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 영월 여행> 원주 - 영월 여행기 2편

[여행기/국내여행기] - <원주 - 영월 여행> 원주 - 영월 여행기 1편

 

<원주 - 영월 여행> 원주 - 영월 여행기 1편

 쓸까 말까하다가 이것도 여행이니 쓰기로 한다. 내 고교 동창들은 매년 1회 단체 여행을 반드시 떠난다. 여름여행을 떠나려 했으나, 코로나 19 사태로 인해 겨우겨우 일정들을 맞춰서 10월말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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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주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인 장보기가 남았다. 우리는 무지개 바지를 입고, 슥데이에 원주 이마트를 누볐다. 코로나 19? 원주 이마트는 인산인해를 이뤘고, 만두가 맛있었으며, 우리는 사람들 사이의 하나의 무지개빛 요정이었다. 나는 남색이라 물론 그들과 섞여보이진 않았으나 주황, 노록, 초록, 빨강, 파랑, 보라색 바지를 입은 친구들은 당연 돋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성소수자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사람들 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기에 영월에 펜션을 잡았음에도 우리가 원주에 온 이유. 바로 메인 컨텐츠 무지개빛 옷을 입고 이마트 쇼핑하기. 이걸 우린 부상자 없이 무사히 끝냈다. 우리는 하룻밤 저녁먹을 45만원어치의 저녁장을 봤다. 고전 보드게임 뱅도 하나 챙겨넣었다. 우리는 언제부턴가 놀러가서 보드게임을 하곤 했다. 레지스탕스 아발론이 시작이었던거 같은데 정말 많이 투닥거렸다. 쓰다보니 여행기인데 원주의 특산물이나 관광명소 같은 이야기는 전혀 없어서 제목에서 원주를 빼야할까 고민된다. 고민에도 불구하고 영월에서도 영월에 대한 이야긴 없기 때문에 이 여행기를 읽는 일반독자들에겐 미안하게 되었다. 영월에 대한 이야기도 없으니까 여행정보를 얻고 싶은 분들은 백스페이스를 눌러 뒤로 돌아가시길.

 

 

 

 

 다시 이야기로 돌아와서 우리는 이마트에서 쇼핑을 마치고, 그 수많은 식자재들을 들고 이민가는 사람들 처럼 6대의 차로 뿔뿔이 흩어져 영월로 향했다. 이미 해는 졌다. 영월로 가는길은 고속도로를 조금 탔다. 국도로 나와서는 좁고 구불구불한 길이었다. 목적지는 치악산자락에 있는 무릉도원면에 위치한 펜션이었다. 가는길에는 죽은 고양이시체와 가로등 없는 좁은 길, 갑자기 나타는 자비없는 방지턱으로 공포감을 조성했다. 당행스럽게도 내 앞에는 친구차가 앞서고 있었는데 후미등이 나가있었다. 친구는 방지턱에서 감속하지 않았다. 

 

 한참을 한참을 달렸다. 약 40분 정도 차를 몰았던거 같은데 길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공포감만 생겨났다. 길고 긴 산길 끝에 갑자기, 도로가 끊긴 듯한 표지판이 등장했고 바로 그 옆에 우리의 목적지인 펜션이 있었다. 펜션 이름은 산206펜션. 이건 별도로 포스팅을 할 예정이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만족스러웠던 부분이 이 펜션이다.

 

 

 

 

 암튼 우리는 무사히 도착했다. 나는 꽤 빨리 온 줄 알았는데 꼴지로 도착했다. 먼저 온 친구는 오는 길이 무서워서 혼났다고 한다. 우리는 이마트에서 산 어마어마한 짐을 내리고 곧바로 먹을 준비를 했다. 된장찌개를 올리고 장작에 불을 피워 솥뚜껑을 달궜다. 아 그전에 솥뚜껑을 칫솔로 닦았다.

 

 

 

 그리들 형태로도 사용가능하단 말에 기대가 가득이었으나, 사실 그런 용도로 제작된 제품도 아니었으며, 너무 많은 그을음에 절대 뒷판으로 먹을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그냥 솥뚜껑 위에 고기를 구워먹는 처지가 되었다. 내가 알기로 영월에 온 큰 이유 중 하나가 '그리들' 이었다. 

 

 

 

 

 고기를 구웠고, 불판담당인 준태킴이 가지고온 불판과 장작 솥뚜껑에 삼겹살을 미친듯 올려 고기를 구웠다. 고기는 맛있었고 불판이 더 고기맛이 좋았다. 산206펜션 사장님께서는 테이블 옆에 장작을 땔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셨다. 한껏 고기를 먹은 우리는 장작을 때우기 시작했다. 다들 스트레스가 많았는지 장작은 끝도 없이 들어갔다. 우리는 나이에 걸맞게 진실게임을 했는데 정말 불편했다. 인상적인 멘트는 '네가 결혼 할 만한 남자인지 먼저 생각해봐'였는데 유부남새기들 선이없다 진짜. (속으로 앞으로 이성이 없는 곳에서 진실게임은 하지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더이상 진실로 서로에게 궁금한 것이 없고(사실 애초에 거의 없었다.), 장작으로도 태울게 없어지자 우리는 펜션안으로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호다다닥 치운다고 치웠는데 너무 많은 재가 날렸고, 너무 많은 쓰레기가 나왔다. 나는 펜션 2층에 숨어서 잠시 진실게임의 뜨거운 연기를 가라앉히고 잠을 자려고 했는데 맥주한잔 더 하자고 난리였다.

 

 

<아무리 좋은 숯을 써도 불판을 이길 순 없다.> 

 

 

 맥주는 마시기 싫었으나 성화에 못이겨 내려갔고, 아발론, 달무티 등으로 보드게임에 조금은 익숙해진 녀석들이 보드게임 을 보고는 흥미가 동했는지 기왕산김에 해보자고 했다. 맥주는 코로나가 깔려있었다. 우리 파티의 생각담당과 나는 사실 만취된 사람들을 데리고 운영하기 벅찰거라 생각했지만 은근 집중력을 발휘하여 다들 몰입했다.

 

 

 

 

 뱅은 꽤 재밌었다. 나는 배신자라 모든 멤버를 죽이는 역할이 었는데 무법자가 부관을 쏘기전 보안관에게 '뱅'을 날려 자신의 정체를 까면서 판세는 혼돈의 카오스가 되어버렸다. 결국 보안관 팀이 이겼고 재미를 붙인 친구 몇은 한판 더 하자고 했으나, 시간은 새벽 4시였다. 하고자 하는 이와 그만하고 싶어하는 이가 있어 게임은 종료되었고 다들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아침. 치악산 자락은 평화로웠다. 밤새 들리던 졸졸졸 계곡물은 펜션 아래 바로 접근이 쉽게 되어 있었고, 울긋불긋 단풍과 맑은공기가 강원도에 와있다는 걸 실감하게 했다. (전날까진 몰랐다 밤에 왔기 때문에) 이렇게 좋은 숙소에 해지고 도착해서 놀았다는게 약간은 원통했지만 이런게 여행아닌가. 친구들 모두 이 정도면 가족들과 와도 괜찮겠다, 너무 좋을 것 같다며 이야길 했다. 체크아웃은 10시 30분. 부랴부랴 정리하고 남은 맥주와 식재료등을 나눠갖고 펜션을 나왔다. 공식일정은 점심을 다같이 먹고 헤어지는 것인데 친구들 라운딩 하는 장소인 제천지역에서 먹기로 했다. 골프장 바로 앞 올뱅이 해장국집이 수배되었다. 누군가는 갈비탕을 누군가는 올뱅히 해장국을 주문했다. 나는 올뱅이 해장국을 먹었는데 올라간 시금치가 인상적이었다. 맛도 제법 있었다. 

 

 

 

 

 점심 식사를 끝으로 1박 2일간의 짧은 여정은 끝이났고, 집까지 돌아가는 길은 막혔다. 여기까지 읽어준 분들에게 감사인사를 드리며,. 이것이 왜 원주 여행기인지, 영월 여행기인지는 묻지 마시길 바란다. 다만 치악산자락의 맑은 공기와 멋진 단풍 그리고 제천의 올뱅이 해장국이 맛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주시길 바라며. 

 

 

 

 

끗- 

 

두툼아 근데 원주는 왜 간거야?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내 마음을 아는지 비가 추적추적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