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소리 #24 카페. 백색소음. 그냥 소음

 백색소음. 카페에서 집중이 잘 되는 이유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일정한 청각 패턴이 없는 일정한 스펙트럼을 가진 소음을 말하는데 '흰빛'과 같은 주파수 형태를 띄기 때문에 백색소음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놀랍게도 이 포스팅을 위해 찾아본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실제로 미약한 소음은 집중력 향상을 이끌어 낸다고 알려져 있다. 


 나는 카페에 가는걸 좋아한다. 커피를 좋아하는 걸 떠나서 포스팅을 쓰거나, 책을 보거나 할때 집중이 잘 되기 때문인데, 이 백색소음이 한 몫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말엔 내내 카페에 있었다. 사전투표를 하기 위해 나왔다가 커피한잔을 했고, 다음날에는 친구와 밥을먹고,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 동네 카페에서 포스팅을 쓰기 위해 카페에 갔다. 


 #토요일 카페 _ 첫 번째 손님

 토요일 카페는 수유역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카페 였다. 자전거를 타고 동대문으로 출발하기전에 잠시 책을 볼겸 들렀다. 아무도 없는 카페라 전세낸거 같아 좋았다. 의자는 좀 불편했는데 책보기엔 딱 좋은 불편함이었다.



 잠시 후 동남아 사람으로 추정되는 두 명의 여인이 고지서로 보이는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카페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어눌한 한국어에 한국어를 잘하는 사장님도 함께 어눌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소리를 듣고 절로 귀가 갔다. 


카페사장 :  "어서오세요 뭐드릴까요?"

동남아인 : "언니, 이거 어떻게 해요?"

카페사장 : (당황한 눈초리로) "아 이건 가스 요금 고지서에요"

동남아인 : "내야 되는거에요?"

카페사장 : "네. 은.행.계.좌. 있어요?"

동남아인 : "네"

카페사장 : "여기 계좌번호로 보내면 돼요, 은행계좌 어디은행이에요?"

동남아인 : "하나은행이요"

카페사장 : "그럼 여기 하나은행 계좌로 보내는게 수수료가 없을거에요" 

동남아인 : "감사합니다" 


 순간, 카페사장님이 건물주라 이런걸 일일이 설명하는가 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바로 전화를 해서 친구에게 이 이야기를 전달하는 걸 보고는 모르는 사람이란걸 알 수 있었다. 하나은행과 수수료에 대한 이야기를 동남아사람이 잘 알아들을 수 있게 같은 억양으로 외국인이 구사하는 한국어를 사용한 사장님의 마음씨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토요일 카페 _ 두 번째 손님

 잠시 후 다른 손님이 들어왔다. 부녀로 추정되는 손님이었는데, 아버지쪽 되는 아저씨가 대뜸 "아메리카노 사이즈 어떻게 돼요?"라고 물었다 아이스와 뜨거운 것의 사이즈가 각각 어떻게 되는지, 실제 컵사이즈를 보여달라며 요청했고, 가격차이를 물었다. 그 모습은 마치 전자상가에서 성능은 비슷하지만 외형이 다른 저가형 노트북의 가성비를 따져가며 점원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커피는 커피일텐데 하고 신기하게 생각이들 무렵, 아저씨는 무슨 메뉴를 고를지 결국 결정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큰 사이즈로 하나 주세요, 대신 얼음은 반만 넣어주세요" 라고 했다. 그걸 들은 딸은 "아니 왜에, 얼음은" 이라고 되물었고 아저씨는 "커피 쫌만 마시면 얼음만 남아" 라고 이야기했다. 어차피 들어가는 '커피의 총량은 같을텐데'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지만, 얌전히 있었다. 딸이 별 상관없다고 말하자 아저씨는 "얼음도 가득 넣어주세요"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잔을 받아 딸에게 당당하게 넘겨주고는 카페를 나섰다. 저런게 부모 마음인가 싶었다.



#일요일 카페 _ 골든구스와 외벌이 남편

 일요일 카페는 꽤 긴 라이딩 이후 지친 몸을 이끌고 포스팅을 하기 위해 억지로 방문했는데 꽤 많은 손님이 있었다. 저 멀리 구석에는 주부집단으로 보이는 여성 5명이 앉아 있었는데 이런저런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특히 지역 부동산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로웠는데 재개발은 어려울거란 이야기와 '이래서 아파트 사나보다'라는 이야기, 그리고 '오래 살거면 빌라 사도 괜찮다' 라는 이야기가 있었다. 


 가장 목소리가 큰 여성분의 신상정보를 알게 되었다. (특히 목소리가 까랑까랑했는데 덕분에 이분의 이야기가 귀에 꽂혔다.) 자신은 곧 이사를 가야하고, 아이의 등하교 시간에 픽업을 위해 차가 필수적으로 필요하다는 것. 돌봄서비스나 학원은 믿을 수 없지만 어쩔 수 없이 보내야하고 맞벌이를 해야할지 말지 고민을 하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남편의 벌이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 라고 말한 것. 특히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못 산다는 부분에서 저임금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나에게 뼈 아프게 다가왔다. 내가 훗날 결혼을 하게 되면 이 업계에 있는 이상 내 와이프는 평생동안 '남편의 벌이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라고 동네 아주머니들과 수다 떨고 다닐텐데 얼마나 속상할까. (누군지 몰라도 맞벌이는 안할거 같은 느낌이 난다.) 


 그렇게 본격적인 수다가 시작되려는데 유모차의 아이가 울기 시작했고, 황급한 약속이라도 생긴듯 다들 부산스럽게 카페를 떠났다. 나는 문앞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그들이 나가는 모습이 눈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는데, 남편의 벌이만으로는 생계가 힘들다는 여성의 발에는 싯가 40만원-50만원대의 스니커즈가 반짝반짝 신겨져 있었다. 


 이렇게 백색소음을 얻기 위해 방문한 카페에서 하루치 포스팅할 정보를 얻게 된건 어찌보면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