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띠. 쓰고 보니 이상한 말이다. 띠지라고도 하는데 영어로 북밴드라고 그럴듯한 영단어가 있었다.
#띠지는?
띠는 너비가 좁고 길다란 물건을 통틀어 일컷는 단어다. 띠는 어디에 쓰이느냐 에따라 '머리'띠 라던가 '허리'띠와 같은 단어가 만들어진다. 띠는 화투에서도 사용된다.
단독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띠라고 하면 불분명하기 때문에 때문에 종이 지(紙)자를 쓰거나 책이라는 명사를 붙여 책에 두르는 좁은 무언가 뜻하게 된다. 책 띠. 굳이 이렇게 정리할 필요는 없었는데 한번 해봤다. 최근에 읽고 있는 책 <재미있다고들 하지만 나는 두번다시 하지 않을 일> 의 영향을 받아 일기 종류의 이야기에는 아무 이야기나 길고 두서없이 재미있게 써볼까 한다.
#책 띠지의 운명
이 포스팅의 시작도. 저 책의 띠지 때문에 시작되었다. (밀린 포스팅이 지금 4-5개인데도이 쓸데없는 주제를 진지하게 다뤄보고 싶어서 작성 중이다.) 이야기에 앞서 한 가지 견해를 밝히고자 한다. 나는 지금까지 책 띠는 지하철 앞에서 호객꾼들이 나누어주는 절대 가지 않을 것 같은 피트니스 센터의 홍보물 처럼 생각한다. 그럴듯한 문구와 좋아보이는 그림들이 가득하지만 절대 갖지 않고 가지 않으며 바로 버리는. 그래서 북밴드는 책을 사자마자 영수증과 함께 버리거나, 찢어버리거나, 뜯어버리거나, 언제 버렸는지 모르게 사라져 있다.
최근의 띠지는 책표지와 어우러져 다양한 디자인 효과를 주거나 홍보의 목적으로 그럴듯한 문구가 써있지만 그 존재만으로 은근 귀찮게 여겨졌다. 책표지와 미묘하게 재질이 달라 거슬리며, 지하철에서 주로 책을 읽는 나에게는 어쩔땐 손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고, 접고 펼때 은근 의식되어 책의 몰입에 방해를 준다.
위의 이유들로 책띠는 바로바로 버렸는데 얼마 전 문제의 책 <재밌다고들 하지만..> 을 선물받게 되었다. 분명 읽던 책이었는데 책띠가 그대로 있었다. 선물준이는 책띠를 절대 버리지 않는다고 한다. (심지어 소중하게 생각하는 눈치였다.) 서로의 다름을 아는게 얼마나 중요한지.. 나는 절대 이해하지-했지만 취향을 존중하기로 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선물은 자고로 준 사람의 성의를 생각하여, 최대한 잘 활용하여야 한다. 선물의 가격과 용도를 떠나 최대한 잘 보존하며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데 책의 경우는 재미있게 읽고 깨끗하게 보관하고, 나같은 경우엔 리뷰까지 쓰면 최선으로 활용하는게 아닌가 생각된다. 선물의 최선의 활용에 깨끗하게 보관이라는 부분에서 책띠가 마음에 걸렸다. 나는 하찮게 여기지만 선물준이는 소중하게 여기는 띠지의 양극단에서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긴(얕은) 고민에 빠졌다.
#띠지를 어떻게 하지?
처음 며칠간은 띠지를 낀 채로 들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날 가방에서 책을 꺼내다 화들짝 놀라게 되었는데 책 표지의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로 추정되는 일러스트가 날 노려보고 있었다.
그래서 띠지를 좀 색다른 방식으로 활용해보기로 결심했다.
눈을 가렸다. 한결 나아보였다. 하지만 눈을 가렸더니 하관의 턱수염이 너무-너무 지저분하게 보였다. 그래서 다시 턱수염을 가렸다.
되려 이게 나아보였다. 최근에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끼고 다니면서 사람들의 눈만 바라보게 되는데 사람들의 눈은 참 예쁘다. 이 일러스트도 눈만 보니 좀 예뻐보이기 까지한다.
#띠지는 책갈피로
어제 카페에서 만난 친구의 책을 보고 새로운 방식을 차용했다. 띠지를 보존하면서도 실용적으로 쓸 수 있고, 버리지 않을 수 있고 심지어 보관도 깔끔하게 할 수 있다.
그건 바로 단순하게도- 책갈피로 활용하는 것. 친구는 띠지를 원형 그대로 잘 접어 책갈피로 활용하고 있었다. 책을 좋아하는 만큼 다양한 책갈피를 사용하는데 좋은 책갈피일수록 책을 상하게 하는 뭔가가 있다. 띠지를 활용하면 그럴 일이 전혀 없다. 그리고 책을 다 읽으면 다시 띠지를 예쁘게 감아서, 책장에 보관하면 된다. 앞으로 나는 이 방식으로 띠지를 잘 보관해볼 생각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띠지의 완벽한 활용법이 아닐까 생각된다. 띠지는 책갈피로 활용하자!
띠지의 더 좋은 활용법이 있는 사람은 이 글에 댓글로 남겨주시길. 바라며.. 띠지에 대한 개인적인 궁상을 남겨본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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