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함
신성함. 사랑보다 뛰어난 신성함이라니. 읽는 내내 속터져 죽을 뻔했다. 단순한 연애소설로 읽어서 그럴수도, 이야기 자체에 집중해서 읽어서 그럴수도 이야기의 마무리가 마음에 안들어서 그럴수도 있겠다.
이야기는 단순하다. 제롬이라는 사람의 일생에 거친 종교관과 연애에 대한 스토리. 노벨문학상을 받은 앙드레 지드의 소설이다. 좁은문은 쓰는데 17년이 걸렸다고 한다. 쓰여진 시간만큼이나, 답답하고 속터지는 이야기였다. 제롬에게는 꿀밤 한가득을 주고 싶었을 정도.
별거 24년
작가 앙드레 지드는 부인과 24년간 별거하며 지냈다고 한다. 아마 좁은문에서와 마찬가지로 기독교적 가치관에 의해 사랑보다 아니, 사랑이상의 신성함을 강조해서 였을지도 모르겠다. 행복했을까. 과연.
로마 가톨릭교회가 지드 사망 후 그의 모든 책을 금서로 정한걸 보니, 신성함을 추구하는 자들을 비웃는 내용이 맞는거 같다. 제목 좁은문은 성경에 나오는 마태복음에 나오는 구절에서 따온 제목이다.
좁은문 마태복음 구절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좁고 길이 협착하여 찾는 이가 적음이니라 거짓 선지자들을 삼가라 양의 옷을 입고 너희에게 나아오나 속에는 노략질하는 이리라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찌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느니라 이러므로 그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
좁은문 줄거리
제롬은 결국 열매를 맺지 못했다. 제롬은 어려서 사촌 알리사의 묘한 매력에 빠진다. 그녀와 사랑을 맹세하고, 교회에 다나고 성경을 공부한다. 결혼할 무렵 알리사는 동생 줄리에트가 제롬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고 연상인 자신이 양보하기 위해 억지로 제롬을 밀어낸다. 줄리에트는 제롬과 알리사의 관계를 잘 알기에 다른사람과 결혼을 서두르고, 알리사와 제롬이 다시 맺어지는 듯 했으나, 좁은문으로 가려는 둘은 서로 편지만 오지게(?) 주고받다가, 실제로 만나 실망하고 실망한 이유를 종교적으로 해석하고, 후회하고 다시 편지하고를 반복한다.
소설은 제롬의 회고다. 제롬의 시점에서 알리사를 추억하며 쓰인다. 작가 앙드레 지드의 자전적 이야기라고 하기도 한다. 일찍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엄격한 개신교 신자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지드는 2살 누나인 사촌누나를 사랑했으며, 결국 결혼하지만 장기간 별거했다고 한다.
알리사 모친의 불륜 장면과 추행장면에 이어 모든 문제를 종교에서 돌파구를 찾는 젊은 연인의 답답함이 인상적이었다. 몇년간 읽자, 읽자 다짐했던 고전소설인데 본능적으로 안읽었던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그래도 읽어서 뿌듯하다. 좁은문의 모든 내용이 성경에 직간접적으로 담겨있는 내용이라고 한다. 솔직히 추천하진 않는데 지금 글을 쓰고 보니 좋은 소설인거 같다. 추천한다. 시원한 탄산수 한잔 마시러 가야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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