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골프 라운딩 떼제베 CC 방문 후기 '나의 두번째 필드' #2

  1번 홀 드라이버 티샷. 이때가 항상 라운딩 중에 가장 떨린다. 잘 맞아야 할 텐데 하는 염려와 함께 드라이버샷을 힘차게 때린다. 약간 슬라이스가 나왔지만 죽진 않았다. 


 주변은 아직도 야간 티 처럼 어두웠다. 이번 라운딩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캐디다. 라운딩 경험이 없지만 캐디가 붙는 퍼블릭에서도 자기 소개 정도는 하고 시작하는데 서둘러서 치라고 독촉 아닌 독촉을 했다. 아무래도 앞 조와 뒷조간격이 빽빽해서 그런듯하다. 


 그러려니 하고 쳤다. 롱아이언이 안 맞는단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아이언은 7번만 잡았다. 7번만 잡았고 어프로치와 퍼팅을 신경 써서 했다. 떼제베 CC는 그린 난이도가 상당하다. 굴곡도 많고 다행히 핀 위치는 대부분 중앙이었던 거 같다. 초반의 1~3번 홀까지는 기대 이상이었다. 잘 맞은 타구도 많았고, 10m 정도 되는 장거리 퍼팅도 성공했다. 역시 잘 맞는 공 한두 개 때문이라도 나올 가치가 있구나 생각했다. 


 해가 뜨면서 4번인지 5번 홀 부터 인지 앞이 보이지 않았다. 엄청난 안개. 한 개 홀 정도만 그런 줄 알았는데 남은 전반 홀 전체에 문제가 생겼다. 안개로 정말 1m 앞도 제대로 보이지 않아 코스를 제대로 즐길 수 없었다. 



 티샷을 쳐도 오른쪽으로 갔는지 왼쪽으로 갔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었고 공을 찾는 것 또한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래서 죽었나보다 하고 오비 티에 놓고 치는데 걷다가 내 공을 발견하기도 하고 어프로치샷을 치는데 핀 위치가 안 보이기도 했다. 


 9번 홀을 우여곡절 끝에 마치고, 4~9번 홀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중간에 클럽하우스에 들어와 커피를 한 잔씩 마셨다. 가격은 5천 원. 역시 클럽하우스는 창렬했다. 맥주를 한잔하고 싶었지만 그럴 기분이 아녔다. 후반홀은 좀 나아지길 기대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10번 홀에선 배가 살살 아팠다. 전날 먹은 마라가 문제였던 것 같다. 후반 홀은 전반의 좋은 기운이 안개로 막혀서 그런가 제대로 되질 않았다. 드라이버는 무조건 슬라이스가 났다. 페어웨이 좋은 곳에 놓고 쳐도 아이언은 제대로 맞질 않았고 어프로치샷은 길거나 아예 안 맞거나 했다. 



 멘탈을 잡아보려고 해도 드라이버부터 안 맞기 시작하니 답이 없었다.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다. 골프는 역시 멘탈 스포츠다. 16번 홀에서는 드라이버샷이 그래도 가운데로 갔다. 그 뒤 아이언샷도 잘 맞았고 퍼팅 또한 잘 되었다. 그렇게 스윙 하나가 잘 맞기 시작하면서 조금은 기분이 누그러들었다. 


 안 맞을 걸 잘 알고 갔다. 정상적인 운영이 안 될 것도 알고 갔는데 올 양파를 기록하니 굉장히 속상했다. 연습을 더 하고 필드를 나가야겠단 생각을 했다. 11월 말에 36홀을 돌기로 했는데 그것도 참 걱정이다. 몸이 견뎌줄지, 연습이 충분히 될지. 경험하는 건 좋은데 헛돈 쓰는 건 싫다. 


 떼제베CC 새벽 타임은 안개를 고려하고 가야 한다. 정상적인 플레이가 불가능하다. 우리가 16번 홀부터는 날씨가 좋다 못해 덥기 시작했다. 9-10시 티업이면 정말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칠 수 있을 듯했다. 


 18번 홀까지 끝내고 기념사진을 한 장 찍었다. 클럽하우스로 돌아와 사우나를 하고 나와서 계산을 했다. 그린피와 카트, 캐디피까지 해서 14만원 정도 썻다. 저렴한편.



 총평을 하자면 단점으로는 안개와 캐디가 불친절했다는 것. 재촉하는 건 어쩔 수 없다지만 정말 불친절했고, 나간 볼 하나 찾으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 클럽 또한 먼저 챙겨주거나 받지 않았다. 그리고 시설을 관리하는 분들이 플레이에 방해되었다. 잔디를 깎는 것도 좋고 한데 생각하는데 옆에서 시끄럽게 기계를 돌리는 건 좀 아니지 않나 싶었다. 아마추어라고 방해를 안 받는건 아니다. 


 좋았던 점은 페어웨이와 그린 관리가 잘 되어 있었다는 점, 클럽하우스 시설이 깨끗했다는 것. 가격이 저렴했다는 것이다. 


 이러나 저러나 아쉬움이 가득하다. 다음 번엔 더 잘 준비하고 가서 쳐야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