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즈 대작전 '프로포즈 장소까지 유인하기와 성공까지'

 프로포즈 장소까지 눈치 못채도록 데려오는 것이 중요했다. 프로포즈 당일은 예복 가봉과 촬영복 대여 날이었다. y의 기분과 무관하게 어쨌든 할건 해야했고, 종로에서 우리는 만나기로 했다. 호텔 세팅을 끝내고 종로에 일찍 도착했다. 조금이라도 그녀의 기분이 풀렸으면 하는 마음에 꽃도 한송이 구매했다.

 

 사실 며칠전부터 더 빨리 종로로 나올 수 없냐고 물어봐서 약간은 눈치 챘을법도 했다. 눈치 챘을까봐 걱정했는데 전날 있었던 사소한 오해로 그런 생각은 전혀 안들었고, 호텔로 안가면 어쩌지 하고 전전 긍긍했다. 호텔로 안가는 것도 걱정이고 켜둔 LED 촛불들이 꺼질까봐도 걱정이었다.

 

 아무튼 심난한 와중에, 양복점에서 일정은 끝나가고 있었다. 클래식한 무늬의 타이도 고르고.

 맞춤 예복도, 입어봤다. 허리가 저번보다 1인치가 줄었다고 했는데 생각해보니 프로포즈 세팅하느라 몸을 움직여서 그랬던거 같다(..) 아무튼 허리도 다시 수선하기로 했다. 촬영복을 고르던 중  y가 도착했다. 미리 사둔 꽃을 주고, 물을 주었다. y는 오느라 지쳤는지 아니면 어제의 기분이 남아있는지 굉장히 침착해 보였다. 양복점 실장님이 계속 y에게 말을 걸었는데, 선물한 꽃에 대한 질문을 계속 해주었다. 꽃이 너무 예쁘다, 자기도 꽃 선물 받고 싶다, 무슨날이냐 등등의 질문이었다는데 겉으론 모른척 하면서 속으로는 꽃사길 잘했다고 100번 생각하고 있었다.

 

 무난하게 촬영복 셀렉을 마치고, 우리는 차로 향했다. 밥은 먹기싫다는 y, 집에 가겠다고 하기 전 나는 먼저 잠실에 잠깐 물건 좀 받으러 가야하는데 들렸다가 데려다 줘도 괜찮냐고 물었다. y는 그런 이유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괜찮다고 했고, 차에서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촬영복에 대한 이야기와 오늘은 어떻게 보냈는지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제의 남은 감정이 얽혀서 대화의 행방은 갈피를 잡지 못했다. 차라리 잘됐다 싶어서 침묵을 유지하고 갔다. y는 에어컨 바람을 많이 쐬서 그런가 컨디션도 좋아보이지 않았다.

 잠실에 가까워지자 나는 내심 찔려서 '아니 우리 매니저가 내 지인이잖어, 근데 그 사람이 우리 결혼선물 호텔에 맡겨놨다고 찾아가라해서 로비 가야해 ~' 라는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했다. y는 컨디션 난조로 그게 무엇이든 큰 관심이 없고, 집에 가고싶다는 투로 '응'하고 대답하고 창밖을 바라봤다. 두근두근 주차장에 도착했다. 나는 차를 주차시키고 내리려고 하는데 y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당황했다. 내가 아무렇지 않게 '너는 안 내려?'라는 눈빛으로 바라보자, y는 '나도 가야해?' 라고 되물었다. 나는 차에 혼자있지 말고 같이 가자라고 자연스럽게 말해서. y를 데리고 로비로 갔다. y는 코를 훌쩍였고, 나는 정장 자켓을 벗어서 y에게 입혀주었다. 

 

 나는 물건이 호텔 프론트에 있다며 너스레를 떨며, y를 로비에 앉혀 놓고 프론트로 갔다. 마치 뭔가 이야기하는 척 호텔리어 앞에서 제스처를 몇 번했다. 정말 이상해보였을 것이다. 슬쩍 뒤를 돌아봤는데 y는 다른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굳이 호텔리어 앞에서 이상한 행동은 안해도 됐을 듯 했다.  

 

 자연스럽게 잠깐 올라가야 할 것 같은데? 하고 y를 데리고 엘리베이터로 갔다. 호텔 엘리베이터는 카드키를 대고 층수를 눌러야 하는데 바지 주머니의 카드키 꺼내기와 어색한 층수 누르기에서 들킬까봐 조마조마 했다. 아무튼 y는 컨디션 난조를 겪고 있어서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내가 예약한 방은 가장 안쪽 방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복도 끝까지 걸어가야 하는데 나는 그때부터 이제는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y를 데리고 성큼성큼 빠른걸음으로 걸어갔다. 

 

 방문앞에서 방문을 열자, y는 그제서야 '아 뭐야..'를 연신 외치더니 들어가지 않는 것 이었다! 호텔까지 안가는 것은 상상해봤는데 입구에서부터 안들어갈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몇번의 설득 끝에 준비한 버진로드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장면을 찍어주고 싶었는데, 정장 자켓 안주머니에 핸드폰을 넣어놔서 입장하는 라이브 장면을 촬영하진 못했다.  y는 지금도 모르지만, 정면샷도 건지기 위해서, 테이블 옆에 노트북을 켜놓고 카메라 녹화를 눌러놨는데, 집에와서 보니 최대 녹화 시간이 1시간이었다. 내가 준비하고 나간 뒤 1시간동안 프로포즈 영상 음악만 주구장창 흘러나오고 녹화는 끝났다.  

 

나는 입장과 동시에 눈물쾅쾅 폭풍 대오열 할 줄 알았는데, 또 그렇지는 않았다. 우리는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오해를 풀고, 눈물(콧물) 뚝뚝을 했다. 

 

 모든 것이 진정되고 연출을 좀 해보기로 했다. 입장하던 모습 그대로, 자켓을 걸치고 들어가는 y. 너무 어깨 깡패처럼 나왔기 때문에, 삭제 되었다.(위 영상은 복원) 

 

 이게 대표 영상이다. 우리는 그 후로 사진을 엄청 찍고, 속 깊은 이야길 나눴다. 그리고 사진을 찍었다.

 

 짠- 이렇게 행복하게 프로포즈는 끝났답니다. 

 

고마워 y야.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