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존 카운티 안성H필드 경험기' #3 머리 올리는날

#캐디님.. 드..드라이버가 잘 맞아요..

 

'헛 배웠구나' 좌절과 함께 머리속에 온갖 생각이 들었다. 2번홀이 끝나고 자포자기하는 심정이 되었다. 


 3번홀 티샷, 약간 슬라이스성 타구가 나왔다. 숲속 OB로 들어간 것 같았다. 그래도 앞으로 나간 드라이버에 기분이 나아졌다. 캐디님이 "괜찮아요 살았어요" 라고 말해줬다. 내눈엔 죽은거 같은데.. 신기했다. 


 드라이버를 조금 보냈기 때문에 카트를 타지 못하고 호다닥 뛰어가 세컨샷 준비를 했다. 다시 5번 아이언을 들었다. 가파른 경사, 평소 자신있던 5번 아이언이었기 때문에 있는 힘껏 휘둘렀다. 하지만 결과는 참혹했다. 


 헛스윙. 야구로 따지면 무사 2-3루 찬스에서 있는 힘껏 초구를 향해 방망이를 돌린 4번타자 스윙이 나왔다. 물론 공은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날보며 상냥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이번홀도 어영부영 지나갔다. 4번홀은 파3였다.  뒷바람과 내리막이 심해서 피칭을 치라고 조언해주셨다. 나는 피칭을 치게 되면 볼이 많이 뜨기 때문에 9번을 들고 쳤다. 파3에서는 숏티라는걸 꽂고 쳤는데 볼이 굉장히 잘 맞게 된다. 내 차례가 돌아와 9번을 가볍게 휘둘렀다. 역대급 손맛이 느껴졌다. 아뿔싸 길었다. 사실 인도어도 한번 나가본 나는 내 정확한 비거리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9번은 쭉쭉 뻗어 그린 뒤 언덕에 맞았다. 



 캐디님이 보고는 P치시지- 하는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 순간 그린 뒤편 언덕에 맞은 공이 아래로 아래로 구르기 시작했다. 공은 굴러 굴러 - 굴러- 굴러- 홀컵 2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멈췄다. 물론 버디찬스에서 3퍼팅 보기를 했지만, 잘 맞은 아이언 샷에 1-2홀의 고통이 사라졌다. 


 5번홀 티샷하기전 어느덧 조금은 친숙해진 캐디님이 어드레스가 너무 공과 가깝다는 조언을 해주었다. 캐디님의 구력은 5년. 타수는 85타 정도 친다고 하니 나보다 대선배였다. 


 조언을 조금 따라 어드레스를 좀 멀리 서고 캐디님이 보라는 방향을 보고 냅다 후려갈겼다. 깡- 소리와 더불어 '나이스 샷~~~'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온 시야에 쭉쭉 뻗어 나가는 공이 보였다. 가슴 한켠이 시원해졌다. 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 이후로는 드라이버는 쭉쭉 잘 맞고, 롱아이언은 안맞고, 어프로치풀샷은 잘 맞고, 단거리는 안맞고, 퍼팅은 엉망인 상태가 지속되었다. 하지만 드라이버가 잘 맞으니 경기자체는 재미있었다. 쭉쭉 뻣어 나가는 볼을 보고 있자니 호연지기가 절로 길러졌다. 


 가장 자신있던 5번 아이언은 아이러니하게도 유일하게 벙커위에서 정타가 났다. 나는 경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맞지 않았다. 


 시간은 흘러 9번홀 클럽하우스가 눈에 들어오는 내리막 홀이었다. 드라이버가 210이상 날아가면 물에 빠지는 홀이었는데, 내 볼이 쭉쭉 뻗어 물로 들어갔다. 


 비록 해저드였지만 기분은 좋았다. 9번홀을 돌고, 클럽하우스에서 맥주를 한잔씩 마셨다. 앞뒤 팀간의 간격 때문인지 클럽하우스에서는 10분정도 시간이 있다고 이야기 해주었다. 우리는 간단하게 맥주 한잔씩을 시켜먹었다. 기본안주로 두툼한 멸치가 나왔다. 


 친구들은 흡연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다정하게 사진을 한장씩 찍고, 다시 나머지 후반홀을 돌기 위해 떠났다. 후반 9홀은 LAKE홀로 해저드가 많아 공을 잃어버릴 확률이 많았다. 후반 홀로 갈수록 볼은 잘 맞았고, 그제서 유난히 청명한 날씨가, 탁트인 시야가, 따듯한 햇살이, 선선한 바람이 느껴졌다. 


 경기를 마치고 최종 스코어는 105타.


 클럽하우스로 들어서면 2번홀에서 촬영한 티샷 사진을 그럴듯한 액자에 넣어서 판매한다. 가격은 2만원. 대체로 친구들은 비싸다는 의견이 있었다. (사진하난 기똥찼다) 카트를 타고 주차장으로가 차에 클럽을 실어주었다. 그곳에서 캐디피를 계산하고 팁도 두둑하게 주었다. 대강 정리를 하고 다시 클럽하우스로 들어갔다. 


 락커로 들어가 간단하게 사우나를 즐기고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로비에서는 클럽하우스에서 먹은 비용을 정산했다. 락커앞에는 스코어 카드를 뽑을 수 있는 기계가 비치되어 있었다. 락커번호와 전화번호 뒷자리를 입력하면 경기 시작전 촬영한 사진과 함께 스코어카드가 출력된다. 신기했다. 


 이렇게 내 첫 라운딩이 끝났다.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날씨도 좋았고 볼도 잘 맞았다. 다만 파3를 좀 더 다녀서 숏어프로치와 퍼팅이 잘 되었으면 좋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처럼 망설이던 사람이 있다면 그냥. 한번 나가시라. 그럼 알게된다. 골프의 진정한 매력을.


끗 -


 '골프존 카운티 안성H 필드 경험기' #1 머리 올리는날

 '골프존 카운티 안성H 필드 경험기' #2 머리 올리는날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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