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오브아프리카 - 카렌 블락센, 그곳에선 항상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세계 오지를 여행하고 싶단 생각을 했었다. 아프리카의 광활한 대지, 넓은 지평선 뒤로 넘어가는 노을을 경험하고 싶었다. 오늘 포스팅할 책은 이런 나의 로망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해주는 책 <아웃 오브 아프리카>다.

 

 책의 제목은 직역 그대로 의미 아프리카를 떠나며가 아닌, 라틴어 경구 Ex Africa semper aliquid novi에서 따왔다고 한다. 뜻은 '아프리카에서는 항상 무언가 새로운 것이 생겨난다.' 책은 제목을 따라간다. 페이지를 넘길때마다 새로운 것들과 만날 수 있다. 

 

 동명의 영화가 유명하다. 메릴스트립이 주연했고 아카데미에서 몇개의 수상을한 작품이다. 책이 카렌 블릭센의 아프리카 생활 수기라면, 영화는 카렌 블릭센의 인생(연애)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영화도 볼 예정. 

 

 저자는 카렌 블릭센. 덴마크의 작가다.  1885. 4. 17~1962. 9. 7 블릭센은 스웨덴 출신의 남작과 약혼하고 케냐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1915년 케냐 나이로비 근교의 은공언덕에서 커피농장을 운영하게 된다. 그녀는 17년간 아프리카에서 농장운영을 하게 되는데 이때 경험한 일들을 수기형식으로 적은 것이 <아웃오브 아프리카>다. 

 

 백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아프리카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원주민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좋은 문장들과 섬세한 표현이 이상적이었다. 

 

#자연경관의 묘사

 자연경관에 대한 묘사가 빼어나다. 그녀의 농장이 있는 나이로비 은공지역에 대한 글을 읽었을 뿐인데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도록 잘 표현했다. 디테일한 묘사는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는 열망을 부추겼다.  

 

 아프리카 고원 지대에서 체류하던 시절을 회고하면 자신이 한때 높은 공중에서 살았다는 감회에 젖는다. 하늘은 연푸른색이나 보랏빛을 벗어날 때가 거의 없었으며, 강력하고 무게가 없고 끝없이 변화하는 무수한 구름떼가 하늘 높이 솟아 유유히 흘러갔다. 그러나 하늘은 푸른 환력을 품고 있어서 가까운 곳의 언덕과 숲을 산뜻한 짙푸른 색으로 그려 놓았다. 한낮에는 땅 위의 공기가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살아 있었다. 흐르는 물처럼 섬광을 발하고 물결치고 빛났으며 모든 사물을 거울처럼 비추어 둘로 만들고 거대한 신기루를 만들어 냈다. 이런 높은 곳의 공기 속에서 편안히 숨 쉬다 보면 어느새 기운찬 자신감과 상쾌한 기분이 가슴 가득 차오른다. 고원 지대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 내가 있다. 내가 있어야만 하는 곳에.> 

 

 뛰어난 자연경관 말고도 동물이나 식물에 대한 묘사도 좋았다. 사자나 기린, 그리고 사슴에 대한 에피소드도 들어있다. 과거 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일들로, 동물의 삶과 죽음, 인간과의 관계가 흥미로웠다. 

 

#원주민의 순수와 지혜

아웃 오브 아프리카에 등장하는 원주민들은 순수하고 지혜롭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원주민들은 유럽보다는 뒤쳐진 시대를 살고 있었지만 빠르게 그들의 전통을 가지고 새로운 시대를 흡수하고 있었다. 카렌 블릭센은 많은 원주민을 하인으로 소작농으로 채용하고 있었다. 시대를 감안 했을 때 카렌 블릭센이 원주민을 대하는 태도는 기품있다. 

 

 원주민은 피와 살이 아프리카였다. 그레이트 리프트 밸리 위로 높이 솟은 롱고노트 산의 사화산도, 강가에 줄 지어선 무성한 미모사나무도, 코끼리와 기린도 원주민만큼 아프리카적이진 못했다. 거대한 풍경 속 작은 형체들, 그들 모두가 하나의 정신의 다른 표현이자 동일한 주제의 변주였다. 오크잎과 오크 열매와 오크 목제품처럼 동질적인 원자들의 이질적인 모임이지 이질적인 원자들의 동질적인 모임이 아니었다.

 

 아래 이름짓기에 대한 이야기와 원주민의 시간에 대한 생각이 좋았다. 카렌 블릭센은 원주민들과의 우정으로 그들을 치료하기도 했고, 글을 읽어주기도 했으며, 항상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애썼다. 

 

 원주민들이 주위의 유럽인에게 붙이는 이름에서도 그런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원주민들은 유럽인의 진짜 이름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원주민을 시켜 백인 친구 집에 편지를 전달하게 하거나 차를 몰고 친구 집을 찾아가면서 원주민에게 길을 묻기 위해서는 원주민 세계에서 통하는 이름을 알아야만 한다. 내 이웃 중에 집으로 손님을 초대하는 법이 없는 비사교적인 인물이 있었는데 원주민들은 그를 <일인분> 이라고 불렀다. 스웨덴인 친구 에리크 오터는 탄창 하나면 사냥감을 죽인다는 뜻에서 <탄창 하나>로 불렸는데 그건 자랑스러운 이름이었다. 내가 아는 사람중에 자동차광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반인 반차>였다. 원주민들은 백인에게 물고기, 기린, 살진 황소 따위의 동물 이름을 붙일 때 옛 우화를 생각할 것이며 그들의 검은 의식 속에서 백인은 인간이자 동물로 존재할 것이다. 

 

 그들은 또한 시간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서 시간을 속이거나 죽인다는 건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들은 시간을 많이 줄수록 행복해하며 키쿠유족 하인에게 내가 어디 들를 동안 말을 지키고 있으라고 하면 내가 오래오래 있다가 돌아오기를 바라는 기색이 얼굴에 역력하다. 그 시간을 떄우려고 하지 않고 편안히 앉아서 즐긴다. 

 

 책은 개인적인 경험인 만큼, 자신의 개인적인 문제와 감정에 대해 다룰법도 한데 농장의 일상과 자신이 바라본 아프리카에 대한 감상만을 다루고 있다. 덕분에 독자는 좀 더 객관적으로 아프리카에 대해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아프리카'라고 하면 사파리, 난민과 기아, 해적 등을 먼저 떠 올렸었다. 하지만 <아웃오브아프리카>를 읽고 난 뒤로는 아프리카에 대한 내가 가지고 있던 생각이 많이 변했다. 이제는 아프리카를 생각하면 대자연과 서구문명과는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원주민들의 지혜와 순수가 먼저 떠오른다. 

 

 책을 읽어보라고 추천하기에는 조금 애매하다. 책이 꽤나 길고 묘사가 자세해서 읽는데 지칠 수도 있고 생활 수기를 적어 놓은 것이라, 금새 흥미를 잃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꽤 재밌게 읽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