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까지 작성한 책 <사람, 장소, 환대>를 완독했다. 책 내용이 쉬우면서도 어렵고 어려우면서 쉬운 생각할 거리를 가득 던져주는 내용으로 알차게 구성되어 있었기 때문에 독서가 늦어졌다.
<사람, 장소, 환대>는 인류학자 김현경 박사가 사람의 조건이 되는 환대에 대해 그리고 절대적 환대의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사람의 개념, 성원권과 인정투쟁, 사람의 연기/수행, 모욕의 의미, 우정의 조건, 절대적 환대, 신성한 것 이라는 7개의 장으로 나누어 사람에 대해 고찰한다.
사람들은 독서 도중 인상 깊은 구절에 밑줄을 긋거나, 인덱스를 붙여 놓거나, 메모를 해놓거나 사진을 찍어둔다. 나는 사진을 찍어두는 편인데, 보통 책 한권을 보면 인상 깊은 구절 10장 정도의 사진이 기록되는 듯하다. 이 책에서는 거즘 80여장을 촬영한 것 같다. 그만큼 버릴게 없고 모든 페이지가 밀도있게 쓰여져 있다.
세상을 이렇게나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분석 할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워낙 잘 쓰여진 책이라, 그냥 내 주변 모든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환대가 넘쳐 흐르는 사람 사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명예의 변화, 굴욕과 명예의 차이점, 우정과 환대 부분이 특히 좋았다. 실 생활에서도 흔하게 발견되는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사소한 부분까지도 논리적으로(사회과학적으로?) 풀어낸 부분이 나에게 또 다른 관점을 제시해주었다.
모욕을 당한 사람은 자신이 느끼는 모욕감을 강조하면서 단호하게 항의할수록 효과적으로 자신을 방어할 수 있다. 반면에 굴욕을 당한 사람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가능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사건자체의 중요성을 축소하는 것이다. 굴욕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를 나타내는 두 단어가 '쿨하다'와 '찌질하다'이다.
책에서 사람의 조건, 환대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은 '사람이 무엇인지'에 대해 철학적인 고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쉽게 몰입 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적절하게 설명 되어있다. 물론 초반 난해한 철학자들의 이름이 나오면 당혹스럽기도 했으나, 몇차례 읽기를 시도하다 보면 그들의 이름이 어려운 것이지 그들의 이론이 어려운 것은 아니란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은 환대 받는것으로 시작하여 사람이 된다. 환대 받지 못한 인간은 비인격으로 취급되며 사람이 되지 않는다.
인간의 태아는 분명히 인간이지만, 사회 안에 들어오지 않았기에 사람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이는 법적으로나 관습적으로나 그러한다. 법은 인간 생명이 출생과 더불어 사람의 지위를 얻는다고 명시한다. 출생이란 태아가 아머니의 자궁 바깥으로 나와서 모체와 분리되는 것을 말한다. 그 전까지 태아는 모체의 일부로 간주된다. 이는 태아를 죽이는 행위가 살인죄를 구성하지 않음을 함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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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와 태아의 도덕적 지위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은 간과되기 쉬운데, 신생아가 사회 속으로 들어올 때 더 이상 아무런 통과의례를 거치지 않기에 더욱 그러하다. 전통적인 사회에서는 출생과 사회적 환대 사이에 시간적 간격이 있었고, 그 기간 동안 아기는 아직 사람이 아닌 것 으로 간주되었다. 아기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는다든가 배내옷을 입히는 것 등은 아기가 이 세상ㅇ ㅔ들어오지 못하고 문지방 단계에 있음을 표시한다. 이 기간이 끝나면 아기는 통과의례(세례, 백일잔치)를 거쳐 사람이 되는데, 그 전에 죽을 경우 태아와 마찬가지로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매장되었다.
위 이야기처럼 신생아에게 통과의례는 환대의 일종이며, 환대하기 전까지 사람이 되지 않는다. 책에서는 군인, 노예, 사형수, 외국인이 받지 못하는 환대와 그들의 사람으로서 조건에 대해 체계적으로 분석한다.
환대를 알아가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회문제에 대입 할 수 있단 것을 알게 되었다. 앞서 말한 사람의 조건에서 나오는 인권 문제 외에도 최근 이슈되고 있는 빈부격차, 학교폭력, 법과 사회적계약, 인터넷 댓글, 정치인들의 소외계층 사진쇼와 같은 차별과 불평등으로 인해 발생되는 문제에서 환대라는 개념이 중요하게 작용되고 있음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게 된다. (자세한 이야긴 책에서 확인 하시길.)
사실 <사람, 장소, 환대>는 리뷰하지 않으려고 했다. 워낙 잘 쓰여진 책이라 리뷰하기가 겁이 났다. 정교하게 쓰여진 책의 내용을 리뷰함에 있어 책이 지닌 가치가 조금이라도 훼손되는 것이 두려웠을 것이다. 내가 쓴 리뷰는 정말 빙산의 빙산의 빙산의 일각이다. 꼭 한 번 읽어 보고 환대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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