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를 조립했다. 유부남 친구가 이사한다며 몰래 교체한 PC부품을 나에게 넘겨줬다. 한집 살면서 몰래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성공했나보다. 아무튼 내 노트북보다는 좋은 성능의 장치를 주었다. 케이스와 하드드라이브만 달면 작동되는 상태라 이참에 집에 데스크탑을 두기로 했다. (사실 반쯤은 완성품을 만들어서 팔아야겠단 생각이 가득했다.) 이 애매한 성능을 누가 살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데스크탑은 조립될 준비가 되었다.
얼마 전 이벤트로 저렴하게 주문한 BRABOTEC사의 GUARDIAN 800 Black 케이스와 삼성 EVO 860 1tb SSD가 도착하면서 조립은 시작되었다. 모든 부품이 서로 조립해달라며 아우성이었다.
조립을 처음해보는 나는 사실 컴퓨터 AS기사가 꿈이었다. 어린시절 집에 삼보 컴퓨터가 있었다. 갑자기 먹통이 된 PC덕분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는데 삼보컴퓨터 AS기사님이 오셔서 멋있게 하드포맷을 하는 것을 보고는 '와 나는 컴퓨터 A/S기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역시 꿈이란 이루기 어려운 것. 나는 그냥 소비자로 남겨졌다.
다시 PC조립하는 이야기로 돌아와서 조립이 처음인 나는 이 상황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새로온 케이스는 케이스 차제체 펜이 달려서 발열을 억제하는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무수한 LED와 연결된 선들은 또 어떠한지. 내가 이걸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우선 메인보드 메인보드는 ASROCK사의 제품이었다, 저가형 가성비 갑이라는 메인보드에는 i5 Cpu가 장착된 상태. 나는 단순하게 케이스에 메인보드를 고정시키기만 하면 되었다. 메인보드의 뒷판은 온갖 칩들과 납땜으로 굉장히 뾰족해서 몇번이나 떨어뜨릴뻔 했다.
겨우겨우 메인보드를 조립하고, 파워를 설치했다. 파워는 제일 하단에 따로 들어가는 자리가 있었다. 옛날에는 파워가 항상 최상단에 있었던 것 같은데.. 주로 유투브를 보고 조립을 했다. 정말 좋은 세상이다.
뚝딱뚝딱. 버거워하면서 이것저것 만졌다. 모든 것을 조립하는데까지 걸린시간 1시간 남짓. 집에서 SSD를 안챙겨왔다. 윈도우 설치용 USB까지 만들어왔는데. 뭐랄까. 공부하러 카페에 갔는데 펜만 가지고 간격! 그래서 일단 나머지 부분을 다 조립했다.
조립은 잘 된듯 하다. 펜도 다 돌아가고, 전원도 잘 꺼지고 켜진다. 다만... 전면부 LED가 나오질 않는다. 케이스의 불량인지 내 전기를 다루는 능력이 부족한지 모르겠다. 이것저것 해봐도 안되길래 큰 문제는 아니다 라는 생각과 함께 미완의 조립을 했다.
앞으론 돈주고 맡길 생각. 홍선생은 조립에 앞서. 우선 담배를 준비하라고 했는데, 왜 인지 알것 같았다.
+ 키보드를 구매했다. 로지텍 제품 K580이라는 제품인데 꽤나 범용성이 좋은 듯.
++ 케이블이 미니HDMI였다. 영등포 일렉트로닉마트에 갔으나 오늘 이마트 쉬는날. 홍선생에게 받았다.
+++ 우여곡절 끝에 전부 조립하고 집에서 구동 중. 13인치 노트북만 쓰다가 28인치 모니터를 쓰려니 망망 대해에 갈곳 잃은 마우스 커서가 애잔하다. 그래도 눈은 시원시원해서 좋은거 같기도 안 좋은거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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