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결심했고, 퇴사가 진행되기 까지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결심 한달, 면접을 활발하게 봤고, 열결에 합격해서 옮겼다. 직전 회사도 얼결에 옮겼기 때문에 다시는 이런 이직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으나, 이래도 힘들고 저래도 힘들거 돈이라도 더 주는 곳에서 힘들자는 마음으로 이직을 했다.
결혼을 하고 달라진 여러가지 중에 하나가 직업과 관련된 가치관이다. 결혼전엔 나름 사명감(?) 같은 것이 있었을텐데 요즘에는 직업이라는 것의 본질. 즉 노동력을 제공하고 재화를 보상으로 받는 일에 더욱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다. 거기에 추가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 일을 알아보고 있다. 짧은 경력이지만 나름 잘 만들어 왔다고 생각했는데 한번의 이직 실패로 내 경력은 꼬인 것 같고 지금도 무섭고 걱정이 앞선다. 전 직장의 대책없이 사업만 벌이고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하냐..' 라고 이야기하던 매니저가 너무 싫었는데, 지금 그의 말만큼 옳은 말이 없다. '해야지 어떻게 하냐.' 어떻게 풀릴지 모르겠지만 또 모르니까 인생이 재밌는거 아닐까.
글에 나쁜 습관(쿠세_일본어지만 나쁜 습관 보다 쿠세가 적절한 느낌이다.)가 있다. 고등학생 시절 책밥좀 먹었다고 방귀좀 끼던 그 시절, 나는 독후감 쓰기를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노트에 끄적였다. 그 구성은 지금 블로그에 써놓은 약간 한심한 독서리뷰와 비슷한 수준으로 다음과 같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1.왜 읽었는가. 2.줄거리 3.느낀점 그때도 지금도 참 글을 못쓴다. 무언가를 읽고 내것을 만들어서 글로 풀어쓰는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것 같다, ~지만 등 굳이 안써도 되는 말을 써서 신뢰를 잃게 한다거나, 반전을 주려고 애쓴다. 어쩌라고.(?)
들어오는 것이 있으면 나가는 것이 있다. 결혼을 하면서 꽤 많은 취미를 놓아주었다. 대부분 혼자하는 취미가 많았기 때문이고, 와이프와 함께할 취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업무 시간 외 폭력적으로 들어오는 회사일 때문에도 내 개인적인 시간을 꽤 많이 빼앗겼다. 독서, 영화보기, 블로그 같은 스스로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다시 찾아야 한다.
전 직장에서 비즈니스맨의 슬픈 말로를 목격했다. 임직원 1천명 규모의 회사에서 부회장 자리에 올랐던 그는 정년퇴임을 하고 고문직에 올라 사무실에 꾸준히 출근했다. 그는 회장님 동서였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한순간에 사무실을 빼앗기고, 타던 차를 빼앗기고 누구의 배웅도 없이 쓸쓸하게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내가 아무리 회사 생활을 열심히 해도 지금 부서의 매니저 위로는 갈 수 없었고, 간다해도 끝이 한순간에 모든 걸 내려놓고 집으로 가야하는 신세가 되는 것이라면 진짜 직장인을 끝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지금은 '그래도 해야지 어떻게 하냐' 상태지만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하는 문제다.
사는 건 고통이다. 사는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5년전만하더라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지금은 힘들다. 가끔은 고통스럽기 까지하다. 선택해야할 것은 너무 많고, 책임져야 하는 것들도 너무 많다. 생물학적으로는 죽어가고 있다. 경험해본 것이 많아질수록 시간은 빠르게 간다. 세상은 빠르게 그리고 나와 너무 가까이 있어 모든 것이 비교된다. 나이가 들면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난다던데, 내 나이대의 부모님은 어땠을까. 아버지가 내 나이때 나는 중3이었다. 이런걸 생각하면 더 깜깜해진다. 그냥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그래서 지금은 좀 가볍게 생각하려고 한다. '해야지 어떻게 하냐' 보다는 '할거면 재밌게 하자', '뭐라도 얻어가자'의 마음가짐으로, 인생은 짧고 지금도 시간은 쏜살같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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