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작가 오스터의 에세이다. 제목 빵굽는 타자기는 말 그대로 밥을 만들어내는 글쓰기를 뜻한다. 영어 원제는 Hand to mouth. 손으로 입에 풀칠하기 쯤으로 해석할 수 있으려나. 폴 오스터를 좋아하는 이유에는 그 매섭게 잘생긴 외모와 문장에 담긴 특별함 때문이다. 누군가 좋은 글쓰기라는게 무엇인가요 ? 하고 물어본다면 폴오스터의 책을 읽어보시라고 대답하겠다.
폴 오스터 실제 경험이 듬뿍 담긴 이야기이다. 그의 유년시절 부터 첫 소설이 나오기까지를 써내려간다. 유년시절, 그의 어머니는 사치스러웠고, 아버지는 사업의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재기에 성공했음에도 돈쓰는 것에 대단히 엄격했다. 부모의 돈에 대한 가치관 차이는 가정불화를 야기했다. 둘 사이에서 그는 돈에 연연하지 않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다.
더 많이 사고, 더 많이 만들고, 더 많이 쓰라는 선동과, 돈이 열리는 나무 주위를 돌면서 춤을 추라는 부추김이 끊임없이 거듭되었고, 사람들은 남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가 발작적인 정신착란으로 픽픽 쓰러져 죽어갔다.
어린시절 독립하고 나서부터 그의 경제활동과 글쓰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20대 후반과 30대 초반에 나는 손대는 일마다 실패하는 참담함 시기를 겪었다.
그가 경험해온 다양한 가난과 글쓰기 경력과 알바 이야기가 가득 들어있다. 역시 역동적으로 살아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 같다.
나는 그녀를 딱하게 여기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우리 둘 다 딱하게 여겨졌다. 그것은 전쟁이 도처에 있다는 것. 전쟁이 모든 것을 오염시켰다는 것을 의미했다.
에세이는 시간에 흐름에 따라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이던지 하던 폴오스터의 어린 시절과, 글쓰기로 먹고 살기 시작하면서 겪는 다양하고 이상한 모험들, 그리고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쓰기 시작한 기묘한 탐정소설을 훗날 우연히 출간하게 되면서 소설가의 길에 오르게 되는 과정을 구구절절하게 보여준다. 그가 한 경험도 경험이지만 그 경험을 표현해낸 특유의 문체는 정말 글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한편으로는 미지의 행성으로 날아가는 우주선에 좌석을 예약한 사람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무엇을 기대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지형도도 없었고, 내가 앞으로 상대하게 될 낮선 족속의 기질과 관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안내서도 없었다. 내가 생각할 수 있는 해결책이란 재킷에 넥타이를 매는 정도가 고작이었다.
폴 오스터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글쓰기를 생업으로 삼으려고 하는 사람에게 추천한다. 그의 독창적인 이야기가 어떤 경험들에서 나왔는지 볼 수 있다.
끗-
+ 어쨌든 꾸준히 써왔다는 점에서 최근 인상깊게 본 테드영상을 하나 첨부.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토너 - 존 윌리암스, 타인의 삶에 비추어 보는 나의 삶 (3) | 2020.12.05 |
---|---|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 올리버 색스, 따뜻한 임상사례집 (2) | 2020.11.30 |
아Q정전 - 루쉰, 아Q, 그는 영원히 만족할 것이다 (0) | 2020.11.16 |
아웃오브아프리카 - 카렌 블락센, 그곳에선 항상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0) | 2020.11.02 |
리뷰 쓰는 법 -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포스팅에 가치를 담는 법 (0) | 2020.10.12 |
반 고흐 - 바바라 스톡, 반 고흐의 일생 '고흐는 왜 귀를 잘랐나' (1) | 2020.10.06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장르를 초월한 따듯한 이야기 (1) | 2020.09.23 |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인류학자가 바라본 사람의 조건' (4) | 2020.09.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