이를 돌 수 있는 구조였다.
4-6바퀴를 돌았다. 호흡하는 법을 잠깐 잡아주더니 다른 레인으로 갔다. 죽을둥 살둥 하며 호흡을 하려고 하는데, 신기하게도 호흡을 하려고 하면 다리가 안움직였다. 억지로 억지로 바둥거리며 호흡을 하면 앞으로 나아가지 않고 제자리에서 버둥거렸고, 1초만에 다시 숨이 가빠졌다.
수영을 배우면서 점점 퇴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가기 위해 보행기(킥판)을 잡고 발버둥을 치고, 또 이제 좀 걸을만 하니 숨도 쉬어야 한다니.
수영의 호흡은 정말 어려웠다. 달리기를 하면 꾸준히 산소를 집어넣고 빼고를 할 수 있는데 수영은 달리기 할때 만큼 다리를 움직이면서도 호흡을 동시에 하지 못한다. 나는 좀 더 한정된 호흡으로 근육을 움직이는 법을 익혀야 할 듯 싶다.
한 30여분쯤 지났을때 강사가 다가와서 발차기는 좀 되니까 이제 손을 배워보자고 했다. 벽을 잡고 서서 엉덩이를 쭉 빼고 팔을 누르듯 허리까지 가지고 가서 수면에서 나와 다시 앞으로 가지고 오는 연습을 했다. 이때 어깨를 오픈하여 팔을 돌리고 손은 나온 모양 그대로 어깨가 돌아가서 제자리로 돌아와야 하고 이때 머리는 고정되어야 한다.
어깨를 돌릴때마다 탈구가 될듯 어깨가 덜컥거렸다. 이래서 수영선수들이 어깨가 남아나지 않는다는 것이구나 싶었다. 한 10여분 했을까 마지막으로 킥판잡고 발차기 연습을 지시했다. 다들 뺑뺑이가 힘들었는지, 50분이 되자마자 홀린듯 나갔다. 나는 너무 너무 너무 힘들었지만 요즘은 왠만큼 힘들지 않고서는 잠이 오지 않기 때문에 좀 더 남아 체력의 한계 까지 연습했다.
집에 돌아오는길 다리는 다 풀려서 터덜터덜 걸어왔다. 귀에는 폴킴의 '길'이 흘러나왔다.
누가 내 맘 좀 알아줘
이런 내 맘 좀 알아줘 기댈곳이 필요해 누가 내 맘 좀 알아줘 제발 내 맘 좀 알아줘 내 맘 좀 알아줘
누가 수영 잘 하고 싶은 내 맘 좀 알아줬으면 좋겠다. 갑자기 서러워졌는데 때마침 휴대폰 배터리가 나가 전원이 꺼졌다. 더욱 지친 마음으로 집에왔다. 카누를 한잔 타마시고 제로콜라를 벌컥벌컥 들이키고, 로션을 바르고 수영일기를 썻다.
내일은 좀 더 자연스러운 호흡이 되길.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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