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43 재밌는 이야기와 부끄러운 이야기

#1. 사장님의 아들

 우리회사는 사장님의 자녀들이 회사에서 종종 알바를 했거나, 근무를 하고 있다. 그리고 큰 행사때마다 사장님은 가족들을 대동하곤한다. 회사 생활 5년차. 나는 이제 사장님의 가족들의 얼굴을 전부 알고 있다. 어느날 회사에는 잘 나타지 않던 사장님의 자녀가 차를 끌고 사장님 주차 자리에 차를 주차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려니 했는데, 차를 막 대고 내리려는 사장님 아들에게 다른 부서 과장님이 이렇게 말했다. 

 

 

 

 

"어디서 오셨어요?"

"여기다 차 대시면 안되는데요. (사장님 지정주차 자리기 때문에.)"

"네 저기 돌아가시면 지하주차장 있거든요, 거기에 대시고 명함 꽂아놓으세요" 

 

사장님 아들은 머쓱한 표정으로 차를 다시 몰아 지하주차장쪽으로 갔다. 나는 의문스러운 마음에 (사장님은 출근하지 않았고, 아들이 심부름을 온것인가 하는) 과장님에게 가서 "과장님 무슨일이세요, 저 사람 사장님 아들인데." 라고 말했다. 

 그러자 과장님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뭐어? 나한테 어디 직원이라고 한거 같은데??" 라고 말했다.

 

 나는 그렇게 간단하게 말하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사장님 아들의 차는 다시 사장님의 지정주차 자리로 옮겨져 있었다. 나는 어떤일이 있었는진 모른다. 

 

 

#2. 사무실에 키를 두고 나오다

 아뿔싸. 사무실에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  얼마전부터 우리 사무실은 현관키를 필수로 지참해야한다. 비밀번호 방식에서 키 방식으로 보안을 강화 한 것. 주말출근을 한 터라 사무실에 출근한 사람은 나 혼자였다.

 

 주말 교육운영을 위해 억지로 억지로 출근한 나는 점심이라도 맛있는걸 먹기로 결심했다. 문을 잠그고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왔다. 나오자마자 . ..아! 키를 안가지고 나왔구나란 생각이 번뜩였다. 스르르릉릉 하는 소리와 함께 자동문이 닫혔고, 나는 돌아갈 곳을 잃은 강아지 마냥 안절부절 못하다가 일단 들어가는건 나중에 생각하기로 하고, 근처 카타코토라는 카레 맛집에 갔다. 포장할 생각이었다. 

 

 가는 날이 장날인가. 카타코토는 문을 닫았다. 뭔가 아찔했다. 우리 사무실의 문도 닫혔단 생각이 들었다. 들어갈 방법이 없는 두 장소였다. 갈 곳을 잃은 나는 우선 맛있는걸 먹어야지 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아무거나 먹자로 선회하여 편의점에서 라면과 김밥을 사들고 회사 현관앞으로 갔다, 시간은 11시. 

 

 20분 정도만 다른 입주자가 나올때까지 기다려보기로 결정했다. 11시 30분에는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무조건 들어가야 했다.

 

 초조하게 시간은 흘러만가고, 현관에는 모기가 날 연신 공격하고 있었다. 25분 후,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 나는 입주당시 받아놨던 건물주의 메일주소에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건물주님으로 시작하고 도와주시술로 끝나는 슬픈 문자였다. 

 

 

 

 

 

 

#3. Zoom을 키고 쩝쩝먹고 트름을 하다. 

 트림이 표준어라지만 나는 트름이라고 하고 싶다. 트름을 했기 때문이다. 무사히 건물주님의 인도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편의점에서 사온 왕뚜껑과 김밥을 먹었다. 12시에 시행되는 Zoom 교육에는 사람들이 하나둘 입장하고 있었다 열댓명의 사람이 입장했을때 부터 먹기 시작했다. 

 

 나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먹을때 먹는 소리를 괜히 더 쩝쩝거리고 내는 습관이 있었다. 뭔가 얼마나 더 맛있게 쩝쩝 소리를 낼 수 있을까? 하는 일종의 연구 같은 버릇인데 열심히 쩝쩝거리고 먹었다. (보통 쩝쩝소리는 맛있게 느껴지지 않는게 보통이다.) 다 먹고나서는 제로콜라를 벌컥 벌컥 마셨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나는 거리낌 없이 트름을 발사했다! 

 

꺼어어어억!!

아무도 없는 곳에서 자유란 이런거 아닐까...! 트름을 할 수 있는 자유!!!!

 

밥먹는 도중 Zoom 에는 속속들이 사람들이 들어왔고. 나는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마이크가. 켜져 있었던. 것.

 

하.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