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 영월 여행> 원주 - 영월 여행기 1편

 쓸까 말까하다가 이것도 여행이니 쓰기로 한다. 내 고교 동창들은 매년 1회 단체 여행을 반드시 떠난다. 여름여행을 떠나려 했으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겨우겨우 일정들을 맞춰서 10월말 영월로 목적지를 정했다. 연차가 오래되면서 친구들은 서로 여행에 대한 합의를 보는데 지쳤다. 누군가는 등산을 싫어했고, 누군가는 물놀이를 싫어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1명씩 '대장'을 정해서 그가 계획한 코스대로 군소리 없이 따르기로 했다. 

 

 이번 대장은 두툼이다. 대만여행 당시 총무를 도맡았는데 회비 지갑을 투어 택시에 놓고 내리는 대담함을 보였으며, 회비가 얼마쯤 남았냐는 말에 아직 두툼하다는 화폐초월적인 발언으로 많은이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그는 최초에 빠지를 기획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 19로 급선회 하여 ATV 일명 사발이를 타는 것으로 선회하였는데, 사실 난 둘다 맘에 들진 않았다. 그러다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급상하고 모든 계획은 무산되었다. 나는 내심 좋아했다. 

 

 여행을 가냐마냐로 왈가왈부하다가 결국엔 가기로 결정했는데, 장소가 문제였다. 몇몇 친구들은 그리들(솥뚜껑이 뒤집어진 형태의 불판)을 원했고 두툼이도 그리들에 대해 호의적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두툼이는 솥두껑이 있는 정선의 펜션을 예약했다. 하지만 그가 예약한 펜션은 그리들 형태가 아니라 그냥 일반적인 숱뚜껑 윗판의 형태였다. 우리는 두툼이를 질타했다. 도대체 우리가 했던 그리들에 대한 공감은 어디로 갔냐며, 그는 당당하게 모른다고 말했다. 

 

 부산과 서울에서 출발하는 우리들에게 정선은 너무 멀고, 험했다. 별도의 활동이 있는 것도 아닌데 정선으로 가는건 너무 '쌉오바'라고 판단한 나는 진지하게 말했다. 고속도로에서 너무 멀고, 펜션의 상태도 좋지 않다. 차라리 좋은 곳으로 가서 쉬다오자고. 그리고 두툼이에게 몇개의 펜션을 알아봐주고 이야길 나눴다. 그렇게 우리의 여행지는 영월로 결정되었다.  

 

 정선이 영월로 바뀌고 성난 민심은 조금 잦아들었다. 어차피 이 가을에 남자놈들 7명이서 할 수 있는 활동이란건 대단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별도의 액티비티가 없는건 다들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여행날짜가 다가오고 각자의 설렘을 가지고 다음 구체적인 일정공지를 기다렸다. 

 

 영상쪽 일을 하는 두툼이는 전날에도 당일에도 출근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면서 위기감을 주었고, 이게 우리가 여행 전체에서 느낀 가장 큰 긴장감이었다. 2-3일전 구체적인 계획이 나왔다. 원주에서 모여 점심을 먹고 장을 보고 영월로 넘어가자는 계획. 다들 왜 원주인지 의아했으나 대장이 있으면 따르면 된다. 회비는 20만원 이었다. 그날은 모임속의 모임 골프계 투온스리펏의 정기 라운딩 일정이 있어서 각자 차가 한대씩 이동해야 했다. 서울에서 5대의 차가, 그리고 부산에서 1대의 차가 올라왔다. 

 

 

 

 

 나를 포함한 몇몇 친구들은 원주에 일찍 도착했다. 차막히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좋은날씨에 놀러가고 싶은건 우리만이 아니었다. 원주에 도착한 우리는 골프 인도어 연습장에 들어갔다. 이스트힐 골프클럽. 친구들은 다음날 라운딩을 위해 인도어에서 몸을 풀고 있었다.  

 

 

 

 

 원주에서 다 모인 우리는 소문한 해물찜을 먹었다. 사장님은 우릴 위해 구석 좌식 방으로 된 테이블을 잡아두었다고 하는데 그 시간대에 손님은 우리뿐이라, 대관을 했어도 별 무리없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냥 시끄러울거 같으니까 구석에 넣어 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해물찜과 낚지찜을 주문했다. 서빙해주시는 어머님께서는 우리집은 철판이 맛있는데 라고 세번이상 말했다. 오 그럼 바꿀 수 있어요 라고 물어보자, 아니 이미 음식은 나왔지 라고 세번 이상 답해주었다.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앞으로 내가 평생 원주를 다시 올 일 있을까. 해물찜은 맛있었다. 볶음밥도 괜찮았고, 괜히 철판볶음에 조금 아쉬움이 생겼다.

 

 먹고 나서는 대장은 우릴 위해 무지개빛 트레이닝 팬츠를 준비해주었다. 그걸 입어야 한단다. 나는 파랑을 선택했으나 XXXL사이즈. (유일하게 하나)를 골랐기 때문에 나보다 체구가 큰 친구에게 양보해야 했다. 그래서 남색이었는데 정말 무난했다. 노란색을 고를걸 그랬다. 그렇게 형형색색 옷을 입고는 스크린 골프장에 갔다. 어깨가 아파서 안치려고 했지만 뭐 내기를 한다고 하기도 하고 까짓것 해보자 하는 생각에 했는데 볼이 잘 맞아서 기분이 좋았다. 장보고 세팅하고 치우기 내기를 했는데 우리편이 이겼다.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우리는 원주에 왜 왔을까. 맑은 가을날씨가  황망했다.

 

다음편

[여행기/국내여행기] - <원주 - 영월 여행> 원주 - 영월 여행기 2편

 

<원주 - 영월 여행> 원주 - 영월 여행기 2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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