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팅은 루쉰의 <아Q정전>이다. 출판사를 막론하고 출간되는 세계문학 전집에 꼭 들어가는 책이다. 고전문학을 즐겨읽는 나는 항상 마음 한켠에 이 책을 언젠가는 읽어야 한다는 묘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다음 책은 무엇을 읽을지 고심 끝에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아Q정전을 읽게 되었다. 아Q정전은 중국 작가 루쉰의 근대 중국소설이다. 중국문학을 처음 알리게 된 작품이다. 중단편 소설들이 묶여 있고 그 중 광인일기와 아Q정전이 유명하다. 표제작 아Q정전의 시점은 청나라 말기다. 중국의 근대화가 다가오는 시기로 시류에 휩쓸려 사는 아Q라는 아둔한 인물을 등장시켜 근대 중국인들을 비판한다.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의 제목이 아Q정전에서 착안된 것이라고 한다. 정신승리라는 말이 처음 등장한 소설이기도 하다.
중단편 소설집인줄 몰랐다. 아Q정전 이라길래, 뭔가 대단한 이야기가 길게 쓰여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다. 짧은 내용의 가난하고 무지몽매한 중국인들의 짠한 슬픈이야기가 이어져서 읽으면서 불편함이 느껴졌다. 아Q정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면 주인공인 아Q에 대한 이야기다.
이 이야기는 아Q라 불리는 한명의 남자의 일대기를 그린다. 때는 청나라 말기. 그의 출신, 이름, 나이 따위를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웨이장 지역에서는 아Q로 통한다. 그는 허드렛일을 하루하루하며 간신히 끼니를 때우며 산다. 자신의 생활력과는 달리 높은 이상하게 드높은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아Q의 높은 자긍심과는 별개로 그는 강자에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비열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는 영원히 만족할 것이다. 이것은 어쩌면 중국의 정신문명이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보라. 그가 훨훨 날아 갈 것 같은 모습이지 않은가!
그는 자신이 동네 유력가문의 삼촌뻘 되는 성씨를 가지고 있다고 헛소리를 하기도 하고, 버는 돈은 족족 도박으로 날리기도 한다. 높은 자긍심 덕분에 깡패들에게 맞으면서도 '내가 맞는게 아니라 너희의 주먹을 내가 머리로 치고 있는 것이다' 란 식의 정신승리를 한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정신승리법이란 단어가 쓰였다고 한다.
그는 어디서 어떻게 갖게 된 생각인지 몰라도 혁명당이란 바로 반란을 일으키는 무리고, 반란은 자신에게 고난을 가져온다고 믿었다. 따라서 그는 줄곧 혁명당을 <죽도록 증오하고 거부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백 리 사방에 명망이 자자한 거인 나리까지도 그토록 혁명당을 두려워한다니, 그로서는 <마음이 끌리지>않을 수 없었다. 게다가 웨이좡의 남녀 어중이떠중이가 당황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아Q에게는 더욱더 즐거운 일이었다.
<혁명이란 것도 즐거운 것이군!>
아Q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이 개자식들을 전부 죽여 버리는 거야! 더러운 놈들을 말이야! 미운 놈들을.... 나도 혁명당에 투항해야겠어..>
아Q는 혁명운동을 자기 멋대로 해석하다가 결국 자신이 혁명군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하지만 그의 셀프 혁명군 놀이는 늦잠으로 인해 아무런 참여도 하지 못하고 혁명의 순간을 놓치고 만다. 어느날 갑자기 무슨 죄인지 모르고 체포가 되고 생전 붓을 잡아본적 없는 까막눈인 아Q는 무슨 서류에 동그라미를 그리라는 지시를 받고 혼이 담긴 동그라미 그리기를 두세차례 성공시키고 만족감을 느낀다.
우매한 인물을 등장시켜 전체를 비판하는 계몽적인 성격이 강한 소설이다. 단편집 전체가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나는 좀 질린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지몽매한 가난한 소시민들이 무너지는 모습에서 스스로의 어떤 모습을 발견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중국소설은 두번째, 역시나 읽기가 쉽지 않았다. 등장인물들의 특이한 성씨와 지명이 불편했다. 한국소설만 읽는 친구가 해외소설의 이름과 지명이 익숙치 않아서 못읽겠다고 했던 말이 조금은 공감되었다. 나에게 <아Q정전>은 의미있는 소설이지만 읽기 편하거나 재미있는 소설은 아니었다. 이러나 저러나 동그라미를 그렸던 아Q나, 유명세만 보고 덜컥 책을 읽어버린 나나 마찬가지.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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