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피도주 제가 한번 당해보겠습니다. part 1

 본격 물피도주 피해 리뷰. 지난 5월 2일 애마 'A.K.A 물방개'가. 구매한지 일주일을 넘긴 8일 차 주정차 중에 마을버스에 추돌당하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고는 5월 2일 토요일, 차량을 쓰고 집 근처 도로가에 주차해두었다. 그날 저녁 12시 동생이 귀가하며 카톡으로 사진한장을 보내주었다. '형 잠깐 나와 봐야겠는데?'

<사이드미러가 떨어진 사진>


아래 긴 길을 읽기 전에 시간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짧게 핵심만 요약해 보면

  •  물피도주를 당했다. (물피도주는 범죄로 벌금과 벌점이 부여된다.)
  •  증거 (블랙박스, CCTV)로 범인을 특정했다.
  • (이 과정에서 도주한 차량은 마을버스란 사실을 알았다. 사고 즉시 마을버스를 찾아서 접촉 부위를 촬영하고 증거를 남기고 경찰을 불렀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 경찰에 신고했다. (사고 영상과 신분증을 제출하고, 진술서 같은걸 작성한다) 
  • 버스회사에서 연락오는 것을 기다리는 중 (보험 접수번호를 주면 그걸로 수리하면 된다고 한다.)
  • 격락손해보상비 라는 것을 청구할 수 있다. (차량 수리로 인한 가치하락을 보상 받을 수 있다.) 

물피도주 초기

 놀란 마음을 부여잡고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며 맨발로 차도로 뛰쳐나갔다. 잠옷바람이라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의 써늘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그날의 써늘함은 저녁시간대의 찬공기 때문이라기 보단 차가 박살나 있는 현장을 목격한 충격에 싸늘하게 식어버린 내 기분 떄문인듯 했다. 

 

 어쨌든 이런 상황은 처음이라 사진을 찍었다.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서 일단 사건 현장을 증거로 남겼다. 문콕 수준이 아니라. 문짝, 사이드미러, 휀다, 범퍼를 먹고 들어갔기 때문에 굳이 사진으로 안남겨도 될듯 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핸드폰을 확인해봐도 사고를 내고 도망간 누군가에게 남겨진 연락이나 연락처는 없었다. 체온이 상당히 내려갔기 때문에 겉옷을 입고 다시 나왔다. 

 

 

 평소에는 배터리 방전을 염려하여 블랙박스 전원을 꺼두는데 그날따라 뭔가 쎄한 느낌에 그냥 켜두었기에 망정이지... 블랙박스의 마이크로 SD카드를 꺼내 사고 당시 영상을 찾아보았다. 이 작은 메모리카드를 읽을 수 있는 리더기가 동생에게 있었다. 비밀작전을 수행하는 것처럼 밤늦게 박살난 차 안에서 노트북의 블루라이트를 받으며 함께 시청했다. 

 

 범인은 마을버스. 쿵! 소리와 뭔가 뜯어지는 부득부득 갈리는 소리. 그리고 기사님이 내려서 차 상태를 확인하러 오는 영상까지. 굳이 주변 CCTV를 찾지 않아도 될듯 했다. 모든 증거를 수집하고는 멘붕에 빠졌다. 이제 뭘 해야하지. 역시.. 복수인가..? 사고 자체를 처음 당해봤기 때문에 경험이 많은 친구들에게 전화를 쭉 돌렸다. 친구들은 위로가 되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버스회사에 전화해서 욕해라. 경찰에 신고해라. 보험사 불러라.' 등등 유익하지만 실제론 크게 도움이 되진 않았다. 

 


1. 경찰에 신고. 

 일단 경찰에 전화했더니, 주정차 사고는 지역 경찰서 교통계에 접수를 하라고 했다. 자정을 넘긴 시간 경찰서에 가는건 내키지 않아서 보험사에 전화하기로 했다. 

 

2. 보험사에 전화

 그다음은 보험사에 전화했다. 보험사에서는 주정차된 차를 받고 도망갔으면 블랙박스를 들고 지구대에가서 차적조회를 해서 버스회사 연락처를 알아내고 보험접수를 요청하라고 했다. 교통계에 접수하면 서류작성 등 복잡해진다고. 불법주정차 구역에 주차했으면 과실이 나올 수 있고 그럴 경우 보험사에 다시 접수하면 된다고 했다. 

 

3. 지구대에 방문

 지구대에 방문했다. 지구대 문을 열려고 하자 순경아저씨 (정말 나보다 아저씨였다.)는 나를 저지했다. 갑자기 큰 중범죄를 저지른 느낌을 받았다. 알고보니 코로나 때문에 체온을 측정하고 입장해야 했다. 체온을 측정하면서 사건의 경위를 이야기 했더니 그냥 경찰서로가서 교통계에 직접 접수를 하란 이야기만 돌아왔다. 

 

4. 버스회사에 전화

 물론 받지 않았다. 저녁시간대 버스회사와 통화연결이 된다는 건 굉장히 운이 좋은 일이다. 

 


 

 위 네 단계를 거쳤더니 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굉장히 막연하게 느껴졌고, 상당히 지쳤다. 집에가서 일단 자기로 했다. 시간은 두시가 넘어갔다. 집에 들어가서 여러가지 검색을 해봤다. 이런 경우를 물피도주라고 한다. 몇 년전 법이 개정되어 이제는 처벌을 내릴 수 있다. 벌점과 벌금이 부과된다고 했다. 버스와 관련된 사고 정보도 찾아보았다. 버스회사에서는 버스기사 개인이 합의를 보게 하는 경우도 있고, 보험처리를 굉장히 늦게 해주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한다. 걱정이 커졌다. 버스기사님이 받게 될 피해도 걱정 되었다. 

 

 다음날, 아침 생각보다 괜찮았다.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떨어진 사이드미러 커버를 잘 맞춰서 꼈더니 껴졌다. 운행에도 큰 문제는 없어보였기 때문에 차를 가지고 남양주로 풋살을 하러 갔다. 축구팀 형들에게 전날 저녁에 들었던 조언과 비슷한 조언을 듣고 마음의 결정을 했다. 그냥 경찰에 신고하기로. 기사님이 연락을 하려고 했으면 진작 했을 것이고 자진신고라도 했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집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경찰서에 방문했다.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를 작성하고 교통계예 사고접수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경찰서에 있는 사람들은 다들 체구가 좋아서 그런가 묘하게 위압감이 느껴졌다. 자료를 넘겨주었다. 진술서 같은걸 작성했다. 육하원칙에 따라 최대한 열심히 땀을 뻘뻘흘리면서 쓰고 있었는데 어차피 증거 다있고 대충 쓰시면 된다고 했다. 서둘러 마무리 하고 인사를 하고 나왔다. 

 

 경찰아저씨는 버스회사에는 바로 전화했다. 다음날 기사님 출두하라고 요청하는 통화내용을 들었다. 담당 경찰 아저씨는 2-3일 내로 버스회사에서 연락올거라고 말했다. 보험접수번호를 받아서 그걸로 수리 맡기시면 된다고 친절하게 안내 해주었다. 과실이 몇대 몇이니 이런 이야기는 전혀 없었는데 그건 나중에 보험사에서 연락오면 해결될 문제다. 

 

 책을 보기 위해 카페에 갔다. 커피를 주문했는데 USB를 놓고온걸 깜박했다. 다시 경찰서로 가서 USB를 받아서 카페에 앉았다. 아이스아메리카노를 원샷하고, 책을 펼쳤다. 책이 눈에 안들어왔다. 웹서핑을 좀 하다보니 격락손해보상이란걸 발견하게 되었다. 차 가격의 00% 이상의 수리비가 나오면 출고 기간에 따라 감가상각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해당이 되어서 버스회사에서 연락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주변에서 많은 걱정과 염려를 해주었다. 뭐 다 순리대로 되지 않을까..! 이후 이야기는 PART2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