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30 추천 책 선물 추천

#책은 상대가 원하지 않는 이상 선물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선물 받았다. 나는 종종 책 선물을 하기도, 받기도 한다. 얼마 전 책 선물을 받으면서 책 선물에 대한 글을 하나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책 선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사람들이 책 선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쩌다 보니 종이책을 만들고 파는 사람들에겐 대단히 미안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과거의 나는 독서 편식이 심했다. 소설, 고전 소설, 장르소설 외에는 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사고의 한계를 많이 느꼈고, 평소 읽지 않는 책. 읽고 싶지 않은 책을 억지로라도 읽어보자는 마인드로 교양도서라던가, 자기계발서 같은 걸 읽기도 했다. 지금은 좋다고 하면 닥치는 대로 읽는 다독을 하고 있는 편이다. 그래서 내 취향과 상관없이 받는 책 선물을 좋아한다.


 얼마 전 선물 받은 책은 포스팅을 작성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외 2권이었다. 나머지 2권은 좋은 책이겠지만 따로 포스팅은 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유는 살아있는 한국 작가의 책 리뷰에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 부담은 저자가 유명하지 않을수록 더하다. 나는 저자가 유명하지 않을수록 자기 책 리뷰를 검색해본다고 경험에 의해 확신한다.) 솔직함을 지향하는 내 블로그에 그 리뷰를 작성하게 되면 자신의 책 리뷰를 검색해보고 내 신랄한 까대기에 상처받을, 혹시 연락을 취해와서 서로에게 상처뿐인 상황을 만들고 싶지 않다. 




 만약 책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책 선물을 받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나처럼 마냥 좋을까 아니면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될까. 생각이 이쯤 이르자, 책을 싫어하거나 읽지 않는 사람에게 책 선물만큼 무용한 것이 없다고 느껴졌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선물이란 받는 사람이 받았을 때 기뻐하면서도 부담스러워하지 않아야 하며, 자신의 돈을 주고 사기엔 아깝지만 갖고 싶은 것이어야 한다는 나름의 정의가 있다. 책 선물은 일반적으로 누가 받는다고 가정하더라도 저 정의에 맞아떨어지진 않는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사람이 책 선물을 받았다면 일단 기쁘지 않다. 거기에 이 책을 읽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더해진다. 그리고 내 돈을 주고 살일도 없었지만, 갖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당장 팔거나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행여 훗날 '그 책 읽어봤어?' 라는 지나가는 듯한 질문이라도 받는다고 상상해보자. 선물 받은 사람은 스스로가 선물한 사람에 대한 예의 없는 파렴치한이 되어버리는 좌절감을 맛봐야 할지도 모른다. 


 책 선물을 하는 입장에서는 이 책을 받는 사람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며 주게 된다. 그러나 선물 받은 사람은 활자가 넘쳐 흐르는 시대에 추가적인 활자 정보를 탐탁지 않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텍스트보다 많은 정보량을 주는 영상매체에 많은 이들이 매몰되어 있다. 이런 시대에 한 권의 책 읽기란 어쩌면 시간 낭비 또는 대단한 노력을 해야 하는 행위가 되고 만다. 단순하게 '이 책을 읽어줬으면 좋겠어' 라는 선물을 해주는 기대감은 선물 받는 이에게 선물을 주는 것이 아닌 부담감을 주는 것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선물을 주는 당시의 기분 보다도 읽고 나서의 소감 같은 걸 기대하게 되면서 당사자에게 이상한 실망감을 느끼게 될 수도 있겠다.




 내가 꼬여있는 사람이라 이렇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책 선물은 정말 상대가 독서중독자나 활자중독자가 아닌 이상 하지 말자. 굳이 책 선물을 해야 한다면 상대가 읽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지 말자. 만약 어떤 책을 선물할지 고민된다면 비싸고 두꺼운 양장본 책으로 하자. (책장을 멋지게 장식하거나, 중고서점에 비싸게 매입되는 종류로) 그렇다면 상대방에게 조금의 만족감은 줄 수 있을 것이다. 


++ 책 선물을 하면서 책에 있는 가치를 선물했다고 착각하지 말자. 책 선물은 예쁜 종이로 된 장식품을 선물한 것이다. 라고 생각하자! 


 나는 책 선물을 받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다른 이에게 책 선물은 하지 말자. 나에겐 해도 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