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발칙한 리뷰어 최고씨 입니다.
리뷰라기엔 개인적인 경주 여행기 시작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경주 Part 1 -
내가 처음 경주에 가게 된 것은 군을 막 제대한 직후였다.
나는 졸업을 한 상태로 전역을 했으며, 삶의 의욕도 없었으며 내일 뭘 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막연하게 잘될 거라는 생각만으로 살고 있었다. 그런 무의미한 나날들을 보내던 당시의 나에게도 하나의 로망이 있었다. 바로 경주.
남들은 중3 때 고2 때 수학여행으로 갔다는 그 경주! 하지만 나는 방문하지 못했다. 당시 한창 유행하던 병영체험 수학여행 코스와 버스투어로 경주에 방문할 기회를 잃었고 나이가 들면서 천년의 신비를 보유한 경주에 대한 환상은 커져만 갔다.
20대 초반의 나는 어딘지 모르게 센치한 구석이 있어서 훌쩍 여행을 떠나곤 했는데 그날이 그랬다.
그날 갑작스럽게 티비를 보다가 경주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녁 9시가 될 무렵이었다.
후다닥 짐을 챙겨서 고속버스 터미널로 가서 경주행 버스표를 삿다. 버스터미널은 나만 이용하는 듯 한가하고 고요했다. 터미널 밖에서 담배를 한 대 피우려고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다가왔다.
자신도 한개피 얻어 필수 있겠냐며, 그리고 구구절절 자신의 슬픈 이야기를 이야기하며 (잘 기억나진 않지만 말이 안 되는 스토리텔링이었다.) 저녁을 먹게 돈을 좀 달라고 했다.
나는 갓 전역한 백수로써 가진돈이 거의 무일푼 이었기에, 실제로 현금도 없었고. 그냥 가지고 있던 담배 한 갑을 넘겨드렸다. 나는 경주를 생각하면 언제나 그 슬픈 사연을 가진 배고픈 아저씨가 떠오른다.
밤 버스에 올라타 창밖으로 보이는 가로등들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서글퍼졌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당시는 스마트폰이 없었기에 가지고 나온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거렸던 것 같다.
막차가 경주에 나를 내려준 시간은 2시 무렵이었다. 몇몇 안 되는 승객들은 서둘러 내려 택시를 타고 떠나고, 마중 나온 가족들의 자가용을 타고 금세 사라졌다.
나는 여름의 신선한 새벽공기를 한껏 들이마시며 첫 여행지를 첨성대로 결정했다! 당시 여행에 대한 정보가 1도 없었으며 무언가를 물어볼 사람도 없었고, 알고 있는 지식이라고는 첨성대, 석굴암, 불국사가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자연스럽게 터미널을 나오자마자 보이는 '첨성대'라는 도로 표지판을 보고 첨성대를 우선 둘러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오가며 봤던 첨성대의 이미지는 푸른 잔디 위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항상 우직하게 서 있고, 밤에는 노란 조명이 첨성대를 밑에서부터 밝혀주어 그 우직함이 더 빛나고 낭만적인 건축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첨성대로 향하던 내 발걸음은 첫 여행지에서 오는 설렘, 아무도 없는 널따란 경주의 길, 그리고 옛 건축물들로 한껏 가벼웠다. 30여 분 걸었을까? 첨성대 입구가 보이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지만 스마트폰이 없었고 여행에 대해 거의 아마추어였으므로 ..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다. 새벽 3시경 첨성대의 매표소는 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나는 순간 갑자기 다리의 피로감이 몰려왔으며, 아무도 없는 아무도 모르는 도시에서, 닫힌 첨성대 매표소 앞에서 앞이 아득해졌다. 그리고 무얼 해야 할지 고민하다, 첨성대 입구에 있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주차장으로 나왔다.
하늘에는 구름한점 없는 여름밤의 별이 빛나고 있었고 나는 잘 곳과 돈이 없었다.
주차장 한구석의 주차 관리실 옆 어두운 부분에 가서 배낭을 베개 삼아 베고 누워 잠을 청하기로 했다. 여름은 노상을 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슬금슬금 눈꺼풀이 내려와 잠이 들었을 찰나.
귓가에 위윙 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모기, 모기였다.
나는 끔찍하게 생각하며 모기를 잡다 이 곳은 아무리 모기를 잡아도 새로운 모기가 나타날 거란 걸 쉽게 알아차렸다. 한껏 팔을 휘젓고 있는데 갑자기 앞에, 주차된 차의 헤드라이트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그리고 내가 기겁하며 놀라자 무언가에 쫓기듯 끼이이이익 소리를 내며 후진을 하더니 씽 하고 사라져버렸다. 그때 놀란 걸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놀란 가슴을 보여잡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그 차량의 주인은 3시경 첨성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무언가 하고 있었을 것이다. 국정원의 비밀요원이거나, 사랑을 나누고 있는 젊은 커플 하여간 뭐가 되었건 그냥 아무 이유없이 그곳에 그 시간에 차를 주차하진 않았을 것이다.
차주가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을 무렵 (돈을 주고받거나 정보를 팔거나, 사랑을 나누거나 하여간 무어간 하고 있었겠지) 어떤 배낭을 짊어진 말라깽이가 터벅터벅 걸어와 배낭을 벗고 베개 삼아 누웠다가 잠들려다 갑자기 팔을 휘적휘적하니 얼마나 어이가 없었을지. 아니면 어휴 아직도 거지가 있네? 라는 생각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놀랐을 차주분께 심심한 사과를 전해본다.
다시 그때로 돌아가면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잠이 싹 달아났고, 더는 첨성대에 있기가 싫어졌다. 다행인 건 아직 경주에 있다는 사실은 좋았다. 첨성대는 본 셈 치고 불국사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표지판을 보고 불국사로 걷기 시작했다. 새벽 3-4시 무렵이었다.
경주를 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경주 시내에서 설렘을 갖고 걸을 수 있는 거리가 아니다. (이제는 안가봐도 알 수 있는 방법이 너무 많다.)
하지만 나는 몰랐고 걷기 시작했다
Part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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