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이야 말로 장난의 가장 큰 매력인 법이다.
재밌는 러시아 소설
서로 앙숙인 집안이 등장하고, 복수를 아껴둔 남자가 복수를 위해 떠난다. 아침 드라마보다 흥미로운 주제의 다섯 가지 이야기를 모아둔 단편소설집 <벨낀이야기>는 러시아의 대문호 알렉산드로 푸쉬킨의 소설이다. 구성이 재미있다. 벨낀의 작품을 대중들에게 소개하려는 발행인의 말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그를 아는 누군가에게 외모, 성격, 살아온 과정을 물어 벨낀이 누구인지 편지형식으로 소개한다.
벨낀이라는 인물을 내세운 뿌쉬낀의 첫 번째 소설이다. 당시 낭만주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상황에서 낭만주의를 비판하는 단편이라는 점과 뿌쉬낀의 첫번째 소설이라는 부담 때문에 이런 방식(벨낀이라는 가상의 인물의 작품을 소개하는 형식)을 취했을거라는 의견이 있다.
러시아소설에 대한 편견과 낭만주의 비판
러시아 소설은 뭔가, 길고, 어렵고, 교훈적이다(?) 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이번 단편소설집에서 완벽하게 그런 생각이 깨졌다. 벨낀 이야기에는 다섯가지 이야기 <마지막 한 발>, <눈보라>, <장의사>, <역참지기>, <귀족 아가씨 - 시골처녀> 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기존 문학들이 가지고 있는 클리셰를 재치있게 깨버리는 이야기 전개가 아주 기똥차게 재미있다. 사상과 이념이 아니라, 당시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서사에 집중한 것 같아 더 좋았다.
<귀족 아가씨 - 시골처녀>는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오르게 하는 이야기다. 집안간의 갈등속에 피어난 사랑을 다루는데 풀어나가는 과정이 훨씬 현실적이라 어이없고, 귀엽고, 재밌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고, 나는 이 포스팅을 읽은 사람들이 <벨낀 이야기>를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줄거리는 다루지 않기로 했다. 재미가 없었다면 줄거리를 줄줄 읊는 포스팅을 썼을 것!
당대 낭만주의를 비판하는 소설이지만 막장으로 만들어진 현대의 창작물 또한 비판해주는 듯 하다. 뻔한 재벌2세, 출생의 비밀, 불륜 등 자극적이고 원색적인 이야기들을 향해 대신 일침을 가해주는 느낌도 들었다.
뻔한 아침드라마보다 재밌는 알렉산드르 뿌쉬낀의 소설 <벨낀 이야기>, 고전문학을 시도해보고 싶은 사람, 독서에 취미를 붙여보고 싶은데 장편이 부담스러운 사람이 입문하기에 최고의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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