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다. 생에서 공평한 유일한 것. 우리는 시간을 팔아 다른 재화를 얻는다, 누군가는 시간을 조금만 팔아 더 큰 재화를 얻는다. 하지만 재화와 상관없이 결국 이건희 회장이 죽었듯. 시간이 흐르면 사람은 나이들고 죽는다. 유한한 삶이란 얼마나 비참한가. 어떤 삶을 살던지간에 종극에는 죽고야 만다.
죽음에 대해 더 자주 생각하게 되었다. 문득 게임을 하다가도, 독서를 하다가도 죽음이 불현듯 떠오른다. 나에게 죽음은 의식의 끝. 아무것도 없는 어둠. 자아의 상실을 뜻한다. 그런 생각이 문득문득 들때면 오싹하고 한기가 든다. 감히 죽음에 대해 상상해보자면 깊이 잠들어있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된다. 깊은잠에 들어 아무런 기억도 의식도 없는 상태가 죽음에 가장 가까운 상태가 아닐까. 극단적인 시절에는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살았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무튼 오늘 출근길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나이 들어가는 것이 한스러워졌다. 죽음에 가까워져가는 것인데 좋은 점이 있을리 있나 하는 한탄 속에 긍정적으로 생각하기 위해 장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역시 없었다. 다양한 분야의 학문적 접근에서 늙는 것의 장점은 전혀 없었다. (목표가 자연사라면 더 빨리 자연사 할 수 있다 정도의 장점이 있겠다.)
아무튼 찾다가, 문득 얼마 전에 본 책에서 느꼈던 단어의 다른의미가 생각났다. 사전적 뜻이 아닌 이면에 깔린 다르게 사용되는 뜻. 살아가면서 경험이 쌓이지 않고서는 모른다. 유머와 말 장난, 나이가 들어야만 알 수 있는 것들을 아는 것이 겨우겨우 찾아낸 장점인듯 하다.
단어의 다양한 쓰임에 사례들을 포스팅으로 쓰려고 했으나, 막상 정리하려고 하니 그럴듯한게 얼마 없어서 / 있겠지만 매끄러운 글로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그래도 써보면...
#언젠가, 조만간, 곧
정해진게 없는 특정 시점을 지칭하는 단어는 단어 그대로의 그 시점을 지칭하지 않는다. 최대한 늦게라는 의미를 지닐때도 있고, 종종 화자에 따라서는 존재하지 않는 시점을 뜻하기도 한다.
#넵
넵의 용법은 논문으로 나와도 될 수준으로 무궁무진하다. 예를들어 듣기싫은 직장상사의 말을 흘려 넘기기 위해서는 넵. 뭔가 너무 싫지만 싫은 티를 낼 수 없을 때는 넵? (이게 내 일이라고??), 뭔가 업무 진행여부에 대해 물었을때 했다면 넵! (크.. 이건 내가 했지!), 자꾸 물어보면 넵넵 (그만물어봐 ㅆ). 과 같이 사용된다.
#죄송합니다
사실 죄송할건 없다. 현대에 들어서 '죄송합니다'가 진짜 죄송해서 쓰이는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항상 '을'의 위치에 놓여있는 직장인들은 습관적으로 '죄송합니다'를 습관적으로 남발하게되는 것이다. 죄송이 실례 보다 자신을 낮추는(겸손을 떠는) 느낌이라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실례는 뭔가 발음도 어렵다. 실례란 건 어째서인지 해선 안될거 같기도하고. 상대적으로 죄송은 하기 쉽다.
#적당히, 대충
적당히와 대충은 어떤 성황에서 쓰이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진다. 누군가 나에게 ‘적당히 해.’ 라고 말하면 내가 크게 엇나가고 있음을 경고하는 말이 된다. 누군가 나에게 ‘이 건은 너무 무리하지마시고 적당히 해주세요.’ 하면 나를 상당히 배려하주는 것 같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괜시리 불안에 빠지게 하기도 한다. 적당히는 불안한 단어다. 같은 느낌으로 대충도 같은 효과를 낸다. '대충하셔도 괜찮아요' 와 '대충했네?' '대충하라니까' 을 보면 대충이란 단어에서 불안감이 절로 느껴진다.
이제는 같은 단어라도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마나 아름다워 질 수 있는지 안다. 이것도 나이들어가는 것에서 오는 장점. 이 정도 까지 써봤는데 생각보다 별로다. 머리가 크고 몸이 작고 꼬리가 없는 괴상한 글이 나왔다. 일단 발행하고 나중에 추가적으로 나이들면 좋은 일을 더 찾아보도록 해야지..
아무튼 그렇다는 이야기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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