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 - 신선한 작가들의 신선한 단편들

독서의 계절 가을이 끝나간다. 포스팅을 쓰는 지금 10월 31일 '시월의 마지막밤' 이라는 가사가 인상 깊은 잊혀진 계절을 듣고 있다. 본격적으로 겨울이라는 계절에 접어들기 전 나는 독서에 꽂혀 미친듯이 읽어대고 있다. 



 많이 읽는 만큼 고르는 것도 굉장히 신중했다. 최근의 책이란건 도대체가 내용보다는 제목의 폰트와 표지디자인, 그리고 책표지의 재질로 판매가 되는 듯했다. 화려하고 예쁘게 만들어진 책들이 가판에 올라와 있는걸 보고 있으면 나는 멍하니 서 있다가 이상한 책(그냥 되는대로 적어놓은 에세이)를 손에 들고 있게 되었다. 아차 싶어서 뒤를 돌려보면 여지없이 책들의 가격은 2만원에 육박했다. 이 높은 가격에 비해 텅텅 비어있는 책의 내용은 나의 지적 허영을 채우기에는 가벼웠다. 


 그러다 그러다 고른게 오늘 포스팅할 책 2019 젊은 작가상 수상 작품집이다.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위에 거창하게 설명한 요즘 책이 그럴싸하지만 구리다는 이유와 한국 단편소설집이라는 이유, 그리고 '젊은' 작가들이 쓰고 상을 받은 책이기 때문이다. 


 총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성은 단편 - 작가노트(작가가 소설에 대해 끄적인글) - 평론가의 글 이렇게 한 세트로 7개의 단편이 소개된다. 젊은작가상을 받아 이 책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박상영, 김희선, 백수린, 이주란, 정영수, 김봉곤, 이미상 작가다. 젊은 작가상이라고 하지만 나보다 젊은 작가는 박상영 작가 하나였다. 이상해서 봤더니 젊은작가의 범위는 데뷔 십 년 이내의 작가들이 한 해 동안 발표한 중단편 가운데 일곱편을 뽑고 그중 대상을 선정해 왔다고 한다. 


젊은 작가상은 올해 10회를 맞이하는 작가상으로 1회의 심사는 고 박완서 작가가 맡게 되었는데 박완서 작가님이 보기에 데뷔 10년 이내의 작가들은 젊은작가라고 느껴질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니까 '젊은'이라는건 대단히 상대적이라고 생각했다. 어쨋든 여기서 젊은 작가는 데뷔 10년이내 작가를 말한다. 


 간단하게 단편들의 내용을 소개하고 젊은작가상 수상작들을 읽고 느낀점을 남기고 포스팅을 마칠까 한다. 


 1.박상영_우럭 한 점 우주의 맛 

 - 게이인 남자 주인공은 독실한 기독교인인 어머니에게 한학년의 선배와 키스하는 모습을 들키게 되고 그대로 정신병원에 감금된다. 그리고 나이가 들어 어머니는 암에 걸리고 그는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의 병수발을 하며 자신보다 한참 연상인 어떤 남자를 만나게 된다. 


2.김희선_공의 기원

- 한국의 축구공을 만드는 장인. 최초의 조선인 축구선수를 꿈꾸게 된 축구공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한다. 


3.백수린_시간의 궤적 

 - 서른살, 사는게 서툴렀던 두명의 여자가 프랑스에서 만나게 된다. 우연히 만나게 되어 많은 공통점을 찾고 서로를 동경하며 외국 생활을 한다. 


4.이주란_넌 쉽게 말했지만 

 - 고향으로 돌아온 M. 돌아온 집에서 어머니와, 주변인들 그리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온 친구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삶의 의미와 일상을 이야기한다.


5.정영수_우리들

 - 사랑에 대해 기록하기 위해 어떤 남녀는 작가인 주인공을 찾아온다. 셋은 인터뷰를 통해 관계가 돈독해 지는데 서로 사랑하는 두 남녀에게는 비밀이 있다.


6.김봉곤_데이포나이트

 - 주인공은 자신과 편지를 주고받는 선생님의 부탁으로 자신의 모교에서 강의를 부탁받게 되고 그곳에서 그는 과거에 사로잡힌다. 영화학을 전공한 한 청년이 성장해가는 이야기. 


7.이미상_하긴

 - 학습능력이 낮은 딸을 대학에 보내기 위해 스펙쌓기에 혈안이 된 주인공. 그는 딸을 미국의 어떤 캠프에 보내 그곳에서 다큐를 만들게 하는데 딸은 덜컥 임신을 해서 돌아온다. 


 간략하게 내용을 정리해 봤는데 정말 참신하고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는 퀴어문학이 인상깊었다. 멋진 주제를 가지고 상상력의 나래를 펼친 작품도 있고 사랑의 다양한 형태에 대해 쓴 작품도 있다. 


 젊은 작가상을 받은 작품들 답게 글을 술술술, 읽히고 작가노트로 작가들이 작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남겨놨기 때문에 작품의 의도를 이해하기 좀 더 쉽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평론가들의 평론이 담겨있는데 나는 어려서나 지금에서나 평론가들의 글은 도대체가 어려워서 읽을 수가 없다. 꼭 그렇게 젠체하는 글쓰기를 해야하는지 평론을 위한 평론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이 책은 젊은 작가들을 널리 알리자는 취지에서 출간 1년동안 책값이 5,5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책 읽기 좋은 날씨다. 이 계절이 잊혀지기 전에 구매해서 한국의 젊은작가들의 글을 읽어보고 한국 문학의 미래를 그려보는 건 어떨까.


끗-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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