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한낮의 연애 - 김금희, 불가해한 이야기들

 불가해한 이야기이란 부제를 달아보았다. 오랜만에 쓰는 책 리뷰는 김금희 작가의 단편집 <너무 한낮의 연애>. 배우 최강희 주연의 드라마로도 제작된 적 있는,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너무 한낮의 연애>를 비롯해 <조중균의 세계>, <세실리아>, <보통의 시절> 등 묘한 기분이 들게하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단편집이다.

<KBS 드라마스페셜>

 

양희는 어제처럼 무심하게 대답했는데 그 말을 듣자 필용은 실제로 탁자가 흔들릴 만큼 몸을 떨었다.
"오늘도 어떻다고?"
"사랑하죠. 오늘도"
필용은 태연을 연기하면서도 어떤 기쁨, 대체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불가해한 기쁨이었다.

 

 한마디로 이야기 하기 어려운 소설집이다. 앤드류 포터나, 유디트 헤르만,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비밀스러움, 아득함, 씁쓸함이 이 단편집에 녹아 있는 듯 했다. 소설은 기승전결이 뚜렷한 것도, 없는 것도, 이야기를 하다만 느낌이 드는 것도 있었다.



소설 속 주제는 경험해보지 못했던 뜻밖의 이야기들이다. 자칫 흥미가 떨어질만도 한데 무서울 정도로 몰입되었다. 몰입을 이끌어내는 담담한 문체가 좋았다. 각 단편들은 서로의 장점을 뽐내듯이 서사에 집중하기도 했으며, 감정에 집중하기도, 어떠한 것에도 집중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졌다. 읽는 내내 그리움과, 슬픔과, 사랑과 불안, 상실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느꼈다.

 


 좋은 소설집이다. 누가 읽느냐에 따라 각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바가 다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 모임 같은 곳에서 같은 단편으로 논의를 해봐도 재밌을 것 같다.

 

"선배 그냥 사과 같은 거 하지 말고 그냥 이런 나무 같은 거나 봐요."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매료될 것이다. 그냥 읽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다만 명료한이야기, 완벽한 서사구조, 교훈 같은게 필요한 사람에게는 비추. 오랜만에 좋은 소설집을 읽었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