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정과 황용, 양과와 소용녀, 그리고 장무기. 이들을 모른다면 당신은 아직 무협을 모르는 것이다. 오늘 포스팅할 소설은 전설적인 무협 대서사시. 사조영웅전 - 신조협려 - 의천도룡기으로 이어지는 3부작 소설, 사조삼부곡이다. 국내 내 또래의 아재들은 영웅문 3부작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영웅문 3부작은 해적판의 이름이다.
#무협소설의 기원
무협. 얼마나 멋진 단어인가. 무림과 협객의 앞단어를 따와 만든 무협은 새로운 소설의 장르를 개척했다. 무협지는 1922년 상개연이라는 작가가 강호기협전을 6년간 연재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 시작을 알린다. 상개연의 성공으로 같은 장르를 쓰려고 하는 후배작가들이 늘어나게 된다.
20여년간의 장르의 발전이 이뤄졌고 작가집단 간에 파벌이 생긴다. 여기서 상개연을 중심으로한 남파. 그리고 왕도려와 이수민을 중심으로한 북파로 작가들의 파벌이 나뉜다.
남파 : 상개연 중심의 작가들 신비의 문파나, 제3세력의 인물이 주인공이 되어 강호에 등장하는 것이 주요 이야기.
북파 : 이수민, 왕도려를 중심으로한 신흥세력, 구파명문가라 불리는 영웅세력을 만들고 그들을 주인공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이렇게 북파와 남파가 대립하는 것을 토대로 작가 와룡생은 마교와 정파 라는 대립구도를 만들어내 지금까지도 너무 재밌는 클리셰로 사용된다.
이렇게 한 세대가 가고 와룡생, 김용과 같은 2세대 무협작가들이 중흥기를 이끌어 낸다. 오늘 포스팅할 사조 삼부작은 신파 무협으로 무협소설의 중흥기를 이끌어낸 김용 작가의 소설이다.
#작가 김용
김용 작가는 무협계의 전설, 대중소설이나 일개 장르소설로 치부당하던 무협소설을 하나의 예술로 만들어낸 장인이다. 중국의 셰익스피어, 중국문학의 돌킨이라 불린다고 한다.
최초의 작품은 1955년 서검은구록 이라는 가상역사 소설로 성공을 거둔다, 그 후 무공을 갈고 닦아 아버지의 복수를 꾀한다는 내용의 벽혈검으로 대성공을 거둔다. 그 이후 1957년 북송이 금나라와 벌인 전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사조영웅전을 만들어 내고 전설을 만들어 나간다. 그 이후 주옥같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고, 사조삼부곡외에도 설산비호, 비호외전, 원앙도, 천룡팔부, 녹정기와 같은 대단한 작품들을 써내려간다.
홍콩무협 영화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동방불패도, 김용의 소오강호가 원작이다. 주성치의 녹정기는 말할 것도 없다.
2018년 10월 노환으로 별세했다. 그의 죽음이 알려진 다음날 트위터와 웨이보에는 그의 죽음을 추모하는 해시태그가 14억 9천만건이 달렸다고 한다. 중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는 사용자가 8억명 정도라고 하니 전세계적으로 대단한 영향력을 지닌 작가임을 알 수 있다. 그의 장례식에는 알리바바 회장 마윈을 비롯해 영화배우 유덕화, 홍콩 행정차관, 의원관리 주석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이 찾아 고인에게 작별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장례식 당시 기사]
2000년 들어서는 그의 작품이 교과서에 수록되고, 버클리, 프린스턴 대학과 같은 유명대학에서는 중문학 부교재로 사용되며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무협을 문학의 경지로 올린 인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실제역사와 가상의 이야기를 어색함 없이 하나의 서사로 풀어나가는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경지라고 한다.
#사조삼부작이란?
사조삼부작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사조영웅전 - 신조협려 - 의천도룡기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말한다. 이 제목들이 낯익은 사람들이라면 케이블 TV나 영화, 만화, 게임에서 접했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사조 삼부작은 2-3년에 한번씩 리메이크 될 만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야기다.
#사조영웅전
사조영웅전은 김용의 출세작으로, 어리버리하지만 정직하고 올바른 청년 곽정과, 꾀많고 변덕스러운 황용의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사조삼부작 중 가장 방대한 이야기로 여기서 파생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선한 사람과 악한사람의 구도사이에서 어린 곽정이 영웅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역사적 인물인 징기즈칸이 등장한다.
#신조협려
사조영웅전의 속편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최고의 연애소설 중 하나로 본다. 사조영웅전에서 20년 이후를 다룬다. 주인공은 양과. 금기된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중원 전체를 휘젓고 다니는 이야기가 주를 다룬다. 소설에서 다루는 사랑이야기는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들면 불안정하게 성장해 나가는 주인공 양과가 사랑을 통해 영웅으로 거듭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의천도룡기
신조협려 100년 후 이야기다. 세계관은 이어지지만 스토리에 큰 영향을 주진 않는다. 전작 주인공들의 행적이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연결된 작품임을 느끼게 한다. 원나라 - 명나라 교체기를 다루고 있어 색다른 분위기를 보인다. 주인공은 장무기로 사조삼부작의 주인공들 중 가장 우유부단하고 선량하며 순박하다. 이전작이 인물 개인의 성장 과정을 중심으로 풀어나갔다면 문파간 각축전을 중심으로 풀려나가는 스토리는 또 다른 재미를 준다. 구방 일파, 마교의 대립, 본격 연애 등 양산형 한국 무협에서 볼 수 있는 요소들은 의천도룡기에 다 들어있다.
사조삼부작 안 본 눈 삽니다. 무협을 좋아하는데 아직 이 이야기들을 접하지 못했다면 당신은 복받은 것이다. 그리고 이 포스팅을 통해 옛 추억에 다시 보게 된다면 그것도 복 받은 것이다. 최근 다시 보기 시작했는데 곽정은 등장도 안했는데 재밌다. 남녀노소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소설 사조삼부작. 추천.
끗-
'책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뷰 쓰는 법 - 가와사키 쇼헤이, 리뷰 포스팅에 가치를 담는 법 (0) | 2020.10.12 |
---|---|
반 고흐 - 바바라 스톡, 반 고흐의 일생 '고흐는 왜 귀를 잘랐나' (1) | 2020.10.06 |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 김초엽, 장르를 초월한 따듯한 이야기 (1) | 2020.09.23 |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인류학자가 바라본 사람의 조건' (4) | 2020.09.16 |
11월 28일, 조력자살 - 미야시타 요이치, 안락사 - 죽음에 대한 르포 (6) | 2020.09.03 |
은하영웅전설 - 다나카 요시키, 우주 삼국지 아직도 안 읽었다구? (0) | 2020.08.26 |
사람, 장소, 환대 - 김현경, 프리뷰 그림자를 판 사나이 (4) | 2020.08.21 |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인생이 고민될 때 읽으면 좋은 책 (4) | 2020.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