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를 가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얼기설기 10댓명이 모인 카톡방이 만들어졌다. 나는 이미 모든 낚시장비를 맞췄기 때문에 좌대낚시를 크게 가고싶진 않았다. 하지만 참여자 대다수가 낚시 초보인 상황. 어쩔 수 없이 좌대를 예약했다.
어차피 독좌대를 빌릴 예정으로 서울에서 멀지 않은 영종도 초입에 있는 <만정좌대낚시터>로 결정했다. 최대 7인까지 40만원에 물고기는 15마리가 들어간다고 한다. 취사는 가능하며 각종 취사도구는 직접 가지고 와야한다. 낚시대 대여비는 대당 1만원, 거기에 미끼와 바늘 등 가격을 감안하면 1인당 약 15,000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간다.
항목 | 비용 | 비고 |
독좌대 (최대 7인) | 400,000원 | 물고기 15마리 방류 |
낚시대 및 미끼 등 채비 | 105,000원 | 약 15,000원 x 7명 낚시대 10,000원 바늘 3,000원 미끼 5,000원 |
식사 및 간식 | 105,000원 | 약 15,000원 x 7명 인당 식사 및 주류 등 |
회 손질 비용 등 | 70,000원 | Kg당 약 5천원 |
계 | 680,000원 | 인당 회비 약 10만원 |
인당 10만원이면 약간의 손맛과 7명 기준 고기 2마리씩을 챙겨갈 수 있다. 방류시 몇 마리 빼달라고 하고 바로 회를 쳐달라고도 할 수 있다. 아무튼 이렇게 예약을 했다. 만정좌대낚시터는 바다에 있는 낚시터가 아니라 물을 막아 인공적으로 만든 곳에서 낚시를 진행하기 때문에 생 미끼 사용을 권한다.
10시에 모이기로 했으나 당일 출근을 급작스럽게 하게 되어 12시쯤 서울에서 출발했다. 부랴부랴 짐을 챙겨들고 영종도로 향했다. 회사 합정에서 낚시터까지는 약 1시간 정도 걸렸다.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는 한산했다. 하이패스 단말기가 최근에 고장났기 때문에 톨게이트에서 현금 내는 곳으로 줄을 섰다. IC를 빠져나온 뒤 편의점이 두어개 보였다. 부탄가스와 먹을 것을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갔다. 편의점 점원은 많은 손님에 조금은 짜증이 나보였다. 사장은 아니었을 것이다. 부탄가스는 문 바로 앞에 있었는데 직사광선을 받아 뜨끈뜨근 했다.
다시 차를 몰아 5분정도 들어가니 만정바다좌대낚시터 라는 간판이 보였다.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들어갔는데, 왼쪽으로 들어가야 관리사무소고 뭐고 나온다. 차를 돌려 나왔다. 짐을 한가득 들고 독좌대로 갔다. 우리 독좌대 번호는 4번 독좌대는 4개가 있었다. 안쪽에도 있었는데 안쪽 좌대는 개인이 와서 하는 곳 또는 더 큰 단체로 추정된다.
참고로 좌대는 방류 직후에 입질이 활발하고, 그 이후에는 고기들이 잠을 잔다. 아무리 맛있는 미끼를 달아도 입질이 없을 수 있다. 유로라고 꽝안치고 나오란 보장이 없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독좌대로 15마리의 고기를 무조건 가져갈 수 있었기 때문에 큰 부담없이 낚시를 즐겼다.
고기의 방류는 10시에 진행했다. 나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손맛을 봤다고 한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고기들이 잠을 자고 있을 시기였고, 나는 살림망에 힘없이 잡혀있는 참돔과 우럭을 봤다. 물고기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한 듯 힘이 없었다.
내가 도착했을 땐 이미 사람들은 낚시엔 큰 관심이 없었다. 12시에 라면을 끓여먹고, 회와 술을 마셨다. 나는 빈 낚시대를 하나 찾아서 새우를 끼워 좌대안에 던졌다. 둥둥 떠있는 새우가 물속으로 보였다. 살림망 속에는 참돔과 우럭을 제외하고 미끼용 새우가 몇 마리 들어가 있었는데 우럭과 도미 모두 미끼에는 관심이 없어보였다. 사형수가 입맛이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일까.
아무튼 나는 회를 먹는 둥 마는 둥하고 어차피 안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기대로 좌대안에 던져 놓은 찌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누구는 술을 먹고 누구는 이야기를 하고 누구는 낚시를 하며 시간을 죽였다.
바닷가라 그런가 인천은 꽤 추웠다. 3-4시쯤되니 손에 금반지를 주렁주렁찬 좌대 사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손질해가려면 지금 거둬서 가지고 가야 안밀린다고 했다. 지금 모든 좌대에 사람이 많기 때문에 고기 손질에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며 사람들의 퇴청을 독려했다. 이미 낚시는 관심 없어진 우리 일행은 그 소리에 정리하기로 했다.
독립좌대는 참가자가 직접 그물을 들어 올려서 고기를 건져야한다. 이 작업이 은근 꿀잼이었다. 고기를 건져서 몇마리 회뜰지, 몇마리 손질해서 가져갈지를 정하고, 손질해주는 회 센터로 갔다. 좁은 문에 저울과 1kg당 손질얼마, 회 얼마라는 가격표가 떡하니 붙어 있었고 주변으로는 파리가 지독하게 날아다녔다. 위생이 좋아보이진 않았고 안쪽에서는 생선을 다듬는 일을 엄청나게 하고 있는 듯 했다. 우리가 맡기려고 줄을 선 뒤 뒤로 줄줄이 사람들이 몰렸다. 우리의 생선손질은 약 1시간 정도 걸릴거라고 했다.
모두들 근처 펜션으로 이동하기로 하고 나는 다른 일행과 남아서 손질을 기다렸다. 고기가 없이 비어버린 좌대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물을 걷을 때 우리 좌대에서는 고기가 한마리 더 나왔었다. 우리 앞 좌대가 그물을 걷는 것을 보는데 고기가 두마리는 더 나온 듯 했다. 아마 앞팀이 제대로 회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서해라 노을이 멋졌다. 마치 라라랜드 같아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선글라스 때문에 생긴 착각이었다.
어둑어둑해져가는 하늘을 뒤로 손질되어 나온 고기를 받고 집으로 향했다.
<만정좌대낚시터> 친구들 또는 회사 워크숍으로 서울 근교 친목을 도모하기 적절했다. 서울에서 가깝고 방류 직후 손 맛을 볼 수 있고, 방갈로가 잘 되어있어서 놀기 편하다. 가족단위로 와도 좋을 듯. 물론 난 재 방문할 생각은 없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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