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승리호 '한국 SF 영화의 성공을 바라며'

한국 영화 승리호 리뷰

 아쉬웠지만 못봐줄 정도는 아니었다. 극장에 걸렸으면 참패 했을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SF에 엄격하다. 잘 만든 외국 SF영화의 흥행 정도를 보면 역시 한국은 과학기술이지 하는 마음이 절로 들지만 자국 SF영화에는 유난히도 엄격한 것 같다.

 

한국 대표 SF 영화

 생각나는 한국 SF영화를 떠올려보면 인랑, 로스트메모리즈, 설국열차, 성냥팔이소녀의 재림이 있다. 성냥..재림은 한국영화계를 무너뜨리뻔한 괴작으로 평가되고 있고, 설국열차는 원작이 프랑스 그래픽 노블이고 거의 모든 배우들이 헐리웃 배우였기 때문에 엄밀하게 따지면 한국판 SF라 하기 애매하다. 인랑과 로스트메모리즈는 정치와 외교를 다루고 있어 논란과 함께 흥행에는 실패한다. 그렇게 한국에서는 SF는 성공하기 어려운 장르로 인식되고 제작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었는데.. 시간은 흘러. 승리호가 출발한다.

 

 

 감독은 조성희 감독. 대표작은 늑대소년, 탐정 홍길동, 그리고 승리호가 있다. 늑대소년은 감독의 상업영화 데뷔작으로 7백만 관객을 불러모으며 대성공을 거뒀다. 당시 늑대소년으로 등장한 송중기의 외모가 꽤나 오랫동안 회자 되었다. 감독은 7년 뒤 송중기와 승리호에서 다시 재회하게 된다. 

 

 데뷔전엔 어두운 분위기의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상업영화 데뷔후 부터는 다양한 장르의 독특하고 세련된 연출이 호평을 받았다. 탐정 홍길동도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나는 꽤 재밌게 봤다. 영상 연출이 좋았다. 

 

 영화 승리호는 스타워즈, 스타트렉과 같은 스페이스 오페라다. 한국에서 이런 장르적 도전을 한 것 자체에 큰 박수를 쳐주고 싶다.


 

 

 2029년 황폐화된 지구, 더이상 사람이 쾌적하게 살 수 없게 되었다. 우주개발 민간기업 UTS는 위성궤도에 거주지역을 개발하여 선택받은 5%의 부자들만 살 수 있게 한다. 위성궤도에는 항상 궤도를 위협적으로 떠돌아 다니는 우주쓰레기가 골치다. 우주 쓰레기를 회수하는 청소선이 운영되는데 승리호도 수많은 우주 쓰레기 청소선 중 하나다. 이야기는 사연 많아 보이는 함선 승리호의 선원들을 중심으로 진행 된다.

 


 

 기대 이상의 영화다. 사실 너무 기대치가 낮았던 탓도 있겠지만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어디서 본듯한 설정과 어디서 본듯한 전개 어디서 본듯한 느낌의 캐릭터들이지만 우주 SF불모지인 한국에서 이정도라니 훌륭하다.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극장에서 봤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승리호 CG

 좋았던 점들을 살펴보면 우선 CG.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기동 타격대와 로봇 업동이의 전투씬은 정말 수준급이었다. 이게 정말 우리나라 스튜디오에서 나온 기술인가 의심될 정도. 배우들의 연기도 훌륭했다. 김태리, 송중기, 유해진, 진선규는 망한 지구의 사연 많은 사람들을 어색하지 않게 잘 연기 했다. 

 

아쉬운 스토리

 아쉬운 부분은 몇 없지만 스토리가 아쉬웠다. 한번 본거 같은 느낌의 설정이라 '장르적 한계인가?' 싶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친숙한 스토리를 만든건가 싶기도 했다. 전개 부분에서도 조금 안타까웠다. 굳이 과거 회상씬을 만들어서 캐릭터들을 하나하나 소개할 필요 있었을까.(특히 순이와 태호의 스토리는 신파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 같아 아쉬웠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4명의 승리호 선원들의 캐릭터 설명이 과했다면, 물 조절에 실패한 커피믹스 같은 밍밍한 조연 캐릭터는 깊이가 너-무 부족했다. 거기에 몇몇 외국인 배우들의 발연기는 영화 몰입을 깰 정도였다. 

 

 

 종종 장르 영화에서 모든 걸 한번에 담아내기 위해 과한 작품이 나오는걸 종종 경험했다. 감독의 의지가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영화에 '이게 마지막 이자 유일한 기회기 때문에 반드시 성공해야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도 모조리 넣어야해!' 필사의 의지가 느껴지는 경우인데 승리호에서도 그런걸 느꼈다. 당연하게도 영화는  과하게 느껴졌다. 차라리 메인 스토리인 UTS와 승리호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악당을 좀 더 매력적으로 만들어 나갔다면 좋았을 것 같다.

 

 아무튼 영화 자체로는 잘 만든 완성도 있고 재밌는 영화다. 극장가서 봐도 될 만큼 시각적으로 훌륭하다. 넷플릭스에서라도 개봉해준 것이 고마우면서도 아쉽게 느껴진다. 승리호를 시작으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국산 영화가 더 나오길 기원한다. 

 

+ 순이는 송중기가 늑대인간 시절 만난 소녀의 이름이다. 

++ 영화 속에는 깨알같은 밈들이 들어있다. 

+++ 최근 한국 문단에는 SF장르의 수작들이 쏟아지고 있다. 영화화 된다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