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힐이 시작되었다. 안성 W는 초반 9개 홀이 어렵고 후반 9개 홀이 쉬운 편이라고 한다.
홀의 길이는 파 4홀이 300 정도로 짧은 편에 속하며 드라이버만 잘 쳐놓으면 2온 버디를 노리거나 이글을 노릴 수 있는 코스도 많았다. 그러나 우리에겐 어불성설!
대망의 1번 홀, 드넓은 페어웨이와 오르막 경사가 우리를 마주하고 있었다.
라운딩을 시작하는 누구에게는 안 그러겠지만 나는 오로지 나의 샷만이 기억난다. 앞 친구가 어떻게 쳤는지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날씨는 제법 따듯했다. 한창 해가 떠 있을 12시 50분쯤 티업이라 따듯한 가을 날씨처럼 느껴졌다. (물론 안 맞아서 열 받고 ,공 찾으러 뛰어다녀서 그런 게 크다.)
예전에는 한 샷만 잘 맞아도 좋은데 이제는 은근 스코어도 신경 쓰인다. 열심히도 휘둘렀다. 헤드업을 많이 해서 슬라이스도 많이 났다.
버디찬스도 한 번쯤 왔었는데 무서워서 10cm 앞에 멈췄다. 컨시드 파. 기분 좋았다.
안성 W는 6번 홀에 슬로우 모션으로 촬영해주는 기능이 숨겨져 있다. 신기했다. KT 5G 매트릭스 서비스라고 하여 두 대의 카메라로 슬로우모션 촬영을 한다.
6번 홀이 끝나면 미니 그늘집이 있다. 여기서는 도토리묵이 서비스로 나온다. 홀들이 짧기 때문이 밀리는 구간이 존재한다. 미니 그늘집에서 우리는 칭따오를 한 캔씩 마셨다. 꿀맛이었다.
전반에 드라이버가 제대로 맞질 않았다. 다른 C.C였으면 꽤 고생했겠지만 안성W는 홀이 짧다. 대신 그린은 조금 어려운 편이다. 꾸역꾸역 가서 홀아웃은 해내고 말았다. 양파가 몇개 없었다.
후반홀 그늘집에서는 커피한잔씩 마시고 말았다. 6번홀 미니그늘집에서 한잔했기도 했고 과하게 비싼 클럽하우스의 음식이 딱히 맘에들진 않았다.
후반홀에는 더 잘치겠다는 우리의 다짐과는 정 반대로 우리의 실력은 1도 늘지 않았다.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는데 다만 몸이 좀 풀렸는지 몇 개의 공은 잘 맞았다.
우리팀의 비루한 실력에도 캐디님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진짜 제대로 쳐야죠 라고 호언장담 하는 우리를 보며 사실 재미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이러쿵저러쿵 재미있게 하하 호호 웃으며 치다보니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겨울이라 해가 금방 졌다. 조금씩 기온이 쌀쌀해지고 있었다. 마지막 3개 홀에서는 야간티의 기분을 즐겼다. 최종 스코어는 108타. 골프는 늘질 않는다. 그래도 재미있었다. 우리 앞에 조금은 느린 팀이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정리를 하고 어느샌가 우리가 촬영된 액자가 만들어져 나와 있었다. 사진은 만원 액자 포함하면 2만 원, 현금만 가능하다. 나는 왼발까꿍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구매하진 않았다.
카트를 타고 차까지 와서 골프채를 실었다. 이번 라운딩에서는 유독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캐디님이 센스있게 이 자세 저 자세 잡아주고 사진 포인트도 잡아줘서 월간 골프에나 나올법한 표지사진을 얻게 되었다.
기분좋게 나왔다. 차에 클럽백을 싣고는 락커로 돌아왔다. 샤워를하고 탕에서 라운딩을 마무리했다. 다들 스코어는 엉망이었어도 기분만큼은 최고였다.
뜨끈한 탕에서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환절기의 날씨도, 잘 안맞던 타구도, 내일의 일정도 전부 내려놓고 기분좋은 허기짐에 저녁을 먹기 위해 안성W를 나왔다. 시간은 6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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