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방 - 버지니아 울프 '대표적인 페미니즘 에세이'

 소설이나 시를 쓰려면 연간 1년에 5백 파운드와 문을 잠글 수 있는 방 한 칸이 필요하다고요

 

 

대표적인 페미니즘 소설

 자기만의 방을 읽었다. <댈러웨이 부인>으로 이름만 들어본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다. 에세이 형식이고, 가상의 인물들을 등장시켜 의식의 흐름대로 '여성과 소설'이라는 주제를 탐구해 나간다. 대학시절 여성학 시간에 배웠던 얼핏 알던 내용들이지만 글로 보니 더욱 충격이컸다. 

 

  버지니아 울프가 강연을 의뢰 받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제는 여성과 소설. 여성 작가의 작품을 고찰하고 여성작가의 한계와 원인을 차근 차근 쫓으며 '1년 5백 파운드와 자기만의 방'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여성이 당하는 차별에 대해, 남성이 어떻게 권력을 유지하는지에 대해, 빈곤이 자유를 어떻게 억압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 대단한 에세이다. 여성이 당하는 차별을 고발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결국 자기 자신을 찾기 위해서는 여성은 남성성을, 남성은 여성성의 조화를 찾을 때 진정한 '자신'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본래 책 문구를 많이 넣는걸 선호하진 않는데 인상깊은 구절들을 넣는게 이번 포스팅에서는 더 좋을 것 같아 말을 아끼고, 포스팅을 마친다. 버지니아 울프가 지금 시대를 봤다면 과연 <여성과 소설>을 어떤 내용으로 강의 했을까 궁금해진다.

 

 끗-

 

 

글을 쓰는 사람이 자신의 성별을 생각하는 것은 치명적입니다. 

 

사실 여성이 남성들이 쓴 소설 외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린 여성을 극히 중요한 인물로 상상할 겁니다. 대단히 다양하게, 영웅적이고 비열하게, 눈부시고 추악하게, 무한히 아름답고 극도로 가증스럽게. 어느 낭성만큼이나 훌륭하게, 혹자는 더 훌륭하게 생각할 겁니다. 하지만 이것은 소설 속의 여성입니다. 사실 트리벨리언 교수가 지적하듯, 여성은 갇혀서 구타당하고 방 안에 내동댕이 쳐졌습니다. 

 

 저번 날 가장 인간적이고 겸손한 남성 Z가 리베카 웨스트가 쓴 책을 집어서 한 구절을 읽다가 <완전히 여성 해방론자군! 남자들이 속물이라잖아!>라고 외쳤을때 내가 느낀 경악을 설명해 줄까요? 

 

 여성들은 수백년간 남성에게 실물의 두 배를 비춰 주는 마법과 기분 좋은 능력을 가진 거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 능력이 없다면 아마 지구는 여전히 늪지와 밀림일 겁니다. ··· 여자가 진실을 말하기 시작하면, 그 남자의 거울에 비친 몸은 작아지고 인생의 적합도 또한 줄어듭니다.

 

 이 모든 권력을 쥔 남성이 화를 내다니 어처구니없는 것 같다고요. 혹시 분노가 권력과 친하고 부수적인 요정인지 궁금했습니다. 예를 들면 부자들이 자주 분노하는 것은, 빈자들이 그들의 부를 빼앗고 싶어 한다고 의심하기 때문이거든요. 

 

 그녀는 <앨리펀트 앤드 캐슬>맞은편의 승합차 정류장이 있는 곳에 묻혀 있습니다. 그런데 나는 한 줄 도 못 쓰고 교차로에 묻힌 이 시인이 아직 살아 있다고 믿습니다. 그녀는 여러분 안에, 내 안에, 설거지하고 아이들을 재우느라 오늘밤 여기 오지 못한 많은 여성들 안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