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_비바리움 '주거불안의 공포와 자연의 섭리'

비바리움 리뷰

 무얼 말하고 싶은지는 잘 알겠다. 하지만 기분나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늘 소개할 영화는 공포 SF 영화 <비바리움>이다. 왓챠에서 서비스 중. 감독은 아일랜드 출신 ‘로칸 피네건’ 꽤 젊은 감독이다. 영화는 72회 칸느영화제에서 공개되었다. 장르는 SF라 되어있지만 사실 미스터리 - 공포 - SF쯤 되겠다. SF적 요소는 거의 없다.

 

 

 제목 비바리움은 관찰이나 연구를 목적으로 식물을 가두어 사육하는 공간을 말한다. 대부분 생물이 살아가는 환경 조건속에 작은 생태계를 만들어 놓는 것이 특징. 영화의 제목은 굉장히 적절하다.

 

 주연은 내가 요즘 최고로 좋아하는 배우 제시 아이젠버그와 이머전 푸츠가 맡았다. 두 배우 모두 매력적이다. 폐쇄된 공간에서 인물 중심으로 서사가 진행되는 만큼 연기력이 중요한데 두 배우 모두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비바리움 줄거리

 영화의 시작은 뻐꾸기의 습성을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뻐꾸기는 자신의 알을 다른 새의 둥지에 낳는다. 부화한 뻐꾸기 새끼는 본능적으로 다른 경쟁자의 알과 새끼들 둥지밖으로 밀어 죽인다. 그리고 먹이를 먹기 위해 괴성을 지르는데 부모역의 새는 자신의 몸집보다 커진 뻐꾸기 새끼를 아직도 자신의 새끼로 착각하고 먹을 것을 먹여준다. 아마 과학시간에 배웠을 법한 자연의 모습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주인공 젬마는 유치원 선생님이다. 어린 원생이 둥지에서 떨어져 죽은 새끼새를 바라본다. 그리고 젬마에게 왜 떨어졌냐고 물어본다. 그녀는 아마도 뻐꾸기 때문일 것이라 답한다. 뻐꾸기는 왜 그러냐고 다시 되묻는 원생. 젬마는 그게 자연의 섭리라며 미소 짓는다.

 

 톰은 정원사다. 젬마와 둘은 살 집을 알아보기 위해 이곳 저곳 다닌다. 오늘은 욘더라는 주거단지 모델하우스에 방문하기로 했다.

 

 

 욘더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둘. 그곳에는 약간 기괴한 마틴이라는 남자가 있다. 이상함을 느낀 둘은 나가려고 하지만 마틴의 묘한 설득에 욘더에 방문해보기로 한다.

 

 

 교외로 조금 나가면 있는 곳. 무수하게 빽빽한 초록 집들 완벽하게 같은 디자인이다. 집은 이층구조로 깔끔하고 지나칠 정도로 이상적이다. 마틴은 9라는 문패가 걸린 집을 소개한다. 둘은 구석구석을 둘러본다. 마당을 소개 받는데 갑작스럽게 마틴이 사라졌다. 그의 차도 없다.

 

 

 이상하게 생각한 둘은 차를 타고 욘더 지역을 벗어나려고 한다. 잠시후 다시 나타나는 9번 집. 이상하다 운전을 해도 해도 벗어날 수 없다.

젬마의 운전 실력이 답답했던 톰은 비켜보라고 하더니 운전을 시작한다. 반복되는 집들, 다시 나타나는 9번 집. 마침 떨어진 기름. 둘은 일단 그날밤을 보내기로 하고 9번 집에 들어가게 되는데.. 

 


스포있음.

 '비바리움' 관찰 당하는 하나의 작은 생태계(집)가 배경이다. 주거문제를 해결하려던 톰과 젬마는 집이라는 작은 공간에 고립되어 감시 받는다. 욘더라는 둥지에 갇혀 어쩔 수 없이 뻐꾸기 새끼를 기르는 톰과 젬마도 어쩔 수 없이 자연의 섭리를 따라야 한다. 


 그냥 너무 친절해서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이 영화는 부부의 일생 전체를 축약해서 보여주기도 한다. 집에서 태어나, 부모는 아이를 기르고, 아이가 자람에 따라 부모는 늙고 약해진다. 아이는 성인이 되고 이제 부모가 필요없게 된다. 부모를 묻고 세상으로 떠난다. 한 세대의 시작과 끝을 짧고 기괴하게 보여준다. 


 국내 반응은 싸늘했던거 같다. 우리나라 정서와 맞지 않는다. 내 생각에 우리나라 영화에서 권선징악은 필수적인 요소다. 그것이 아니라면 논리와 이성으로 납득할 만한 이야기어야 한다. 하지만 비바리움은 전혀 납득할 수 없는 무논리로 시작(갑자기 갇혀)해서 자연의 섭리를 보여주기 위해 불쌍한 성인남녀를 희생시킨다.(해결되지 못하고 끝남) 영화를 보고 약간의 불쾌함을 느꼈다. 평점이 낮은거 보니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낀듯 하다. 

 

 

 감독은 자신이 전달하려는 의미를 '잘' 표현했다고 생각된다. 그러니 기분이 나쁘지. 평범한 것을 꿈꾸는 사람들이 일상에 갇혀 위험에 빠지는 공포. 욘더에 갇힌 톰과 젬마의 고통받는 모습에서 무언가에 얽매여 인생의 맛도 향도 모르고 생존을 위해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에 더 언짢게 느껴지는건 아닐까.


 곱씹어 보니 인상적인 장면이 많았다. 욘더에 고립된 후 음식에 맛이 없고, 향도 없고, 욘더에는 소리도 없다. 적막한 삶. 톰은 바깥일(삽질)에 몰두해서 젬마를 방치하고, 젬마는 아이에게 엄마역할을 하기 시작하는 장면.  

 둘은 유일하게 외부 물건인 차에서 냄새를 맡으며 밖을 회상하는데 이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우리의 일상도 그런것 같다. 무색무취로 힘들게 살아가다가 과거의 사진을 보고 추억을 떠올리며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것처럼. 

 차의 배터리로 음악을 듣고 춤을 추는 장면도 좋았다. 톰과 젬마가 한창 춤을 추던 도중 아이가 등장해서 커플의 춤을 방해하는 장면. 마치 부모의 전성기에 끼어들어 춤을 멈추게 하는 자식을 떠올렸다. 효도해야지.. 

 불쾌하고 언짢은 기분이 들었다면 영화는 성공한 것 아닐까. 자연의 섭리는 종종 불쾌하고 쌉. 언짢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끗-