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26. 빛의 알림 기능에 대해. (feat. 장권침해)

 빛. 빛이 있으라. 사장님이 이르시되 빛이 있으라 하시니, 조명이 생겼다.




 오늘 포스팅은 빛의 알림 기능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조상들은 불을 발견하기 전 까지 자연의 빛에 의존하는 생활을 했을 것이다. 태양이 있는 동안 활동했을 것이고 태양이 지면 활동하지 못했을 것이다. 만월이 뜬 경우에는 밤에도 활동을 했을 것이다. 


 150만년 전 최초로 불을 다루는 인간이 생겼다. 불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문명은 엄청난 발전을 한다. 최근에는 비행기의 이착륙, 자동차의 신호, 군사작전에서의 신호 체계 등 등 빛을 통한 다양한 알림기능이 안 쓰이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사용된다. 

  

 시대극이나 고전에서 촛불이나 빛을 활용하여 수신호를 주고 받는 장면 필수적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요소 중 하나다. 


<창 틀에 촛불이 켜지면 시작해>





 이렇게 뜬금없이 빛에 대한 알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얼마전 방문한 사무실에서 발견한 기묘한 조명 때문이다.


 출입구 옆 애매한 위치에 설치된 조명은 과하게 빛나고 있었다. 용도가 궁금하여 물어보니 관계자는 화장실 사용 등 이라고 말했다. 사무실 밖에 있는 화장실에 누군가 사용중이라면 그 불이 사무실 안을 밝히는 것이다. 




 엄청난 아이디어가 아닌가. 조금 생각해보면 화장실등은 기차나 비행기와 같은 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에서 사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굉장히 협소한 복도를 가진 이 교통수단에서 화장실 등이 없다면 사람들은 수시로 복도를 왕복하며 실내 질서를 엉망으로 만들 것이 분명하다. 이런 유익한 등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내 경험을 생각해보면 화장실 등의 불은 꺼진적이 없으며, 꺼진 것을 확인하고 벌떡 일어나 잠시만요를 외치며 비좁은 무릎과 앞좌석사이를 헤집고 복도로 겨우 빠져나오면 다시 불에 들이 밝혀지는 것을 발한다. 좌절한 나머지 다시 들어가서 화장실 가기를 포기하거나 결국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이걸 고려한다면 화장실 등이란게 크게 의미가 있어보이진 않는다.




 사무실에 설치된 화장실 등을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기차나 비행기. 패키지 여행을 가는 단체손님이 아닌 이상. 그 일회성으로 모인 집단이 누군가가 화장실에 간 사실은 크게 궁금하지도, 알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소규모 사람들이 모인 사무실에서 화장실 등은 조금 문제가 있어보인다. 우선 이 사람들은 매일 어쩌면 가족들보다 오랜시간 함께 생활한다. (화장실이 이런 시대에 공용인거 부터가 문제이긴 하지만..)



 어찌되었던지 화장실을 갈텐데 그때마다 사무실에는 화려한 조명이 사무원들을 감싸게 되는 것이다. 화려한 조명에 감싸진다면 이제 누군가 화장실에 갔겠군. 하고 알게 된다. 그리고 빈자리는 자연스럽게 눈에 띌 것이고. 화려한 조명에 감싸진 사무원들은 '아 A부장이 화장실에 갔군.' 하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조명은 계속 빛나고 있다. 10분이 지나고 15분이 지나고. 20분이 지나고. 그 불이 꺼지지 않는다. 그럼 누군가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A부장의 장 건강이 좋지 않군.' 또는 'A부장님이 화장실에서 샤워라도 하는건가. 제길 오줌이 마려운데. ' 라고 A부장에 대해 알고싶지 않은 정보를 알게 되는 것이다. 이건 대단한 인권침해. 아니 장권침해가 아닌가.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나의 장건강 정보를 강제로 노출하게 된다. 





 이 놀라운 아이디어는 사장의 지시로 이루어졌다고 한다. 공용화장실을 사용하며 서로 불편하지 않게 다같이 불편하게 만든 이 이아이디어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이 사무실의 화장실 챔피언은 누가 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