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답다’는 평이 지배적인 소설이다. 오늘 소개할 책은 프레드 울만의 <동급생>이다. 히틀러와 나치가 권력을 잡아 독일을 장악해가는 1930년대 아름다운 독일의 도시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독일 귀족 소년 ‘콘라딘’ 과 유대인 소년 ‘한스'의 우정을 그렸다.
저자는 프레드 울만 독일계 유대인이며, 변호사이다. 화가로도 활동 했다. 그가 쓴 소설 <동급생>은 아서 쾨슬러에 의해 유럽에 널리 소개되었다. 전업작가가 아닌 탓에 약간은 투박한 문장이라고 한다. 하지만 번역본은 번역가의 솜씨인지 전혀 그런건 느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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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소설의 첫 문장은 이렇다. 소설의 화자는 유대인 한스. 미국에서 그는 자신의 유년시절을 떠올리며 한 친구를 회상한다.
1932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김나지움(중학교). 독일계 유대인인 주인공은 학교에서 어울릴만한 사람을 찾지 못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유치하거나, 가난하거나 너무 젠체하거나 어쨌든 어울리기엔 맞지 않는다. 아쉬움에 학업도 그럭저럭. 그러나 어느날 그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될 한생이 전학을 온다. 그는 바로 호엔펠스라는 성을 가진 소년 콘라딘. 귀족들의 이름사이에 들어간다는 '폰'은 이제는 상인부터 공무원까지 누구나 흔하게 사용하지만 그의 이름 사이에 들어가 있는 '폰'은 진짜 처럼 느껴졌다. 진짜 귀족. 백작이다.
'호엔펠스'는 독일 귀족가문의 성이다. 독일의 명예를 위해 목숨을 바친 집안의 구성원이 한 공간에서 숨쉬고 있단 사실만으로도 주인공은 설레한다. 주인공은 유대인. 그렇지만 자신의 뿌리가 아닌 독일의 역사에 동화되어 콘라드에게 경외심을 느낀다.
콘라드는 다른 친구들과는 달랐다. 그는 친절하고 똑똑했다. 행동하나하나가 우아했으며, 동년배의 친구들과는 달랐다. 친절했지만 거만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지 않았다.
콘라드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주인공은 학교에서 튀기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자신이 수집하는 오래된 동전들로 그의 환심을 산다. 이런 노력이 통했을까 둘은 자연스럽게 가까워졌고 서로에게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성장한다.
하지만 콘라드의 어머니는 유대인을 싫어하며, 히틀러와 나치를 지지한다. 그 사실을 알게된 한스. 극장에서 두 가족이 마주쳤을때 콘라드가 한스를 무시하면서 둘 사이는 멀어지게 된다.
시간은 흘러 히틀러와 나치가 권력을 잡게 되고 유대인인 한스의 가족은 점점 위기를 맞게 된다. 한스의 부모는 더 위험해지기 전에 그를 미국으로 보낸다. 그리고 누구보다 독일인이었던 그의 부모는 독일에 의해 자살을 강요당한다.
미국에서 그는 하버드로 진학하여 변호사가 된다. 삶 전체가 망가진 한스는 삶에 회의감을 느끼며 살아가는데 독일에서 모금운동에 참여해달라는 편지를 받는다. 김나지움에 재학 중 나치에 의해 피해를 본 학생들을 위한 성금인데 그의 친구들의 이름들도 있다. 그 편지를 받고 그는 과거를 회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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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이유는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있는 청소년기의 따듯한 추억들을 떠올렸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은 히틀러와 나치당의 만행에 대해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는다. 멀어진 한 동급생과의 추억을 통해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데 그 울림은 상당하다.
소설은 중편소설로 짧지도 길지도 않다. 적절한 길이로 읽는 즐거움, 그리고 유명한 마지막 문장으로 어떤 장편보다 큰 울림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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